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긴 짓는구나!

주택협동조합 입문기(2)-허가까지의 우여곡절

by 이진희

'와~ 내가 전생에 복을 많이 지었나보다. 이렇게 쉽게 집을 지을 수 있다니!'


그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건축허가가 안 난 채로 자꾸 시간이 흘렀어요. 진입로가 문제였습니다. 땅을 사기 전에 문제없다고 해당부서로부터 확인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요. 저희 토지 주변에 몇 개월 전에 허가를 받아 새로 지은 건물도 있어서 의심할 여지가 없었죠.


어떤 사람이 진입로 주변 땅을 사면서 사건이 시작되었어요. 진입로가 소방도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꼼수를 쓴 거지요. 수십 년동안 동네 진입로로 쓰이던 길이라 저희뿐 아니라 마을 전체의 건축허가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습니다.


처음엔 간단해 보였어요. 구청 담당자가 땅주인에게 사용허가서만 받으면 된다더라고요. 그래서 대표분이 연락을 했는데 땅주인도 대리인도 자꾸 피하고 딴소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마을 분들을 동원해서 민원을 넣고, 자기가 산 값의 몇배를 지자체에 요구했다더군요. 나라에서 보상을 받아 돈을 벌려고 했나봅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사이 착공이 늦어집니다. 부엌가구며 인테리어며 준비도 멈췄어요. 문제가 꼬인 채로 차일피일 미뤄지니 조합원들도 속상했지요.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서로 날카롭고 예민해지기도 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돈과, 당장의 주거가 문제되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래도 상황이 나은 편이었습니다. 집주인이 이야기를 듣더니 흔쾌히 전세기간을 연장해 주었거든요. 일정에 맞춰 집을 팔거나, 대출받은 분들은 당장 살 곳이 막막해 지기도 하고 하루하루 이자가 나가서 답답하고 화가 났지요.


무엇보다 힘든 건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거였어요. 결정권자는 공무원과 그 땅주인이었으니까요. 다른 방법을 찾으려니 건축법이나 주택법규도 잘 모르고요. 민원 넣으러 갈 때 그저 머리수를 채우는 밖에요. 담당 공무원 분에게 하소연도 하고 부탁도 했습니다. 마침 회사도 파업 중이라 오전엔 구청, 오후엔 회사, 1일 2집회인 날도 있었어요. '아~ 이래서 집짓는 게 힘들다는 거구나' 절감하는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래도 예비이웃들과 함께라는 게 큰 힘이 되었어요. 답답해도 같이 답답하고, 항의를 해도 같이 항의할 수 있었으니까요. 혼자라면 진작에 포기했을 거에요.

집짓기가 교착상태일 때 오히려 공동체의 힘을 느꼈어요. 사이사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열여덟 가구, 오십여 명의 예비이웃들 혹은 그 지인과 친인척 중에 관련 일을 하는 분들이 도와주셨거든요.


꼬박 한 해를 넘겨가며 plan A-B-C를 다 거쳤습니다. 결국 적법한 절차로 문제가 해결되었지요. 건축허가가 났다는 연락에 얼마나 기뻤는지. 지난 1월 초, 드디어 착공에 들어갔습니다. 때마침 한파가 닥쳐 공사가 빨리 진척되진 못하지만 그래도 진행된다는 자체가 참 감사해요.


'너 집짓는다더니 언제 이사가니?' 라는 질문을 1년 넘게 받았는데, 이제 '올해 가을정도에’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어요. 신년회하며 물어보니 이웃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더군요. 주변에서 걱정도 많이 했다고 하고요.

서랍 깊숙이 넣어 두었던 설계도면도 다시 꺼냈어요. 조명, 전자제품, 바닥재, 벽지, 도기, 부엌가구... 챙겨야 할 것들을 다시 추리기 시작했고요.


다음 글은 시간을 거슬러 설계 초반으로 가보려고 해요. 어떻게 평면을 구성하고 수정하며 최종안을 만들었는지, 그역시 지난했지만 재밌었던 과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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