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를 만난 것은 시간이 꽤 흐른 어느 여름날.
아늑한 상담실에서였다.
자꾸만 불안해지는 나 자신과, 내가 현재 꾸린 가정과 앞으로 꾸려나갈 모습에 대한 보호막이 필요했다. (이제와 이걸 예방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더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한 예방책과 스스로에 대해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고민을 거듭한 결과 드디어 제 발로 상담실을 찾은 것이다.
강박증에 초점 맞춘 상담은 아니었지만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자연스럽게 강박 기질은 표면 위로 떠올랐다.
예컨대 일을 대하는 태도나 인간관계에 대한 태도에서 비합리적인 신념이 자주 드러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두각을 나타나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높은 이상향과 기준점이었다.
내게 주어진 일을 함에 있어서 보통의 사람들이 70의 몫을 한다면 나는 85~90의 몫을 한다. 그 노력을 주위에서 인정해 주지만 내가 바라보는 곳은 120의 지점이기 때문에 타인의 칭찬과 스스로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 열심히 해도 열심히 한 것 같지 않았고, 노력을 했음에도 더 잘할 수 있었을 것만 같았다. 내 노력은 아주 미비해서 마치 겉만 번지르르한 빈수레와 같이 느껴지곤 했다.
이게 얼마나 사람을 내모는 일인지,
난 늘 결핍을 느끼고 굶주림에 스스로를 모질게 대하면서도 자주 지쳐서 더 힘을 내지 못했고, 나는 그런 스스로를 다시 손가락질했다.
이상이 높은 것은 목표가 높다는 것,
목표가 높다는 것은 내가 앞으로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
그렇지만 그 기대가 그저 이상에만 머무르게 되면 현실은 그 무엇에 비할 수도 없이 작아지게 돼버린다.
그게 바로 나와 강박이 살아가면서 자주 마주하게 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