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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길효 Oct 04. 2020

취향 하나. 향수

남자는 남자 향수, 여자는 여자 향수

발칙


한 소제목과 달리 젠더 이슈를 가지고 향을 얘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향수나 디퓨저, 캔들을 고를 때면 점원 분들이 가장 먼저 어필하는 건 


"남자 분들이 좋아하는 향이에요"

"여자 분들이 좋아하는 향이에요"


이다. 내 성별이 아닌 취향이나 기분을 먼저 물어봐주는 분을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


발단


향은 내 기분을 만들어 준다. 향수에 관심을 갖게 된 첫번째 계기는 지하철 통근 때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지하철역 5m 앞에서 이제 막 연초를 피고 지친 얼굴로 연초 향을 온 지하철에 흩뿌리고 있을 때, 도피처가 필요해서였다. 밀폐 된 공간에서 연초 향을 맡으면 두통이 와 컨디션이 급격히 저하되고 이는 업무에 지대한 영항을... 이라기보단 내 기분이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불쾌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향은, mood는, 내겐 공간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첫 입문으로 산 향이 바로 아틀리에 코롱 세드르 아틀라woody한 향이 주인 내 첫번째 향수다. (사실 생각했던 우디와 다른 느낌이라 어색했지만 가볍고 잔향이 좋아 여전히 사용 중이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마스크를 차고 다녀, 불쾌한 경험은 덜하지만 여전히 답답한 곳에 있을 때는, 손목을 코로 가져다 가는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전개


첫 향을 접하고, 그 기분이 오래 남아 조향 클래스(!)를 듣게 되었다. (전형적인 대한민국 사람이라 알고 싶은게 있으면 꼭 학원을 찾아간다) 덕분에 향의 구조에 대해서 즐겁게 배웠고, 초보 조향사 자격증(?) 취득에도 운좋게 성공해버렸다. 내가 생각보다 향을 잘 맞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지금 기억에 많이 남는 건, 편견없이 향을 맡다보니 달큰한 꽃향 역시 기분에 따라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꽃향 원료는 꽃 냄새가 안났던 것도 신기) 그래서인지 더 향을 편견없이 보려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위기


위기는 재정적 위기(!). 향수는 특히 니치향수는 이것저것 써보기엔 꽤 값이 나간다. (가격이 비싼 것에는 동의하는게, 어느정도 사치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너무 저렴하면 브랜드 형성도 퀄리티 상승도 못하는 이도 저도 안되는 향이 나올 수 있기에 좋은 향수는 어느정도 가격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나와 어울리는 향을 고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호기심이 생기면 어떻게든 해보는 편이라 자말론(자라 + 조말론 콜라보레이션 향수를 이렇게 부르곤 하였더랬..) 향수를 모든 종류를 다 구매해버렸다. 이래서 덕질에 재력은 필수다. 


절정


재정적 위기가 심화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니치향수 브랜드의 체험판(?)을 대량 구매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 내가 가진 향수는 향만 20종이 넘는다(!) 언제 다 뿌려본담...



결말


결말은 지금 내가 마음을 연 이 취향을 잘 가꾸어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조향 클래스 심화반을 신청했고, 좋아하는 향을 꼼꼼히 기록해보려 노력하고 있다. 


작아서 안보이겠지만..


결국 이 취향을 가꾸어가는 건 내가 할 일이고, 그렇다면 더 심화된 방법으로 향을 가꿔가보고 싶다. (그래서 향을 만들거나, 팔거나 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단순이 스쳐지나가는 경험이 아니라 온전히 내 인생에 같이 갈, 그리고 누군가에게도 가치를 줄 수 있는 일로 취향을 키울 수 있다면 오래도록 즐겁게 이 취미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향수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ttps://www.fragrantica.com/ 에 방문해 검색해보자. 어떤 향이 어떤 원료로 구성되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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