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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걸크업 May 08. 2020

첫 독립을 하기까지

우리는 모두 미성숙하지만, 스스로를 책임져야만 해.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을 시작한 지 이제 막 3주가 되었다. 

첫 주는 그동안 얼마나 부모에게 의존해왔는지를 절절히 느낀 시간들이었다.


사소한 생필품 하나까지 직접 내 돈으로 구매하면서 깨닫는다.

매일 아침마다 엄마가 갈아주던 주스를 떠올리며 생각한다.

종종 편하게 아빠 차를 운전하고 다니다가 뚜벅이 생활이 되자 부끄러워진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나는 여전히 부모의 품 안에서 있었구나 싶어서..


그러면서도 부모의 간섭과 참견은 못 마땅해하며 그들을 몰아세우고는 했었다.

나도 다 큰 성인이라며,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때때로 그들을 무시했고 외면했다.

굉장히 미성숙했고 이기적이었다.


어렵고, 귀찮고, 힘든 부분은 부모의 뒤에 숨어서 쉽게 얻었으며

스스로 책임져야 할 부분들은 나 몰라라 했다.

하지만 정작 내 삶의 벽을 마주할 때면 그들을 탓하기도 했다.


부모는 평생 나의 보호자이자 양육자라 생각했다.

내 삶의 대부분을 부모의 인정과 사랑,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들이 원하는 모습이 되고자 애써왔다.

이 시대는 부모의 성공 여부가 마치 자녀의 성공 여부에 따라 정해지는 것처럼 구니까.


내가 잘 풀려야 부모가 행복하고, 부모의 삶이 무의미해지지 않는 줄 알았다.

그들이 실패하지 않았음을, 

'자식농사'가 망치지 않았음을 내가 증명해야 한다고 사회를 통해 배웠다.

그들의 빛바랜 삶의 의미와 모든 결핍들을 내가 대신 채워줘야 할 것만 같았다.

그게 자식의 몫이자 의무라고 느꼈다.


그리고 그건 곧 나의 성공이기도 했다.

그걸 증명해내지 못한다면 

나는 이 사회에서 패배자이자 루저가 되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정말로, 결코 아니었다.


부모라고 해서 나에 대해,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해 다 아는 건 아니다.

그들 또한 나와 같이 이 세상의 미성숙한 존재들일뿐이다.

그것은 그들 탓도, 나의 탓도 아니었다.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이치였다.


부모가 나의 삶을, 나의 행복을 온전히 책임져주지 못하듯이

나 또한 부모의 삶을, 부모의 행복을 내가 온전히 책임져주지 못한다.

서로 이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건 타인이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님을. 오로지 나 하나만이 내 삶의 의미와 행복을 책임질 수 있음을.


사랑하는 나의 부모가 그들의 삶을 단단하게 걸어 나가는 것을 그저 묵묵히 바라보며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오히려 그것이 사랑이었다. 내가 그들의 삶을 대신 짊어지려고 했던 것은 사랑이 아니라 나의 오만이자 환상이었음을 깨닫는다. 그건 부모도, 자식도 서로에게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무엇보다 나의 부모는 내 걱정과는 달리 생각보다 훨씬 더 강인했다.

수많은 인생의 파도를 넘으며 자신들의 중심과 뿌리를 단단히 다져온 존재들임을 보았다.

어쩌면 그동안 나만의 작은 시야와 편견으로 그들을 더 약하게 본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들을 틀에 가두며 작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무섭고 두렵더라도, 

스스로를 이끌어야 한다.

타인의 삶은 타인의 몫으로 놔둘 줄도 알아야 한다.

그들도 그들만의 중심을 단단히 뿌리내릴 강인함이 있음을 존중해야 한다.


그 누구도 나를 온전히 책임져줄 수도 없었고, 그래서도 안되는 거였다.

홀로 자립할 수 있을 때만이 같이 걸어 나갈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내 몫조차도 힘들어 버거워했던 나처럼

나의 부모도 그들의 몫이 참으로 버겁고 힘들었을 텐데..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그들의 몫 이상까지 짊어져야만 했을 그들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감사하다. 많이 미숙하고 서툴렀을지라도, 그들의 마음을 이제는 더 깊이 알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사랑하는 엄마, 아빠에게 마음 깊이 내 에너지를 전해주면서 자야겠다. 


고맙다고. 애썼다고.  

언제까지나 당신들을 사랑한다고.

이 마음 하나로 우리는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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