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강박증인 줄을 모르거나, 아니면 나와 같이 강박증을 혼자 짊어지는 것이라면 모르지만 내가 아는 한 우리 집안에서 강박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 가족 환경이야 불안했고 그중에서도 유독 불안에 취약한 가족구성원은 있었지만 나처럼 강박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 강박증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강박증의 발생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은 다양하다. 신경생물학, 유전학, 신경심리학, 환경 등 다양한 관점에서 강박증의 원인을 설명한 이론들이 늘어섰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강박증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정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토록 이유도 결과도 불명확한 불안의 소용돌이 '강박증'.
과연 어떤 이유들로 설명될 수 있을까?
여러 근거들 중 나의 양상과 성찰에 가장 가까운 부분을 찾아보자면,
바로 *역기능적 신념이다.
이 주장에서는 세 가지 서로 관련된 신념이 강박장애 증상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가정된다.
① 완벽주의 및 불확실성을 참지 못하는 것
② 생각을 지나치게 중시하며 생각을 통제하려는 욕구
③ 과도한 책임감과 위협에 대한 과대평가
일반적으로 이런 신념들, 특히 과도한 책임감이 강박장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있다고 한다.
쓰면서 마음이 쿡쿡 찌르듯이 쑤시는데, 이 세 가지 신념은 내 기저에 깔려있는 사고라고 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스트레스받았고 머릿속을 흘러가는 생각을 통제하려고 애를 썼다. 흘러가는 생각이 내 도덕성과 맞지 않는 사고라면 그 생각이 떠오른 자체만으로 불안해졌다. 불안을 유보하거나 흘려보내지를 못하니 사고에 갇혀버려 그토록 화장실이나 침실에 박혀있었던 것이다. 상담을 통해 듣기도 했지만 나는 불안을 유예하는 힘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었다.
강박증을 야기하는 '과도한 책임감'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느낀다. 내 주위 상황에 대하여 '내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만 해'라는 당위적 생각 보다도 '책임을 진다는 것은 중대한 일인데 나는 어느 정도의 책임에서 적.당.히 멈춰버리고 나만 생각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강하지 않다.'라는 생각이 든다. '책임감'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는 나에게 이 정도로 괴롭게 다가오는 것이다. 말 그래도 적당히 하기 때문에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라고 판단해 버리는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주위에서는 나를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칭한다.
강박증은 이토록 비합리적이고 어긋난 버린 신념들로 나를 내몰아친다.
어긋나 버린 책임감의 방향이,
도덕에 대한 강한 신념이,
삶에 대한 강한 집념이
뭉치고 뭉쳐서 연민 서리고 가시 돋친 꽃 한 송이가 되는 것이었다.
[*출처 : 아동·청소년 정신병리학 제3판 (시그마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