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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테 Jul 26. 2020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 day5

모든 화살표는 이미 내 안에 있었다.


# 혼자이기에 느끼는 즐거움도 있는걸요!


밖에서 와글와글 거리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꼼지락거리다가 아침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테이블에 앉으니 알베르게(숙소) 할아버지께서 뜨거운 물과 함께 티백 몇 개를 가져다주셨다. 여전히 적응 안 되는 격하게 바싹한 토스트와 서양인들의 대화 소리를 ASMR 들으며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알베르게 조식

곧 내가 앉은 테이블에 외국인 할머니 4분이 앉으셨다. 이 곳 알베르게에 동양인이 혼자 있는 게 신기하셨던 건지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 혼자 걷고 있는 것인지 등등. 비록 대화가 잘 통하지는 않았으나, 나를 향한 호기심 어린 그들의 눈빛은 선명했다. 홀로 왔어도 이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동행하며 같이 어울리는 것이 대부분인데 아무래도 내가 정말 혼자 있으니, 그들 눈에는 그것이 의아스러웠나 보다. 그들 중 어떤 할머니는 나를 "왜 혼자 다녀?"라는 듯한 눈길로 껄끄럽게 쳐다보기도 했다. 그녀의 그런 눈길이 반갑지는 않았으나, 'Whatever.' 이란 목소리가 마음속에 퍼졌다. 


혼자인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그녀의 자유다. 그리고 그건 곧 그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자 족쇄로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나는 그런 외부의 시선과 편견에 위축되지 않고, 조금 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련다. 한편으로는 말해주고 싶었다. 세상에는 함께이기에 즐거운 일도 많지만, 혼자이기에 느끼는 즐거움도 있다고. 그건 나를 온전하게 해 주며 성장시켜준다고.

알베르게 계단에 있던 신발 한 짝 화분

# 일상에 있을 때는 몰랐어.


길을 나서고 얼마 안 되어 공원에 들어서게 되었다. 초록색 나무들도, 잔디도, 반짝반짝 비추는 해도, 마치 모든 것이 오늘의 시작을 응원해주는 것만 같았다. 주변으로 살짝만 눈을 돌려도 나를 향한 응원의 에너지는 이렇게나 곳곳에 퍼져있음을 알 수 있다.

공원에 조깅과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문득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아, 오늘 토요일이구나.'


날짜와 요일마저 잊게 만드는 여정을 내가 걷고 있구나- 싶기도 했지만, 그들의 일상에 눈길이 자꾸만 흘러갔다. 휴일에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고, 그들이 휴식 겸 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음이 전해졌다. 자연스레 한국에 있을 때 나는 어떠했는지를 떠올리게 되었다. 일상을 보내면서 왜 조금도 나에게 그런 여유와 힐링을 자주 공급해주지 않았을까. 돈이 드는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닌데 말이야. 삶의 여유는 어쩌면 외부적인 요소가 아니라(돈, 명예, 인기, 권력 등등) 일상 속 스스로에게 느긋함을 허용해주는 열린 마음 아닐까? 


커다란 나무가 보이길래 잠시 팔을 뻗어 나무를 껴안았다. 나무의 깊은 뿌리를 느껴보며, 단단함과 함께 싱그러운 에너지를 전해받는 것 같았다. 

벤치에 앉아 악기를 연주 중이던 아저씨

어느덧 사람들이 사라지고 주변이 조용해졌다. 길을 걸으면서 종종 미래에 내가 살고 싶은 주변 환경에 대해 상상해보았다. 아무래도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운 자연이 많다 보니, 또 서울과는 다른 환경이다 보니 그렇게 이어지는 것 같았다. 힘들다가도 정신없이 이런 생각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즐거움이 올라오고 시간도 훌쩍 지나간다. 


