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다가...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이)>를 꾸준히 보는 양육자입니다. 본방사수는 어렵고 너튜브 요약본을 봅니다. 빠뜨리지 않고 보는 이유는, 출연자 소위 문제부모들의 모습에서 제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금쪽이를 보는 동안 혹시 저도 실수하고 있지는 않은지 몸과 마음을 다 잡고는 합니다.
며칠 전, 할머니가 나오신 클립을 봤습니다. 평생 전라도에 살며 그 지역 언어(혹 지역갈등이 건드려지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데요. 경상도, 강원도, 제주도, 충청도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를 걸출하게 쓰시더라고요. 손주의 떼로 인해 따님과 함께 출연하셨는데, 막바지에 솔루션으로 오은영 선생님의 오디오북을 연습하시더군요. 그걸 지켜보는 할아버지께서 농담 반 진담 반 ‘그러니까 말 좀 이쁘게 해! 나긋나긋한 서울 말투로 해야지~’라며 말을 얹으시는 걸 보았습니다. 할머니도 머쓱해하면서 ‘서울 말을 배워보자~’하시던데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저는 할머니가 무척 안쓰럽고, 이 장면이 빚어낼 편견(여자는 말을 예쁘게 해야 한다.)이 불편했습니다. 양육자들이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줘야 하고. 그러기엔 두 분의 대화가 적당 했겠지요. 저도 방송국 놈들(!) 중 하나기 때문에 제작진의 마음을 압니다. 그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가 그렇게 강압적이지도 않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에게 얹어지는 ‘나긋나긋한 서울 말투’의 강요는 마음에 남습니다. 그 날 봤던 할머니의 상황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그 마음을 추측하고 공감해 봅니다.
나는 이미 늙고 몸도 무겁지만,
내 딸아이가 나처럼 육아에 발목 잡히지 않길 원해.
나는 젊은 시절 아이들 키우느라 꿈을 이루지 못했지.
아니 꿈이란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 그 시간을 애도하게 되네. (침묵)
내가 가족을 위해 애썼던 시간을 가족들이 인정하고 감사해 준다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몸이 뜨거워지네.
누군가 알아주면 좋겠어. 손주손녀는 물론이고, 내 딸의 사회적 성장을 위해 내가 돕고 있음을. 무언가 몰라서 잘못하고 있다면 이렇게 대중 앞에 나와서 비난을 받더라도
노력해서 배우고 있음을 말이야.
그러니 할머니, 그냥 편히 말씀하셔도 돼요. 당신의 무한한 사랑과 돌봄을 가족들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걸 위해 애쓰고 계신 거지요. 평생 해오던 말을 다르게 해 보려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