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공능제가 아니랍니다.
나 자신 그리고 타인과의 연결에 도움 되는 팁을 <연결노트>로 전합니다. 지난 노트는 공감을 방해하는 '공감장애물'로 시작했어요. 이번엔 '공감에 대한 오해'들을 씻어내 볼 거예요. 진짜 공감과 가짜 공감을 알아보는 눈이 생기면 더 맑고 깊게 연결되실 수 있을 테니까요.
1) 공감은 동의가 아니다.
공감해 주면 상대의 말에 '니 말이 맞아'라고 동의해 주는 것 같아서 저어 되는 분들 계신가요? 이 이유로 섣불리 공감해 줄 수 없어 머뭇대다 냉정하단 평가를 들어 본 분은요?
동의와 공감은 같지 않답니다. 가령, 조카가 '엄마가 너무 짜증 나서 가출을 하고 싶다'라고 말해온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반응하시겠어요? 공감해 주자니 마치 조카의 가출에 동의하는 것 같아서 '야, 아무리 그래도 가출은 아니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시나요?
조카는 지금 답답하고 짜증 나는 상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게 '가출'이란 단어로 표현된 거죠. '가출'이라는 수단과 방법이 자극적이라 우리는 상대의 마음이나 욕구에 가닿지 못합니다. 말에 걸려 넘어지지 마시고 그 너머의 마음을 추측해 보세요. 그리고 그저 함께 머물러보세요.
니가 가출하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 짜증 나는구나.
엄마랑 잘 지내고 싶은데 잘 안 돼서 답답해?
2) 공감능력은 타고 난다.
여러분은 이 명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래되고 깊이 뿌리내린 생각 같은데요. 만약 공감능력이 천성이라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아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기질로 중요한 능력이 정해진다는 이야기니까요.
다행히 공감능력은 배우고 연습하면 나아질 수 있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저를 포함해 그간 대화법 공부를 하며 수많은 경험자들을 만났습니다. 배우면 오히려 감으로 할 때보다 더 명료하게 공감할 수 있답니다. 그러니 공능제(=공감능력제로) 여러분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마세요!
3) 공감은 힘든 일이다.
만약 공감이 힘들게 느껴진다면, 두 가지를 체크해 보세요.
지금 내가 충분히 여유가 있는가?
여유가 없을 때 애써 하려는 공감은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고통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여유가 없다면, '지금은 내가 여유가 없어서 안타까워. 내일 오후 or 두세 시간 뒤(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다시 이야기할 자리를 마련하면 어떻겠어?'라고 지금의 내 상황과 계속 연결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해 보세요.
머리와 생각으로 공감하려고 하는 건 아닌가?
상대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내가 해결책을 내놓으려는 것은 공감과 상당히 거리가 멉니다. 상대의 이야기 안에 어떤 욕구가 있는지 함께 살펴주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일이 바로 공감자의 역할이랍니다. 그러니 내가 해결해줘야 한다는 부담이나, 맞냐 틀리냐에 대한 냉철한 판단력은 잠시 내려놓아 보세요.
어떠신가요? 그간 이해하고 있던 공감의 그림이 조금 달라지셨을지도요. 더불어 여러분의 공감 경험이 궁금해요. 최근에 누군가와 혹은 무언가와 깊게 연결된 기억이 있으신가요? 몸이 스르르 녹는 것처럼 공감받아 본 순간은요? 찰나의 순간, 그때 내 몸은 어떻게 반응했는지... 공기와 빛깔, 냄새와 온도는 어땠는지 나눠주세요.
- 참고 : <NVC1/한국비폭력대화교육원>, <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이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