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올해의 싱글

2025년 음악결산

by 기로

나는 음악을 머리보단 마음으로 듣는 편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들었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부터 지금의 스트리밍 시대까지 지나온 사람으로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낀 좋은 음악들을 한번 소개해보려고 한다.

과연 기로가 뽑은 올해의 싱글은 어떤 게 있을지!



1. The Chase / 하츠투하츠

[온통 수수께끼 같은 381번의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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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츠투하츠는 SM에서 에스파 이후로 5년 만에 발표한 다국적 8인조 걸그룹이다. 첫인상은 소녀시대와 결이 상당히 닮아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서현-예온, 윤아-이안, 스텔라-티파니, 유리-에이나 등으로 비슷한 이미지로 설정된) 물론, 그동안의 행보를 봤을 때 에스엠이 대중들이 예상할 만한 쪽으로 그룹의 이미지를 계속 가져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말이다.

멤버들이 선배 걸그룹의 포지션을 닮아있는 것과 별개로 데뷔곡인 ‘더체이스’는 그 궤를 달리한다. 대중적인 멜로디나 쉽게 손이 가는 음악은 아니다. 일단 꽤 심심하게 들리고 읊조리는 듯한 가사들이 특히 에스파의 노래들과는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달려간다. 마치 안갯속에서 퍼즐을 맞춰가며 자신들이 가야 할 곳을 탐색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듯이 말이다. “내 모험의 첫걸음을 디뎌 온통 수수께끼 난 더 알고 싶어.”

처음엔 이렇게 심심한 음악으로 데뷔를 하다니,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두세 번 그리고 300번 들은 지금까지 질리지 않고 있다. 첫인상에 비해 퍼포먼스는 또 에스엠이 자랑하는 다인원 그룹의 칼각 군무를 보여주고 있어 전혀 심심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주 인상적인 데뷔는 아니었어도 계속 잔상처럼 기억에 남을 데뷔인 건 확실하다.


2. Come Over / 르세라핌

[심장이 반응하는 정글음악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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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발매된 르세라핌의 미니 5집 수록곡이다. 타이틀은 ‘HOT’이었지만 이 미니앨범에서 인상적인 곡은 소개할 컴오버였다.

No lying when it feels right.... Come over come over and dance

이 곡의 유일한 단점은 가사가 영어인 것 일정 도로 흠잡을 곳 없이 신나는 곡이다. 듣자마자 심장이 반응하고 온몸이 들썩하게 되는 그런 곡이다. 정글이라는 장르라고 들었는데 90년대 영국에서 유행했던 전자음악 장르고 실제로 정글이라는 뮤지션이 작곡에 참여했다.

이 노래는 사실 설명이 필요 없다. 들으면 바로 당신의 심장이 반응할 테니


3. pop pop / nct wish

[에스엠판 청량 남돌의 성장판]



보통의 에스엠 남자 그룹들은 사회비판적인 가사 (에이치오티)와 무거운 비트의 노래들 (엑소) 그리고 더 비트로 쪼개는 (엔시티) 만이 있었는데 드디어 ‘청량’을 콘셉트로 하는 그룹이 나타났다. 그리고 알고 보니 보아의 프로듀싱이 그 뒤에 있었다. 안 좋아할 이유가 없었다.

제목처럼 노래는 마치 슈팅스타의 후르츠 캔디가 터지듯이 짜릿하게 귓속에서 터진다.

“예쁜 세상 널 초대해 네 기쁨이 넘치게 시작해 멋진 기분 애니 속의 주인공은 너와 나야”

이 얼마나 청량한 세레나데 인가. 아쉬운 점이라면 유우시의 보컬이 살짝 튀는 게 흠이지만 노리고 그렇게 한 거라면 눈감아줄 정도이다. 봄날의 톡톡 튀는 콜라맛 사탕을 한 아름 깨물고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이 노래를 귀에 한아름 담아 보시길.


4. Famous / 올데이프로젝트

[판도를 뒤흔든 새로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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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 그룹을 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올데이프로젝트는 혼성그룹이라는 선택만으로도 판을 흔들었고, 데뷔와 동시에 그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페이머스라는 제목부터가 이들의 태도를 설명한다.

그동안 테디가 구축한 와이지맛 힙합 비트에 위에 질주하듯 얹힌 사운드는 익숙함과 동시에 신선함을 준다. ‘내 이름 알아둬’라는 메시지는 허세보다는 자신감과 선언에 가깝게 들린다. famous와 함께 활동한 Wicked 역시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대중을 따라가기보다는 주도하겠다는 태도,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그 시선에 기대지 않겠다는 자신감. 두곡은 그룹의 색을 명확히 보여주면서도 서로 다른 맛을 선사하며, 앞으로 구축할 음악세계의 첫 문으로 탁월한 선택을 한다.

