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팸 1년 현실 사용기

왜 나는 생전 안 하던 전화영어를 하고 있나

by 이진희

작년 이맘쯤이었어요. 아이들의 모국어인 우리말이 세 돌 즈음에 겨우 트이자, '그럼 영어도?'라는 마음에 뒤늦게 '엄마표 영어'의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오래지 않아 엄마표 영어의 3대 교재(?) ㅌㅌ영어, ㅇㄱㄹㅅ에그, 월팸을 알게 되었죠.


어마어마한 가격과 이미 태중에서부터 시작한다는 후기 앞에서 '아, 무슨 영어야. 나도 잘 못하는데' 좌절하려는 찰나... 학습이 아니라 환경으로 언어를 접하게 하라는 조언에 격하게 공감하며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리하여 참으로 뒤늦게 월팸을 들였는데요.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https://brunch.co.kr/@giraffesister/184


잘 활용하고 있는지, 효과는 있는지... 혹시 저와 같은 조건(양 부모 모두 영어 능숙하지 않음, 듣기로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고 싶음, 아이의 영어노출 할까 말까 매일 고민)의 양육자가 계시다면 참고가 될까 싶어 1년 사용기를 적어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1. 들이는 시기 40개월, 늦지 않다. 1년 신나게 보고 들었는데도 아직 한참 활용할 수 있겠단 확신이 든다.

2. 정품이 아쉬운 때가 이따금 있지만 아이에게 그만큼 부담을 덜 주는 것 같아 중고 구매 후회하지 않는다.




우선, 아웃풋(?)을 물으신다면 아직 드릴 말이 없어요. 아이들이 영어로 잘 이야기하는지, 단어를 얼마나 아는지는 측정해 보지 않아 모릅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할 생각이 없어요. 다만 영어를 학습이 아니라 언어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건 느낍니다. 계속 듣고 읽으며 인풋을 쌓는 중이어요. 듣기는 월팸(+a)으로, 읽기는 ORT + 흥미로워하는 주제들을 다룬 그림책으로요.




노출량과 방법


DVD는 일주일에 1시간 정도 집중해서 한두 번 보고, 오디오는 등 하원 길에 차에서 듣는 시간을 모두 합치면 주 3~4시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다지 체계적이지도, 양이 많지도 않지요. 그만큼 활동량이나 다른 할 것(놀이터 가서 놀고, 킥보드 타고, 우리말 책 읽고, 종이접기 하고, 퍼즐 맞추고...) 들에 관심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초반 3~4개월은 노출량이 꽤 많았어요. 1년 동안 Sing Along이나 Straight play는 2~3번씩 다 본 것 같아요. 여름엔 야외 활동량이 많아 노출이 줄었고, 겨울이 되면서 기대했는데 생각같이 늘지 않네요. 요즘은 Step by step에서 재밌는 클립들만 뽑아봅니다. 몇몇 후기들처럼 하나하나 보고 스티커 붙이며 성취감 갖게 만드는 게 생각만큼 쉽진 않아요. 그래도 재밌는 클립을 깔깔대며 5~6번씩 반복해서 보고 나면 'What makes Pooh happy?', 'Getting dirty!' 같은 문장을 입에 붙이고 저에게 묻습니다. 'What makes you happy? Mommy?’ 월팸과 함께하며 와우! 하는 순간들이지요.




들이는 시기


아이가 우리말을 더 편하게 일찍부터 쓴다면, 사용시기는 앞당겨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내용이 워낙 순한 맛이니까요. 다만 40개월에 들였는데도 너무 잘 쓰고 있다는 정도. Play along는 패스해야 했지만 아기 때를 회고하며 그것도 가끔 보니까 뭐 나쁘지 않죠.


얼마나 이르게 시작할지는 제가 언급할 내용은 아닌 것 같아요. 저희는 애착형성과 자기표현, 이 두 가지가 된 후에 그것도 놀이처럼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게 목표였고 1년을 그렇게 보낸 결과 만족스럽습니다.


