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달도 재밌게 잘 가지고 놀았습니다
3돌이 훨씬 지나서 들인 월팸, 지난 후기를 쓴 후로 두 달이 또 지났습니다.
1. 진도(?)
첫 두 달에 Play along은 후다닥 스킵하고 파랑이(1~3)와 초록이(4~6) Straight Play에 집중했다면, 이번 두 달은 초록이를 좀 더 보고 일상에서 활용했어요. 야외에 나가면 그렇게 나무를 줍고(pick them up), 가지고 오고(bring them back), 쌓아(pile them up)요. 태우지는(burn them up) 못하게 설득합니다.
산책하다 어느새 자기들끼리 노래(climb up the hill) 부르며 언덕을 오르거나 달려 내려갑니다. 월팸에 등장하는 상황, 그중에서도 실사로 나오는 상황을 수시로 재연해요.
그러던 어느 날, 둘이 표지 그림을 보며 신중하게 의논하더니 뜬금없이 11번에 꽂힙니다. 스스로 연두와 노랑이를 꺼내들길 기다렸는데 드디어 ㅠ_ㅜ
구피 탐정이 땅콩 도둑을 찾는 이야기인데요. 탐정 노래에 빠져서 밤마다 손전등을 들고 다니며 단서를 찾습니다. 뭐가 필요할지 모르니(you never know what you'll need) 이거 저거 다 꺼내서 쌓아놓기 일쑤고요.
더불어 'Who took the peanut' 노래를 무한반복하네요. Who 구문은 일상에서도 활용하기 좋아서 이걸로 말놀이 자주 하고요.
노랑이는 동물원 이야기지요. 그래서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고, 영어에서 자주 쓰이지만 문법적으로는 어려워보이는 문장들(조동사 과거형에 현재... 완료... could it have been?)도 등장하는데 아이들은 그저 소리로, 환경으로, 놀이로 습득합니다.
이렇게 연두(7~9)를 스킵하는 건가 엄마의 조바심에 슬쩍 7번 DVD를 틀어줬어요. 서커스를 주제로 서수, 숫자, 조동사, 다양한 동사가 등장하는데요. 재미없다는 몇몇 클립을 스킵해 가며 잘 보는 중입니다.
애초 제가 기대한 것처럼 저희 집에서는 월팸이 '학습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자 환경'인 것 같아요. 이 시기 아이들의 특징이라고도 생각해요. 경험하고 본 것들을 나만의 이야기로 다시 만들고, 자신의 몸으로 재연하면서 오롯이 자기 것으로 흡수하잖아요. Step by step을 섣불리 안 꺼내는 이유입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이건 뭔가요?' 하면서 꺼내고, 공부라고 느끼지 않으면서 이거 저거 활동해 보길 기대하고 있어요.
2. 아웃풋
이 항목을 쓰는 것 자체가 아직 민망하네요. 여전히 큰 기대는 없어요. 다만 요즘은 기관 영어수업 때문인지 알파벳에 관심을 가져서 그리기 (쓰기x) 시작했고요. 영어로 물어보면 저도 영어로 좀 대답해주고, 그러다 한국어로 말하면 꾸짖(!)지 않고 다시 한국어로 대답해주고 있어요.
3. 월팸 이외의 영어
- ORT
실은 지난 두 달 중에 옥스퍼드 리딩 트리를 들였어요. (월팸 들일 때처럼 또 고민 한 보따리 후에 정품 중고) 월팸의 '책'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이들이 잘 보지 않고, 저도 읽기용으로는 불편하다 싶어요. 다른 후기에서도 '읽기'를 비롯해 아쉬운 부분들은 다른 걸로 보강해야 한다고 들었고요.
내년쯤 퓨쳐팩 1년 가입해서 보여줄까 싶었는데, 도서관에서 몇 번 빌려다 읽어주니 너무 좋아하는 겁니다. 가벼워서 여기저기 가지고 다니기도 좋고요. 그래서 퓨쳐팩 전에 스쳐가는 용(그러기엔 너무 고가지만 ㅎㅎㅎ)으로 들였어요.
더불어 고백하자면, 월팸을 들였을 때처럼... 저희 양육자들이 읽고 싶었어요. 한국식 교재가 아니라 현지에서 어릴 때부터 읽는 자료들로 자연스럽게 시작해서 영어책을 읽어내고 싶은 건, 저희의 꿈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요즘 자기 전에 최소 10권에서 많을 때는 20권씩... Level 1+에서 3사이의 ORT를 읽어주는 중입니다. Chip, Biff 그리고 Kipper(막내고 본인들과 가장 유사하다 생각해서인지 제일 애정함)와 사랑에 빠졌어요.
- 기관에서의 영어
주 3회(한국 선생님 2회, 원어민 1회), 30분씩 영어수업이 시작되었어요. 노부영인데 집에 있는 책들도 있고 해서, 흥미로워합니다. 다만 예상한대로 이렇게 수업형태로 조금 노출하는 걸로는 한계가 보였어요. 그저 집이 아니라 원에서도 영어를 접하고, 잠깐이지만 외국인 선생님과 낯설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걸로 만족해요.
원어민 선생님을 만난 첫 날, '엄마! 선생님 머리카락이 정말 하얘요! 근데 팔은 2개 있어요! (엥?)' 하더라고요.
- 팝송 (영어 어른 노래)
월팸만 듣기에 너무 지겨워서, 저희가 튼 노래들 중에 마음에 드는 노래가 있으면 다시 듣자고 해요. 마이클 잭슨의 <Ben>과 스티비 원더의 <Isn't she lovely?>를 좋아합니다. 캐런 앤의 <Not going anywhere>는 자꾸 틀어달라더니 문장 통째로 웅얼웅얼 소리 내며 무슨 뜻인지 묻습니다. 잘 안 들려서 ^^; 열심히 가사 보며 설명해 주는데요. 어느 주말 아침엔 'I'm not going anywhere'라면서 이불에서 안 나오더군요.
큰 의미는 안 두지만, 영어를 그저 순수하게 궁금해하는 걸 보면 언어로 노출시킨다는 점에서 일관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월팸 지겨우면, 아이들과 같이 들어도 되는 노래를 추려서 들으려고요.
4. 다음 한 달
5월 말까지
- 7~12 Straight Play를 맘껏 보고
- 아이들이 꺼내온다면 Step by step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생각이어요. (7~12가 익숙해지면 1~6 Step by step으로 거슬러가서 탈탈 털어보렵니다)
- 한 친구는 소리와 말하기에, 한 친구는 알파벳과 단어에 관심을 보여요. Talk along Card를 가지고 자주 놀고 미키미니펜으로 놀 수 있게 좀더 적극적으로 꺼내주려고요.
위 제목에서와 같이 앞으로는 한 달마다 사용기를 쓰려고 해요. 어쩌면 아이들이 월팸을 이렇게 좋아해 주는 시기가 그리 길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애초에 사면서도 1년 바짝 갖고 놀자는 마음이었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는 것 같아요. 몇몇 질문이나 고민들은 글을 따로 빼서 4월 중에 다시 공유할게요.
그럼, 월팸에 먼지 쌓이는 일 없게 부지런히 활용하고 담달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