솔직히 나는 바다를 좋아했다. 물론 여전히 바다를 더 좋아하지만, 언제든 산책하고 누릴 수 있는 커다란 초록빛 잔디와 나무, 숲, 산이 추가되었다. 나에게는 초록색과 파란색이 주는 기쁨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이들에게 이 즐거움을 전해주고 싶을 만큼. 

홀로 걸어가던 외국인 순례자

그리고 5일 동안 알게 된 새로운 사실. 내가 다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리를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그 다리를 건널 때는 더 좋아지고. 어찌 보면 사소한 것들이지만, 30년을 살면서도 몰랐던 것을 이렇게 먼 여정을 떠나오니 하나하나 알게 되는 것들이 나를 즐겁게 해 준다. 


# 휴식도 필요한 법!

1시간쯤 걸었을까. 슬슬 지침이 올라왔다. 이 길이 마냥 흐뭇하고 좋은 건 아니니까. 걷다 보면 나는 여기서 왜 이런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올라오기도 하고, 나만 이 세상에 홀로 적응하지 못한 동떨어진 존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묵직하게 무언가 아래로 끌어당기는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들판을 둘러보다가, 오른쪽에 그저 성큼성큼 발을 내딛고 있는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그림자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오글거릴지도 모르겠지만, 그 순간 지쳐있는 나와 함께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너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그래... 나 이렇게 앞으로 내딛고 있구나.'


오늘 만난 첫 마을

본격적으로 순례길을 걸은지 4일 차가 되었고, 어제까지 70km를 넘게 걸어왔다. 총 800km에 40일 여정으로 계획하고 왔기에 오늘은 조금 짧게 걸어도 될 것 같았다. 편했던 집을 떠나 일주일이 되어가니 몸에도 휴식이 필요한 것 같았다. 


'오늘은 5km만 걷자.'


그렇게 도착한 첫 마을. 크지도, 작지도 않은 (물론 기준에 따라 굉장히 작은 마을이지만) 마을이었다. 시간은 9시 반이었고, 배도 고프던 참에 바르에서 배 좀 채우고서 오늘은 이곳에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작은 마을을 둘러보다 보니 음식점이 몇 개 없기도 했지만 문을 열지 않은 것 같았다.


"아, 너무 빨리 왔네. 어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가 없어 결국 더 걸어가기로 했다. 다음 마을은 이 곳에서 10km 후에나 있었다. 일찍 쉬어보겠다며 들떠있던 참에 10km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허탈했다. 


'하긴, 5km만 걸을 거였음 애초에 팜플로나에서 연박을 하는 것이 베스트였겠네.'라는 생각을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순례자가 그려져 있던 벽화

마을을 벗어나니 금세 사막처럼 삭막해 보이는 길이 나왔다. 거기다 끝이 없이 펼쳐져있는 것만 같았다. 마음 상태가 반영된 것이겠지.


'아~~ 너무 가기 싫다!!!'


왼쪽임을 알려주던 표지판
4명의 아이들과 아빠 순례자

어느새 순례자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걸음이 느린 편이라, 늘 걷다 보면 어느새 많은 순례자들이 나를 지나쳐가고는 한다. 그래도 오전 내내 혼자 걸어왔는데, 점점 순례자들이 많아지니 이 길을 나만 걷고 있지 않음이 새삼 다가왔다. 그들 중에 4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홀로 배낭을 멘 채 지친 표정으로 걷는 아저씨를 보게 되었다. 


"올라~"

"올라~"


인사를 하며 너무나 해맑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아이들의 텐션이 부럽기도 했고. 서로 장난치며 뛰어다니고 걷다가도 금세 힘들다며 아빠에게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아빠 순례자의 표정에서 노곤함이 느껴져, 그가 과연 이 힘든 여정을 선택한 것을 이제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가 궁금해졌다. 한편으로는 아빠의 선택에 이 길을 따라와야 했을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지도 궁금했다. 글쎄, 지금 당장은 알 수 없겠지. 이 여정이 끝나고 각자 어떻게 추억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

아이들은 멀어지고 저 멀리 다리를 절뚝이며 걷고 있던 순례자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의 절뚝거림을 바라보면서 긴 여정 속 건강한 몸은 엄청난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저렇게 절뚝이고 있었다면 많은 불안과 걱정, 두려움에 지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 차 오르지 않았을까 싶었다. 40일 동안에도,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소중한 몸을 위해, 그리고 행복한 삶을 위해 건강하게 살아가자고 다짐했다. 잃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왼쪽에 작은 호수가 보이는 것 같길래 잠시 안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와, 너무 예쁘잖아!"