다만, 지금의 관심과 시선은 결국 실력으로 증명해야 할 몫이다. 이제 흔든 판 위에 오래 남을 차례이다.


5. Mirror / 백예린

[의심은 잠시 넣어두고 댄스플로어에 서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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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앨범들이 몽환적이고 독특한 사운드를 구축했다면 이번 앨범은 찍히는 비트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특히 전적으로 그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곡이 바로 타이틀인 ‘mirror’였다. 이곡은 뮤직비디오를 꼭 봐야 하는데 배우 권해효가 상대역으로 등장한다. 권해효가 중간에 댄스플로어에서 자신의 몸짓을 리듬에 맡기는 장면이 이 뮤직비디오의 백미이다.

이 곡은 우리가 너무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고 그 의심은 당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지금 그냥 이 펑크 음악을 느끼고 댄스플로어에서 음악을 느끼라고 말한다. 마치 하지 않아도 될 사유를 하는 나를 말리는 듯한 노래였다. 그래서 올해 나에게 이 곡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음악이 말하는 태도도, 뮤직비디오도, 가사도, 무엇보다 비트가 나를 움직이게 했다.

자, 이 노래를 듣는 순간엔 그냥 이 음악에 몸을 맡기자. 의심하지 말고


6. FOCUS / 하츠투하츠

[대중과의 사이를 좁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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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체이스로 포문을 열고 스타일로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다지고 이제는 포커스를 자신들에게 가져오겠다는 포부로 보인다. 다만, 개인적으로 스타일은 너무 대중성을 노리고 낸 음악이라 나에게는 그렇게 좋게 들리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룹의 성적은 가장 잘 나온)

피아노 음계 한음이 눌리고 음악이 시작된다. 마치 이제 집중하라는 듯이.

그리고 세상과 나, 너만이 남아 이 음악 속에 존재하는 느낌.

I cannot focus You're all I'm needing

I cannot focus You're all I'm seeing

처음 듣는 순간부터 이미 나는 이 음악만에 포커싱을 맞춰 비트에 온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에스엠이 그동안 잘해왔던 하우스 음악의 정석을 보여주는 듯했다. 아쉬운 건 대중들에게는 그렇게 큰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점. 아마도 대중들에게는 이 곡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낯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그룹의 체급이 포커스를 맞추긴 역부족이었을지도.


7. To me from me / 키키

[대중들을 만나 나로서 위로를 건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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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두 미>로 올해 첫 데뷔를 알린 키키가 에픽하이 타블로와 협업해 내놓은 싱글앨범이다. 유기농 그룹을 표방해 알프스소녀(아이두미)의 느낌에서 복고 소녀(댄싱얼론)들로 변신하며 한해를 바쁘게 보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싱글 투미 프롬 투미가 가장 좋게 들렸다. 옆집 소녀처럼 친근한 이미지로 데뷔한 키키가 위로해 주는 듯한 느낌의 곡이었기 때문이다. <아이 두 미>에서 멋대로 달릴 거고, 난 내가 될 거라고 노래하던 키키가 대중들을 만나 내가 나이면 된다고 한 걸음씩만 가도 된다고 어루만져주는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서사적으로는 이곡이 오히려 댄싱얼론보다는 좀 더 키키의 결에 맞게 느껴졌다.

잠시 숨을 고르고 오늘의 나를 안아주자.



그 외 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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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s or coffee / 로제

[아파트에 가려진 분위기]


가사가 주는 친구-연인 사이 텐션과 곡의 분위기, 그리고 귀에 감기는 멜로디

아파트로 대중성을 챙기고 수록곡으로 음악성을 챙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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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서 춤추는 법 / 클로즈유어아이즈

[서정을 품은 남자아이돌의 시작]


다른 방향성을 선택한 남자아이돌의 기대되는 시작. 프로듀서의 좋은 음악을 선택하는 능력과 미장센을 만들어 가는 능력으로 증명한 앨범.

“나만의 빗속에서 춤추는 법 이렇게 Dive in now 두려울 건 없어

수백 번 미끄러진대도 이어질 걸음 그 어떤 날씨에도 꽃은 향기를 피우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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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Cute Anymore / 아일릿

[더 이상 귀여운 소녀가 아닌 진심을 담은 소녀가 될게]

음악은 여전히 몽환적이고 귀엽게 들리지만 그들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만은 더 이상 귀여움이 아닌 진지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10곡을 선정해 보았다. 정리를 하고 보니 음악을 귀로도 듣지만 마음으로도 듣는 나의 방식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했다. 좋은 음악은 결국 마음을 들여다보는 멋진 거울이 될 수 있다는 것. 추천한 열개의 거울을 한번 들어보시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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