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조지 레이코프, 엘리자베스 웨흘링 지음, 나익주 옮김

by 이진희

원제(Your Brain’s Politics)에 비해 한국어판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지만 읽고나니 꽤 잘 지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우리의 정치적 입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언어를 통해 공고해지는지 대화형식으로 차근차근 풀어간다. 까다로운 주제지만 재밌게 읽었던 건 이 형식 덕분이었다.


책에 따르면 뇌는 은유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심리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프레임’ 개념과 성장과정의 경험이 정치적 입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매우 흥미롭다.


단적으로 저자는 ‘아버지만 존재하는 세계’와 ‘부모가 함께하는 세계’로 구분한다.


‘엄격한 아버지(꼭 이 아버지가 남성이란 법은 없음) 모형’은 각자가 세상과 경쟁하고 대결한다고 본다. 실제 사회는 구성원들이 국가로 대표되는 공동의 부를 형성하고 이걸 기반으로 자신의 사업체를 설립하고 유지하지만 ‘엄격한 아버지 모델’은 철저히 ‘자수성가’를 신봉한다. 그 사이 공적인 역량은 간단히 무시된다. ‘일베’의 세계관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한편으로 ‘자애로운 부모 모형’은 사회가 합의에 의해 이뤄지며 그 기반은 공동이 만들어가는 사회적 부라고 본다. 복지나 세금은 곧, 협력과 도움을 의미한다.


‘국가는 가정’이라는 은유와 이 은유에 담긴 도덕성의 경쟁이 주요 쟁점이다. 논쟁을 따라가다보면 진보와 보수의 기원과 뿌리 깊은 갈등을 머리를 뛰어 넘어서 가슴으로 이해하게 된다.


‘가정에서는 자애롭고 직장에서는 엄격한 사람들’이나 ‘세금에 대한 상반된 표현-공동의 부를 축적하는 것인가, 내가 자수성가해서 쌓은 부를 국가가 빼앗아가는 것인가’ 등 이성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현상도 의외로 손쉽게 이해된다.


이 책은,

- 진보든 보수든 스스로의 정치적 성향이 어떤 기반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

- 나와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은 사람

- 나의 정치적 성향을 더 많은 사람들과 효율적으로 나누고 싶은 사람

...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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