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

by girok

초연해지는 것이 그렇게 되어가는 과정이 두렵다. 마음이 죽은 것만 같다. 담담하게 나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 언제나, 나는 죄인이었다.이제 더는 상처를 주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아서 웃으며 지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고 행동했다. 어리석은 내 행동이 날 더 괴롭게 했다.


약을 먹고 나면 잠이 잘 와서 좋았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니까 나는 자주 나를 속이며 잘 사는 듯 행동했다. 곪아 버린 마음이 이제는 당연하다 여겨진다.


글은 나를 포장하기에 좋은 수단이자 유일한 도피처다. 그런데 왜 탈출구는 없을까 도피한 곳에도 문은 없었다. 비우는 삶을 산다. 하나 둘 비워내고 있는 내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책상에 붙여져 있는 진료 시간표와 약 봉투 이게 내 현실이구나 싶었다. 나는 사실 괜찮지 않은데 그동안 괜찮은 척 연기를 하고 있었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죽을 것 같은 내 마음 상태를 표현할 수가 없었다. 나를 내리치고 내 삶을 내리치면서 버텨왔는데 이렇게 다시 힘들 줄 알았다면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나았을까, 그저 다 지나간다는 말이 싫다. 그렇게 지나고 나면 남아있는 게 없을 테니까,


나는 또 내일은 무슨 말을 할까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할까 생각하고 생각한다. 이런 글이 솔직한 내 마음 인가 나는 괜찮지가 않다. 내게 슬픔은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한 가지의 슬픔이 터져 나오는 순간, 어둠이 내리면 나는 방 한편에서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며 울었다.


웅크리고 있던 슬픔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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