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은 추웠다
8월은 왜 이토록 슬펐을까, 많이 울었다. 한참을 어쩌면 매일 쏟아냈다. 그렇게 한참을 쏟아 내었는데도 불구하고 버려질 감정들은 배출되지 못했고, 내 속에 쌓여만 갔다.
나는 어디로 가는 중인지, 어떠한 물음이 생겨도 그 물음에 아무런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것이 삶이라고 그랬다. 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고. 나는 왜 이토록 답하려고 애를 쓰며 그것에 집착했을까, 그 집착이 나를 병들게 하고 있었음을 알면서도.
많이 울고 쏟아 낸 여름, 어느 한 감정들도 비워지기는 했다. 어느 순간에는 무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무뎌져간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느끼며 나름에 해석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직 멀었던 것 같다. 무뎌짐은 역시나 쉬운 것만은 아니구나 싶었다. 사람들은 나이 서른 마흔이 되어서도 무뎌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요새는 우는 일이 감정을 표출하는 일이 줄었다. 잘 울지도 웃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무표정한 일상이랄까. 그저 이 상황에서 겨우 내가 힘을 내어 할 수 있는 일은 약을 먹고 자고, 일어나 때가 되면 밥을 먹고 무언가라도 하며 움직여 본다.
그래도,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들이 몇 있는데, 물과 비타민 유산균 섭취를 하는 일이다. 이 세 가지는 꼭 하고 있다. 아, 물론 일도 한다. 돈을 버는 일.
최근 들어서는 집 근처 공원 아닌 공원 같은 곳에 가서 약 한 시간 정도 노래를 들으며 걷다가 온다. 주로 저녁 시간에 나가 걷는다.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에 하늘이 참 좋다. 한 하늘에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들이 많다. 어둡고 밝으면서도 그 많고 다양한 것들 속에서 내고 있는 희미하지만 작은 빛들이 좋다. 다름 속에 존재하는 것과 조금의 어색함들이 이상하게 내 눈에는 잘 어우러져 보인다.
걸으며 보는 것들이 있다. 지나가는 차들, 높고 낮은 건물과 풍경, 걸으며 뛰는 사람들, 형형색색의 빛들까지 걸으며 이 모든 것을 본다. 아, 저 사람은 저런 표정 몸짓을 하고 있구나. 저 건물이 저렇게 높았었나, 이 시간 하늘의 색은 이랬구나, 날이 많이 쌀쌀해졌다 이런 생각을 하며 걷기도 한다.
걷다 보면, 여러 개의 선들이 있다. 그 선을 따라 걷는 사람, 선 안을 걷는 사람, 선 밖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
선을 따라 걷다 보면 그 선이 끊어지는 구간이 있다. 선이 끊어졌네 그만 걸어야지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이 끊어졌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걷는다. 어쩌면 다들 그렇게 열심히 걷고 뛰고 나아가는 이유는 이러한 것들 때문 아닐까.
걸으며 뛰고 나아가다 보면 선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그 선을 찾기 위해 애쓰고, 이전에 내가 알던 선과 다른 모양들의 선이라 하여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걸으며 뛰고 나아가는 것. 이 자체로 열심히 살아내고 버텨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삶 그 자체인 삶.
그러니 나에게도 조급해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은 요즘이다. 요즘 보고 들은 글과 말들 중에 와닿았던 것이 있다. '힘을 빼도 괜찮아' '마음껏 슬퍼해도 돼'라는 말들. 그래도 괜찮다 위로하며 많이 슬퍼하고 토해내며 다시 일어나 걸어보는 것이다.
9월이 되어서 내가 나와 한 약속 몇 가지들이 있다. 하루 이틀에 그치지 않고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 하루에 충실하다 보면 그 하루가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흐를 거라 믿는다.
언제나 내가 나에게 해주지 못한 말이 있었다.
오늘은 그 말을 해주고 싶다.
있어줘.
그렇게 있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