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린 서로 필요한 사이~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 중에 J와 P의 차이(*미주 참고)를 아시나요? 비폭력대화의 관점에서 이 둘은 어떻게 연결되어 일할 수 있을까요?
J와 P가 함께 일하다 보면 서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이런 식이죠. 출장을 가는데 P인 직원이 대략적인 사무실 위치만 파악하고 출발한다면, J인 직원은 카풀 조를 짜고 출장지 주변 주차 정보와 미팅 장소까지의 동선까지 파악합니다. P가 보기에 J는 갑갑하고, J가 보기에 P는 허술합니다.
P인 직원은 업무를 지시하면 일단 시작하고 보는데 언제까지 어떻게 마칠지 대중이 없습니다. 중간에 갈아엎기도 일쑤죠. 반면 J인 직원은 지시한 지 한참인데 계획 세우느라 정작 본 업무는 아직입니다.
우선 각각의 유형은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게요.
판단형(J)은 예측가능성과 신뢰가 중요할 것 같네요. 되고 안 되고, 어떤 순서로 진행될지 명료해야 편안합니다. 꼭 그대로 되진 않더라도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면 거기서부터 자신감과 효능감이 싹틉니다. 결과가 보이고, 정리가 되어야 몸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겐 확신을 주는 게 중요하죠.
인식형(P)은 자유롭고 선택의 가능성이 열려있길 원합니다. 돌발상황을 잘 수습해 나가면서 성취감을 느끼죠. 계획이요? 뭘 해보고 알아야 계획을 세우죠. 이들에게 삶은 통제하는 게 아니라 느끼고 즐기는 거랍니다.
비폭력대화는 이 모든 욕구를 두루 충족하는 방법을 함께 찾는 대화법입니다. 위에 언급된 욕구들은 보편적이고 모두에게 필요한 욕구이기 때문이죠. 성격유형은 다르더라도, 각자의 욕구를 인정할 때 접점이 생깁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평가하며 비슷한 유형만 모이면 잠시 평화로워 보여도 일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다들 치밀하게 계획만 세우다 지치고 정작 실천하는 사람이 없으면 회사가 어떻게 될까요? 전체 그림이나 방향설정 없이 제각각 자기 멋대로 일한다면요?
이번 연결노트를 쓰며 저희 크루들의 J와 P 비율을 따져봤는데요. 본인만 J라 주장하고 남들이 보기엔 확신의 P인 대표를 포함해 P인 크루, J인 크루가 딱 반반이었습니다. 로드맵 회의를 수정하고 노션을 정비했던 얼굴이 모두 J였네요. 반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나 해결하기 힘든 과업 앞에서 돌파해 나가는 P들의 얼굴도 떠오릅니다.
나와 다른 유형의 사람이 무언가를 주장하거나 행동할 때, 거기 자극받아 바로 반응하는 대신 그 아래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세요. 모든 말과 행동의 원인인, '욕구'를 알아챌 때 우리는 연결됩니다.
신뢰와 자유, 예측가능성과 선택의 즐거움, 안심과 재미. 각각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이 모두 충족할 방법을 찾아보세요.
판단형과 인식형이 각자의 장점을 펼치되, 매몰되려하면 손을 내밀어가며 협력하는 풍경을 그려봅니다. 비로소 알게 되죠. J에겐 P가 필요하고, P에겐 J가 필요하단 사실을!
*각주 : 이해를 돕기 위해 J와 P에 대한 설명을 덧붙입니다.
- J는 Judging의 머릿 글자로 '판단'하고 계획하는 성향을 말합니다.
- P는 Perceiving의 머릿 글자로 '인식'형을 말합니다. P는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