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을 벗어나는 가장 적확한 방법, 비폭력대화
며칠 전 한파가 닥친 어느 날, 꼬마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저희 아이들까지 셋이 집안 곳곳을 헤집고 다니며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변변한 장난감 하나 없었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와 규칙을 만들어내더군요. 이내 땀방울이 맺히고 머리카락이 푹 젖더라고요. 그 열기 속에 문득 한 단어가 스쳤습니다.
유기력(有氣力)
우리는 '무기력(無氣力)'이라는 말에 참 익숙한 시대를 삽니다. 의욕 상실, 에너지 고갈, 만사 귀찮음, 귀차니즘, 무력감, 번아웃, 우울, 학습된 무기력 같은 단어들이 무기력의 이웃단어들이죠.
우리는 회사와 학교에서 끝없이 경쟁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는 뒤처질지 몰라 불안합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사교육의 굴레 속에서 생기를 잃어갑니다. 여러 사회 문제를 지켜보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라며 종종 체념하고, 각자의 휴대전화에 시선을 두다 고개를 들어도 타인과 시선을 마주치기 어렵습니다. '내 말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고립감에 빠지지요. 그러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공허함까지 몰려와 우리 삶의 빛을 꺼뜨립니다.
그런데 정말 우리에게 기력이 없었던 걸까요?
'무기력'의 반대말로 제가 떠올린 '유기력'은, 단순히 힘이 있다는 뜻을 넘어 생명체 안에 본디 깃들어 있는 에너지를 강조합니다. '기력'이라는 표현에 이미 기운과 힘이 담겨 있지만, 마치 영어에서 'Do'로 동사를 강조하듯 말이죠. 유기력은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기력을 끌어올리는 일종의 자기 암시이자 선언입니다.
여러분은 어떨 때 기력이 샘솟나요? 저는 자연 안에서, 잠잠하게 나의 몸과 연결될 때, 누군가와 진정으로 대화할 때, 그저 재밌어 보여서 목적 없이 뭔가를 할 때가 떠오르네요. 서두에서 말했듯 아이들은 기력으로 충만하죠.
비폭력대화(NVC)에서 말하는 '비폭력'과 연결 지어 볼까요?
비폭력대화에서 말하는 폭력은 욕을 하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식의 폭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연민의 마음을 잃고, 생명체 본연의 에너지를 짓밟는 모든 행위를 말하죠. 비폭력은 우리 본래의 모습인 평화, 그리고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Oneness'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즉, 비폭력대화는 우리 안의 '유기력'을 되살리는 과정인 셈이죠.
아이들이 도구 없이도 온몸으로 호기심과 즐거움을 발산하듯, 우리 안에도 타인과 깊게 연결되고 자연과 호흡하며 생동하고 싶은 '유기력'이 잠들어 있습니다. 비폭력대화는 그 잠든 에너지를 깨우는 다정한 마중물입니다.
나의 욕구를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것
상대의 말을 판단 없이 듣는 것
단절 대신 연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
이 순간순간의 선택들이 모여, 무기력의 늪에 빠진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유기력은 누가 주거나, 밖에서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안에 이미 있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퇴화되고 짓눌린 본연의 모습을 '소생(Revive)'시키는 작업입니다.
우린 원래 유기력한 존재였습니다. 비폭력대화를 통해, 머리카락을 흠뻑 적실만큼 뜨거운, 그 생기를 회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