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세상] 9. 선망의 대상

by 기리니

살아가면서 몇 번이나 나의 열등감과 질투심에 직면하곤 한다. 내 기준에서 소위 나보다 '잘난 사람'을 마주하게 되는건데, 그 사람들을 마주하게 될 때면 마음 속 질투가 뜨겁고 깊이있게 타들어간다. 기준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외적으로 훌륭한 사람, 일을 잘 하는 사람,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잘난 사람'이다. 즉 내가 갖고 있지 못해 선망하게 되는 대상말이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선망하는(이는 곧 내가 가장 질투하는) 사람이 있다.


― 투명한 선의를 가진 따뜻한 사람


복지기관에서 일한다는 말은 내가 챙길 대상자가 있다는 말을 의미한다. 대상자의 필요와 욕구를 파악하고 정상적인 삶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원조하는 일이 나의 역할이었다. 이 과정에서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도 중요하지만 감성과 공감의 능력과 같이 예술적 능력도 필수적이다. 과학적인 능력과 예술적 능력을 통해 대상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지역사회 자원과 연결하는 우리의 과정을 '사례관리'라고 하는데, 자랑은 아니지만 사례관리에 대한 능력도 높이 평가받아왔다. 대상자와의 관계에 대한 노력과 신뢰를 통해 내가 사례관리 하는 대상자와 보호자들도 나를 믿고 찾아주었고, 이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프로그램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일 해오기를 몇 년. 나는 정말 내가 일을 잘 한다고, 내 마음이 따뜻하다고 믿었었다. 그건 내 자만이고 착각이었다.


창피한 고백이지만 난 대상자에 대한 진솔한 마음보다도 대상자를 응대하는 노련함을 통해 내 스스로가 인정받는 것을 좋아했다. 정말로 그 대상자가 원하는 것이 모호할 때, '좋은 결과'를 위해 조언하고 유도하고 이끌어갔다. 이게 과연 누구를 위한 복지인 것일까.


이 길을 걸어가는 상사들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반응은 또 달랐다. 복지라는 것 또한 직업의 일종으로, 자신의 보람과 성장 없이는 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자연스러움의 일부라는 것이다. 혼란의 과정을 겪으며 나는 나의 생각도 맞고 상사의 생각도 맞음을 알 수 있었다.


위로가 되는 상사들의 조언이었지만 여전히 내 마음을 혼란시키는 것이 있었다. 이런 생각이 부질없이 만드는 사실, 세상에는 투명한 선의를 가진 따뜻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 앞에 놓인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에게 구태여 드러내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의 단단하고 묵직한 투명구슬이 더 찬란히 빛이나는 사람. 실속 없이 겉으로 드러나는 빈껍데기인 사람이 아니라, 조용히 알찬 사람.


그런 사람들을 곁에 두고 관찰하면 할수록 나는 한 없이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었다. 나의 모습이 요란한 빈 껍데기인 것 처럼 느껴져 참을 수가 없었다. 모순적인 삶을 살고 있는 내 삶에 회의를 던지게 되었다. 가슴이 불안으로 두근거리고 답답했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따뜻함에 그저 굴복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천성을 따라갈 수는 없다. 무력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과 같이 그저 부러워만 하게 되는 것이다. 알고 있다. 이 또한 사람의 본성에 대한 완전무결함을 비합리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의 강박이라는 것을.


그렇지만 그런 순수한 따뜻함을 나는 좋아한다.

그들을 질투한다. 그리고 선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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