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후 안락사 예정. 그 문구를 본 날, 사실 나도 비슷한 상태였다.”
호랑이
처음엔 전혀 생각이 없었다.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게 없고 관심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 포인핸드라는 어플을 알게 되었고 내가 생각한 거보다 훨씬 많은 수의 동물들이 버려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도움이 되어야겠다기보다 이런저런 공고들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스크롤을 넘기다 문득 본 공고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6일 후 안락사 예정’
코숏 고등어태비인 조그마한 새끼 고양이였다. 입양절차 같은 걸 몰랐기 때문에 일단 동물병원에 연락을 했고 아직 입양 전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일정을 잡고 그날 바로 동물병원에 가서 그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혹시 몰라서 차가 있는 선배와 함께 이동장을 가지고 갔다. 생각보다 절차가 없었는데 들어가자마자 공고 이야기를 하자, 간호사가 바로 진료실 뒤편 케이지에 보호되어 있던 고양이를 보여줬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너무 작고 또 오돌오돌 떨고 있고 움직임도 많지 않았다.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서 안절부절못했다. 그 공간의 분위기도 그렇고, 그래서 일단 그 작은 생명체를 보긴 했으니까.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하고 집에 돌아왔고 고민 끝에 데려오기로 결정했다.
사실 당시 원룸에 살고 있어서 고양이를 키울만한 형편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망설이고 고민의 고민을 했는데 일단은 안락사를 시킬 수 있다는 말이 가장 크게 왔고, 다른 한 가지는 나의 상태 때문이었다.
당시에 불면증과 삶에 대한 의욕이 없었다. 간신히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깨는 것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구원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친구는 안락사에서, 나는 삶의 의욕 없음에서 어쩌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작은 희망을 보려고 했던 것 같다.
너무나 많은 걱정과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데려오기로 결정하고 나서부터는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병원에 재방문했을 때 본격적으로 입양과 관련된 절차는 생각보다 별게 없었다. 수의사의 말을 들어보니 애초에 구조된 아이가 아니었고 동네꼬마가 어디서 발견한 두 마리의 새끼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데려온 것이었다. 한 마리는 입양을 갔고 남은 한 마리가 호랑이였던 것. 각서를 작성하고 몇 가지 주의사항을 듣고 집으로 데려왔다.
아직 구매한 화장실이 도착하지 않아 작은 상자로 임시 화장실을 만들어주고 내 그릇들로 밥그릇과 물그릇을 만들어줬다. 내 두 손에 온몸이 잡힐 만큼 아주 작고 조그마한 생물체가 온기가 없던 나의 방을 작지만 확실하게 채워주고 있었다.
호두
호두는 모든 게 다 예상한 그림은 아니었지만 뭔가 어떤 힘에 이끌리듯(?) 일이 착착 진행되었다. 처음엔 호랑이를 입양할 때 같이 갔던 선배가 본인의 본가 옥상에서 돌보고 있는 고양이라며 데려왔다. 생각 있으면 네가 키웠으면 좋겠다는 말로 운을 띄우고 며칠에 걸쳐 사무실로 그 친구를 데려왔다.
처음에는 크게 생각이 없었다. 호랑이를 이미 키우고 있었고 생명을 추가로 키우는 일을 쉽게 정해서는 안된다는 마음이 일었다. 그리고 막연하게 호랑이가 있는 상태에서 들여왔을 때 분명히 호랑이에게 주던 애정을 나눠서 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또 계속해서 괴롭히는 생각은 호랑이를 4년 정도 키우면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지만, 받은 만큼 느껴지는 책임감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특히 알아들을 수 없는 눈빛, 외롭게 한다는 죄책감, 어떻게 생각해도 이게 맞는 선택이었는지 알 수 없는 미안함등이 마음을 짓눌렀기 때문이다. 그 중압감을 굳이 배로 늘리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다.
근데 이 모든 걸 이길만한 호두의 제스처가 있었다. 직원들이 나 말고도 몇 더 있었는데 편견 없이 따르긴 했지만 유독 내 품에 자주 와서 앵겼다. 굳이 내 책상 위에서 잔다거나 내 발을 베개 삼아 잠들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내 품에서 자주 잠들곤 했다. 애써 모른 척했지만, 그 순간들이 계속 떠올랐다.
시험 삼아 며칠 집에 데려오기로 했다.
유튜브를 통해 합사 영상도 여러 개 찾아보고 만발의 준비를 갖추고 집에 데려왔다. 첫째 날은 일단 이동장 냄새만 맡게 해 주고 바로 호두는 작은방에 격리시켰다.
마치 한 집에서 두 집 살림을 하듯이 호두와 호랑이를 번갈아가며 케어했다. 다행히 별일 없이 며칠이 지났는데 문제가 생길 때만 격리시키는 방식으로 완벽한 합사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호랑이가 식욕이 없어지고 호두를 너무 귀찮아했다. 내 입장에선 어쨌든 모든 순간에 호랑이가 우선이었고 사흘 정도를 호두를 선배집에 유배를 보냈다. 호두를 선배 집에 보낸 며칠간 호랑이를 병원에 데려갔지만 특이사항이 없다는 결론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날 나를 공격해 발에 상처를 입었다.
호두가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줄 알았는데, 다시 데려오고 보니 스트레스만 받은 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 역시 있다가 자리를 비운 호두가 너무 보고 싶었다. 결국 나 그리고 호랑이는 호두를 동료이자 가족으로 맞았다.
8년째 우린 털 날리고 때론 지저분하지만 서로가 옆에 없으면 잠들기 어려운 동거를 이어나가고 있다.
결말이 나지 않은 이야기라서 가타부타 답을 내릴 수 없지만, 어쨌든 이 조그맣고 말썽꾸러기인 동거묘들이 없었다면
나의 좁았던 세상이 이렇게 넓어질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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