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끝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어지는 물결이 내 마음을 적시는 날이면 나는 요동치는 파도 앞에 앉아 바다 깊이 자리 잡은 심해로 가고 싶었다.
그곳엔 왠지 온갖 슬픔들이 가득할 것 같아서 무엇에게도 안녕을 말하며 작별을 고하고 떠날 수 없었다.
나는 그 주위를 수없이 빙빙 맴돌기만 했다. 그런데, 왜 나는 그곳으로 가고 싶은 걸까. 내 발걸음은 이미 그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는 것,
영혼이 소멸되어 가는 듯한 삶,
무기력과, 무감각.
빗물 같은 마음에 흠집이 났다.
매일 반복되는 생각, 점 위에 찍힌 불투명한 존재, 와장창 깨지는 마음의 그릇, 비릿한 생선을 냄비 안에 넣고 끓인다. 뚜껑을 열고나면 그리움의 악취가 난다.
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불안 한 방울 날카로운 날들이 나를 바짝 노려본다. 내 육신의 정곡은 어디일까, 어느 한 날 영혼이 치유됨과 동시에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눈물이 흘렀다. 방안에 흐르고 있는 적막감이 사그라드는 느낌이었다. 나의 밤에도 빛은 존재했다. 치유받은 영혼 일부를 12번 방에 두었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가끔씩 꺼내보며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