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을 말해요.
푹푹 찌고, 습하고! 불쾌지수가 이보다 높을 수 있을까요? 별 것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납니다. 지난 주말도 그랬어요. 오후 5시경, 녹초가 되어 잠깐 앉았는데 아이가 말합니다. '엄마, 배고파!' 한숨 돌리려던 참에 그 말을 들으니 어찌나 지치던지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아래 음료를 집어 듭니다. 밥을 못 챙기거나 너무 기운이 없을 때 먹으려고 현관 구석에 챙겨뒀거든요.
한 모금 벌컥 마시고, '그래! 저녁 준비해 보자!' 하며 분연히 일어나는데 마침 공동양육자 남편과 눈이 마주칩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이는데 내뱉지는 않고 우물우물하네요.
제가 이런 상황에서 듣고 자라고, 비폭력대화를 배우기 전까지 자연스럽게(!) 하던 말은 바로 이겁니다.
혼자 먹으니까 맛있지?
맞아요. 상대가 배려심 없다는 걸 비꼬듯이 하는 말입니다. 돌봄 받지 못하는 나의 상황을 비극적으로 표현하고요. 남편도 비슷한 말이 떠올랐는데 비폭력대화로 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아서 '하고 싶은 말 그냥 한 번 해 봐'라고 했더니, 경상도 네이티브답게 깔끔하게 다섯 자로 표현합니다.
니만 입이가?
실은 저도 '너는 입이고, 나는 주둥이야?'라는 표현이 떠올랐어요. 나고 자란 곳은 다르지만 듣고 자란 말은 비슷해서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고 싶어요. 원하는 게 있는데 그게 충족되지 않은 상황을 에둘르고 과장해서 상대를 자극하는 방식은 저희 대에서 그만 끊으려고요. 남편이 원하는 건 뭐였을지 함께 찾아봤습니다.
느낌 : 서운함, 아쉬움
욕구 : 돌봄, 연결, 유대감, 상호성, 배려, 휴식
주말 내내 아이들과 복닥대던 남편도 꽤나 지쳤었나 봅니다. 제가 권해주길 바랐다고요. 별 거 아니어도, 같이 먹고 힘내고 싶었다고요. 그래서 저희가 찾은 말은,
나도 챙겨 줘. 같이 먹자
입니다. 훨씬 잘 들리죠? 무엇을 해달라는 것인지 부탁이 구체적이고 긍정적이고요. 단백질 음료를 한 팩 나눠마시고, 같이 뚝딱뚝딱 저녁을 짓어 먹습니다. 안 그래도 더운 여름, 불필요한 자극으로 서로를 지치게 하지 말아요. 그저 원하는 것을 말하고 단단하고 명료하게 다음으로 나아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