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집을 지어? 기획부동산아냐?

주택협동조합 입문기(1)-하우징쿱과의 만남

by 이진희

제가 처음 하우징쿱을 알게 된 건, 재작년 여름이에요. 9월에 전세가 끝날 예정이라 부지런히 집을 보러 다녔지요. 집 구할 때 이런 경험하시죠? 비용이 맞으면 집이 마음에 안 들고, 집이 마음에 들면 예산 밖이고.


'전세살며 오를 걱정하느니 차라리 집을 지어볼까?'에까지 생각이 이르렀어요. 비슷한 상황의 지인들과 매물도 보러 다녔다니까요. 3년 정도 단독주택에 살아봤다고 괜한 자신감도 생겼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란 사람-법이고 세금이고 제도고 건축이고 1도 모름-을 잘아는 분이 조언해 주셨어요. 집 짓다가 명 짧아진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힘든 일에 섣불리 발 들였다가 고생하지 마라, 너와 비슷한 뜻을 가진 단체가 있으니 차라리 거길 찾아가보는 게 어떻겠냐.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어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쉐어링 하우스나 퇴직하신 분들의 타운하우스, 방만 각자쓰고 거실과 식당을 공유하는 형태는 제외했습니다. 저는 공간을 같이 사용하거나 소유하기보다는, 각자 소유하고 사용하되 필요에 따라 조금만 공유하고 싶었거든요. 물리적으로 같이 사는 것보다는 심리적으로 안심되고 안전한 게 중요했고요.


그러다보니 '하우징쿱 협동조합'이 남았습니다. 이미 10개 정도의 프로젝트가 완료되었더라고요. 그 중에 서대문과 은평에 직접 찾아가 봤어요. 이사장님과 면담하고, 서울시청에서 열린 '공동체 주택 박람회'까지 확인하고나서야 마음이 조금 놓이더라고요.

하우징쿱 외에도 다양한 주택협동조합이 있었어요. 갈등해결을 위한 비폭력대화 부스도!

부모님은 걱정하셨어요. 기획부동산 아니냐고, 모르는 사람들끼리 무슨 집을 지어서 같이 사냐고요. 박람회 부스, 이미 사는 분들의 사진, 신문기사를 보여드렸지만 그래도 내심 불안해하셨어요. 모임에 나가서 찬찬히 조사해보고 결정하겠다고 안심시켜드렸지요.


제가 조사차 모임에 갔을 때는 용인 프로젝트 조합원 분들이 모여 계셨습니다. 용인은 제 생활영역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저 '이상한 데 아닌가?'를 살피는 목적이었지요. 모인 분들이 모두 멀쩡(?)하시더라고요. '그래, 일단 전세살면서 동태를 살피다가 적당한 곳이 시작되면 합류하자'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돌아서는 참에 우연히 관계자들의 대화를 들었어요.


고양시에 남은 한 집은 조합원 구했어요?

응? 고양시? 거기면 출퇴근할만 한데! 주소를 여쭙고 현장에 가보았어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것 같은 시골 분위기가 예전 살던 동네 같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아침과 저녁, 맑은 날과 비오는 날, 출근은 할만한 지, 밤에도 위험하지 않은지 답사했지요.

고양시지만 서울경계에 인접해있고 경의중앙선이 다닌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지만 도심과 너무 멀지 않았으면 했어요. 차로 10분 거리에 스타필드 고양이 있고, 상암과 수색 인근이라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었지요. 대형병원도 멀지 않은 곳에 2019년 들어올 예정이라 나쁘지 않더군요.

마침 한겨울이라 그런지 휑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계절이 바뀌면 이보다 더 나빠(?)질 일은 없을테고, 무엇보다 같이 사는 분들과 도와가며 살 생각에 괜히 든든했습니다.


야트막한 뒷산에서 바라본 집터

이 프로젝트는 두 자매와 그 분들의 친한 친구. 총 네 분이 땅을 사면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20대 자녀세대 두가구를 더해 여섯가구가 연초에 모집을 시작했고, 시공사와 건축가가 결정되어 건축 허가에 대한 확인을 마친 상태였어요.

단지는 여러가지 이유로 세 동, 18가구로 확정되었고 마침 원하던 꼭대기층 (테라스와 다락)이 남아있었어요. 각 집마다 자신들이 원하는 구조로, 원하는 소재를 사용해서 지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더구나 건축비를 투명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같은 예산으로 더 튼튼하고 믿을 수 있는 집을 지을 수 있었어요.

저희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는 벌써 건축가 님과 협의를 한참 하고 있었지요. 저희도 얼른 설계를 마치면 뚝딱뚝딱 몇개월 안에 집을 지을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일기를 보니 당시의 심정이 남아 있네요.

'와~ 내가 전생에 복을 많이 지었나보다. 이렇게 쉽게 집을 지을 수 있다니!'


하지만 이게 엄청난 착각이었음을 장장 1년 반에 걸쳐 확인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