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세상] 6. 나에게로 갇힌 세상

by 기리니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홀로 화장실에 박혀 있기를 수시간. 겨우 잠에 들어 다음 날 일어나면 녹슨 스위치가 삐걱대며 켜지는 것처럼 침투하는 강박사고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지고 벌써부터 피로하여 마음을 가다듬기를 수십 번이었다.


본격적으로 강박사고가 시작된 후로부터 나는 내 세상에 갇혀버렸다. 공부를 할 때도, 책을 읽을 때도,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를 해도, 회사에서 업무를 할 때도 예외란 없었다. 간혹 유예만 있었을 뿐이다. 아주 가끔 단비가 내리듯 평소보다 반추가 덜할 때가 있었지만 나에게 마음의 안락함이란 주어지지 않는 보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가끔은 가슴팍 저 심연에 암흑과 같은 곰팡이가 슬어 깨부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일상을 살고 싶다는 소망이 간절해졌다.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다가 '자폐증'에 대해 접하게 되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라고 불리는 이 질병은 제한된 의사소통과 반복적인 행동을 특징으로 한다. 국어사전에는 자폐증을 '심리적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자기 내면세계에 틀어박히는 정신적인 질환(네이버 어학사전)'이라고 명시해 두었다. 한자로는 '스스로 자(自)' '닫을 폐(閉)'를 사용한다. 한 마디로 스스로에게 갇혀버린 상태를 말한다.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사람의 터무니없는 실언이 돼버릴까 싶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나의 강박사고가 말 그대로 '자폐(自閉)'라고 생각했다. 내 사고 속에 갇혀버려 앞에 펼쳐진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안에 가둬버린, 그야말로 갇혀버리고 닫아버린 내 세상. 그것이 내가 아는 강박의 지독한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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