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도 하늘나라에 갈 건 가요?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미이라가 나오는 그림책을 읽고 있었다. '파라오들이 죽으면 붕대를 온몸에 감아 석관 속에 넣었다‘는 구절이 나왔다. 사람은 죽으면 하늘나라에 가는데 몸은 썩지 않게 미이라로 만든 거라고 설명해주고 넘어가려는 찰나, 우주가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멍하니 생각하다 묻는다.
우주 : 엄마, 사람은 왜 죽어요? 죽으면 하늘나라에 가는 거예요?
세돌 즈음부터 시작된 '왜'로 시작하는 질문에 그래도 수월하게 답해왔다. 하지만 전쟁과 죽음만큼은 아직 제대로 답을 준비 못했다. 앞으로 한두 해는 여유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올 것이 왔다. 허를 찔려 머뭇거리는 사이 지구가 질문을 한다.
지구 : 하늘나라에 간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없나요?
얼결에 '그렇다'라고 대답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우주가 다음 질문을 한다.
우주 : 하늘나라에 간 사람은 왜 다시 만날 수 없나요?
나 : 하늘나라는 아주 멀단다. 그래서 기차나 비행기(아이들이 아는 멀리까지 가는 교통수단)로도 돌아올 수 없어.
첫 순간은 이렇게 대충 마무리되었다. 남편과 공유했다. '하늘나라'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하지만 아이들의 성장은 예상보다 늘 빠르다. 우물쭈물 며칠을 보낸 어느 아침, 등원하는 차 안에서 우주가 다시 하늘나라 이야기를 꺼낸다.
우주 : 엄마, 있잖아요. 하늘나라에 가면 왜 돌아올 수 없어요?
꽤 마음에 품고 있었던 모양새다. 나는 입이 마른다. 남편과 눈빛을 교환하고 쿡 찌르며 떠넘겼다.
남편 : 어, 그러니까. 하늘나라는 너무너무 멀어서~
고만고만한 대답으로 모면하려는 찰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들이 질문을 쏟아낸다.
우주 : 엄마 아빠도 하늘나라에 갈 건 가요?
지구 : 그럼 우리도 다시 만날 수 없게 되나요?
우주 : 나는 하늘나라에 따라갈 거예요.
지구 : 나도! 나도!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죽고 세상에 남을 아이들이 떠올랐다.
내가 준비 없이 죽어 버리면 너희는 어떻게 살아가지?
아직 너무 어려. 가르쳐 주지 못한 게 얼마나 많은데!
너희와 보내는 이 행복한 시간이 갑자기 끝나다니 말도 안 돼!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차오른다. 아이들도 아마 비슷한 상상을 하며 걱정하지 않았을까? 얼마나 불안하고 무서울까? 어떻게 안심시켜주지? 하지만 뭐라고 답해야 할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제발 남편이 이 상황을 모면해주었으면.
하지만 옆을 보니 남편은 나보다 한술 더 뜬다. 눈물이 줄줄 흘러 옷깃으로 훔치고 있다. 으이그~ 일단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게 나부터 얼른 울음을 삼켰다. 다행히 남편이 먹먹하게 입을 연다.
우주야, 지구야.
너희가 이 세상에 오기 전에 엄마 아빠가 먼저 와서 우주 지구를 기다렸지?
그것처럼 엄마 아빠가 하늘나라에 먼저 가서 기다리는 거야.
너희는 마음껏 살고 천천히 오면 된단다.
엄마 아빠는 하늘나라에서도 같이 재밌게 지내며
너희를 기다리고 있을게.
4살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대답이었다. '죽음'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설명해내다니 놀랍다. 이 대답으로 '하늘나라'에 대한 고민이 완전히 해결되진 않았겠지만 아이들이 한결 편안해 보인다. 다시 묻지 않는 걸 보니 조금은 납득이 되었나 보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놓인다.
그래, 죽음에 대한 두려움 대신 지금 이 순간 함께 살아있음을 느끼자. 아이들 덕분에 내 의식이 미래에 대한 염려 대신 ‘지금 여기’로 돌아왔다. 차에서 내린 아이들을 품 안 가득 안는다. 언제 그런 진지하고 무거운 질문을 했냐는 듯 스프링처럼 제각각 달려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