한두 명의 다른 순례자들도 함께 풍경을 감상했는데, 걷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지나쳐가는 순례자들도 있었다. 그들이 이 장면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것이 못내 내가 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걷는 것만이 목적은 아닐 텐데, 왜 코 앞의 아름다움을 놓고도 못 보고 지나쳐야만 할까? 삶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일상 속 즐거움과 여유는 왜 놓치게 되는 것일까?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있다는 사소함에도 감사함이 올라왔다.
휴식 중

휴식을 취하다가 4일째 70km를 넘게 걸으면서도 잘 버텨주고 있는 몸에 고마움을 전했다.

외국인 순례자와 서로 나눠먹은 간식들.

아까 절뚝이면서 걷던 순례자도 어느새 옆 자리에 와 앉았다. 아몬드를 꺼내더니 나에게 한주먹을 나눠주었다. 나도 주섬주섬 배낭에서 귤을 꺼내 그에게 전했고, 나도 남은 하나를 까먹었다. 서로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처음 보는 사이지만 이 길을 같이 걷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쉽게 동지애가 생긴다. 거리낌 없이 음식을 나눠먹기도 하고,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어쩌면 누군가와 주고받는 진심은 그리 어려울 것도, 거창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힘들지만 즐거울 수 있는 건.

zariquegui 싸리께끼 마을

드디어 두 번째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이라고 하기가 뭐할 정도로 몇 채의 집이 전부였고, 골목에 작은 바르 하나가 위치해있었다. 그렇지만 이 작은 마을이 너무 예뻐 보였다!

마을에 딱 하나 있는 bar 바르

팜플로나에서 출발한 지 4시간 정도가 되었고 오늘은 정말 짧게 걷고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싸리께끼 마을에 딱 하나 있는 알베르게는 바르를 함께 운영 중이었다. 바르에 들어가 알베르게에 머물고 싶다는 얘기를 했더니 주인아저씨가 "벌써? 이렇게 일찍?"이라고 말하는 듯했지만 이내 웃으시며 알베르게로 안내해주었다. 

오늘의 알베르게

알베르게로 들어서자 일찍 쉰다는 생각에 설렘이 몰려들었다. 무엇보다 알베르게 상태가 너무 깨끗하고 좋았다. 주인아저씨가 오늘의 첫 손님이라며 행운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행운이라는 건지, 본인이 행운이라는 건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서로를 향해 배시시 웃었다. 2층 발코니 앞 침대에 자리를 잡았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마을 풍경과 햇살에 마치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크리덴시알

그리고 벌써 크리덴시알의 한쪽 페이지가 가득 채워졌다. 알록달록한 쎄요를 보고 있자니 즐거워졌다. 요즘 나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모든 페이지가 알록달록해질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와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바르를 찾았다.

주인아저씨에게 채식주의자라고 메뉴 추천을 부탁드렸더니 믹스 샐러드를 추천해주었다. 

각종 채소와 바게트가 나왔다. 배도 고팠지만 야채가 싱싱해서 정말 맛있었다. 특히 올리브의 맛에 빠져버렸다. 


'아니, 올리브가 이렇게나 맛있는 음식이었어?'

한참을 먹고 있는데, 아저씨가 오더니 갑자기 막 웃는다. 바구니에 들어있던 소스를 꺼내 주면서 뿌려먹으라는 제스처를 취하셨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소스도 안 뿌리고 생으로 먹고 있었다.  아저씨와 다시 한번 마주 보며 서로 웃었다. 