Talk along이나 Step by step의 여러 활동, AQL을 보면 앞으로도 한참 즐길 수 있겠구나 싶어요. 반면 너무 어릴 때 들이면 Play along이나 다른 것 보는 것 외에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래와 같은 조건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미디어 노출 : 24개월 이전에 본인들 사진이나 동영상 이외엔 전혀 안 함. 24개월 이후도 무조건 부모와 함께 하루 1시간 미만 노출함. (TV, 태블릿, 휴대전화 모두 포함)

모든 듣고 보는 순간, 양육자가 함께 함 : 아이들과 기기-책만 단둘이 두지 않아요. 그래서 월팸 보는 시간은 엄마 아빠가 기분 좋게 놀아주는 시간입니다. (실제로도 애들이 월팸 꺼내오면 뿌듯함을 숨길 수가 없어요.) 같이 보고 이야기 나누고 낄낄 거리고요.




정품이나 중고냐


저희는 리뉴얼된 풀세트(AQL까지 있는)를 사서 활용 중인데, 만족스럽습니다. 캡 제도나 전화영어, 노하우 많은 어드 님의 도움... 아쉬울 때 있죠. 하지만 그보다 '내가 이걸 얼마 주고 샀는데...'의 심리적 덫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애들이 한동안 안 보고, 좀 외면해도 눈치 주거나 스트레스받지 않았어요. (여기서부터 정신승리) 양육자가 가지고 놀면서 '나 오늘 3만 원어치 즐거웠어'하면서 총금액에서 계속 뺐더니 이미 본전 이상한 상태입니다.




읽기? 쓰기?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할 때 옆에서 돕기만 할 생각입니다. 현재 쓰기는 전혀 안 하고, 읽기는 양육자들이 모두 읽어줍니다.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지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어요. 애초에 조기교육이라 생각하지 않아서입니다. 영어유치원 레벨테스트 같은 목표도 없었지요. 그런 '목표'가 있다면 조바심도 나고, 방법도 달리했을 것 같아요.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우리말도 같은 상황입니다. 일체의 학습 없이 그냥 일상생활에서 수용 언어를 확인하고, 표현 언어가 아쉬울 경우 양육자들이 정확한 표현으로 반영해서 말해주고 있습니다. 쓰기의 경우 얼마 전부터 흥미를 가져서 종이 교재로 하루에 하나씩만 감질나게 같이 하고 있고요. 읽기도 스스로 하고 싶어 해서 간판 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상황 봐서 초등학교 준비에 필요하면 몇 주 집중적으로 신경 쓸 요량입니다.


다만 월팸만으로는 아쉬운 듣기와 읽기를 다른 영상(주로 관심사에 맞춰 내셔널 지오그래픽 키즈나 코일 북 등 특정 콘텐츠만 양육자와 같이)과 ORT로 보충해 주고 있습니다.


ORT는 책도 말랑하고 해서 잠자리 독서나 외출 때 특히 잘 활용하고 있는데요. Stage 4 무섭게 읽어대고 있습니다. 슬슬 모르는 것들이 나와서 제가 가이드북으로 열심히 예습해야 했지요. 내년에도 종이책 독서와 미리 협의해서 같이 보는 미디어 노출만 할 계획입니다.




영어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


놀라운 건, 아이들에게 영어를 환경으로 제공하니 영어를 그냥 소비(듣고, 읽고)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생산(말하고, 부르고, 그리고) 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월팸은 체조와 가라오케, 그리고 붙이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 곰손이라 만들기나 독후 활동 같은 거 못하는 엄마도 공원에서 나뭇가지 줍고, 손발 찍는 것 정도는 해줄 수 있으니까요.



사진) Eyes and Ears 뮤직비디오 자체 제작을 위해 찍은 손과 발. Wiggle 하라니까 열심히 꼼지락거리는 중.





그리하여,

월팸 덕분에 아이들과 즐겁게 보내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재밌게 노는데 자연스럽게 배운다.' 교구로서 이만한 게 더 있을까요? (월팸 코리아, 보고 있나요?)


더불어 제 영어실력이 는 것 같습니다. 애들과 영어영상 같이 계속 보다 보니까 안 늘 수가 없습니다. 한 아이가 자꾸 저에게 영어로 말해달라고 해서 요즘 저... 전화영어 합니다 ㅠ_ㅜ 전화영어 선생님께 말했더니, 아주 강력한 영어 공부 동기가 생겼다며 축하한답니다.


내년에도 월팸 뽕 뽑기는 계속됩니다. AQL 가이드북을 열심히 보고 있어요. 거실 한복판에 두고 열심히 꺼내서 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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