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by girok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많다.


언젠가 죽음에 대한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이제는 책의 제목도 내용도 거의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이 문장만큼은 머릿속에 콕 박혀 잊히지 않았다.


알고 있으나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을 가까이해야 삶의 소중함을 안다. 당시에는 어려웠던 문장이 지금 생각해 보니 이해가 필요한 문장이 아니었다.


삼단논법의 유명한 예시가 있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라는 예시가 있다. 누구나 아는 예시고, 누구나 참으로 아는 명제이지만, 그때의 나는 지금과 달리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내일 혹은 당장 죽는다고 생각한다면 살아있는 지금 이 시간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며 무척 소중하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고 있다.


그 뒤로는 죽음에 대해 종종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죽음은 무엇인가,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이 죽음인가, 죽은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사후세계라는 것이 실존하는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곤 했다. 아무래도 죽음이라고 하면 긍정적인 단어가 아니기에 어느 자리에서든 쉽게 꺼낼 수 없는 말이 죽음이었다.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며, 언제라도 내가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공부를 하는 순간도, 아빠 엄마에게 끌려 나가 산책을 하는 순간도, 특별하게 부지런해지거나 바빠지진 않았지만 순간순간들에 즐거움이 있었다. 이런 즐거운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알고 있는 사실이 현실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참 길다 싶다.


슬퍼지거나 우울할 때면 글을 쓴다. 쓰다 보니 길어지고 그걸 온종일 읽으며 하루를 보내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 슬퍼질 때면 유서 쓰기를 해볼까 한다.

내가 당장 죽어 없어질 것을 생각하여 기록하는 것이 아닌 내 죽음에 대하여 죽음에 관한 생각, 믿음, 마음과 같은 것들을 하나 둘 적어가며 정리해 보고 싶다.


유서가 완성되는 날까지 살아있고 싶다.

그때가 되면 잘 살아냈다고 말해주고 싶다.


겨울의 끝은 가고, 봄의 초입이 다가오고 있음을 몸으로 느끼는 요즘,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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