알베르게로 돌아와 잠시 꿀잠을 잤다. 하나둘씩 들어오는 순례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붙잡고 블로그 포스팅과 유튜브 영상 편집을 하고 나니 어느덧 저녁 7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작은 핸드폰으로 하루하루를 기록하려니 꽤 벅차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함이 올라왔다. 모든 작업이 낯설고 어설프고 어색하지만 그래도 해나가고 있음에 대한 만족감이었다. 일찍 쉬기를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정말 꿀 같은 하루를 보냈다.


다시 저녁을 먹기 위해 바르를 찾았다. 오후 7시가 넘은 시각이지만 밖은 오후 3~4시처럼 밝았다. 10월의 한국은 이미 어두울 시간이지만 스페인은 밤 10시는 되어야 해가 저물었다. 하지만 저녁은 저녁인지 날씨가 쌀쌀하고 추웠다.

야채 수프와 초코 케이크 한조각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던 참에 야채수프를 하나 주문했고, 양이 모자라 초콜릿 케이크를 하나 더 시켰다. 주인아저씨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가 미소를 지었다. 때때로 윙크로 장난을 치는 그를 보며 웃음이 났다. 어제, 오늘 온통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들 틈에서도 홀로 잘 지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조금 심심하기는 했지만.


와인을 먹으며 저녁을 먹고 있는 순례자들로 꽤 시끄러운 가게를 둘러보며 수프를 먹고 있었는데, 한 외국인 순례자가 내 옆에 앉더니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었다. 그녀와 파파고 번역기 어플로 서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이 길을 왜 걷게 되었는지 묻는 질문에, 20대를 돌아보려고 왔다고 전했다. 그녀는 잠시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혼자서 이 길을 걷는 나에게 응원한다는 말을 전했다. 나도 그렇고 그녀도 좀 더 깊은 대화를 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번역기 어플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잠시나마 외국인과 이런 소통을 나눈 것이 재밌었고 신선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녀가 다시 무리 틈으로 돌아가고 나자, 이번에는 주인아저씨가 번역기를 돌린 핸드폰을 들고 왔다. 화면에는 매력 있는 사람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의 눈에 내가 왜 그렇게 비친 건지 문득 알 것만 같았다. 낯선 곳에서 내내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있었다. 오랜 시간 히키코모리로 지냈던 내가 다시 세상 밖으로 처음 걸음을 내딛다 보니 자연스레 내 안의 호기심 가득한 아이가 흘러나왔던 것 같다. 그리고 아저씨의 그 말은 나에게 따스한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가장 작은 조각이 되어 세상에서 너무나 볼품없고 초라한 존재로 영영 이 암흑을 벗어나지 못할 거라 자학하던 시절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러나 터널은 언제나 끝이 있는 법이었다.

주인아저씨가 서비스로 준 물 한 병.

주인아저씨가 와인이나 물을 서비스로 주고 싶다고 하셨다. 와인 한 병과 물 한 병이 같은 가격이란 점이 새삼 신기했다. 그에게 물을 요청했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물을 가져다주는 그에게 셀카 영상을 같이 찍자고 요청했는데 흔쾌히 받아주었고, 즐거운 추억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도 핸드폰을 들고 오더니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고, 나도 그의 사진첩에 추억의 한 장면으로 담기게 되었다.

오늘 하루도 안녕, 수고했어!

즐거웠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힘들고 피곤하지만 이 길이 즐거울 수 있는 건,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들과 마음을 전해주는 다양한 사람들 덕분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할 수 있는 내가 존재하기 때문도. 


내일은 또 어떤 여정이 펼쳐질까? 궁금해하며 이내 잠에 들었다.



[2019. 10. 05.]

팜플로나 → 싸리께끼 

(난이도 ★, 총 12km)   


ᵀᴿᴬⱽᴱᴸᴴᴱ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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