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인감독 김연경> 리뷰
뛰어난 리더십은 결과로 증명된다. 하지만 그 결과가 개인의 소모 위에 쌓여 있다면 그 조직은 오래 가지 못한다. 김연경의 리더십이 인상적인 이유는 성과와 성장을 동시에 남겼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8일부터 총 9화, 그리고 마지막 특집회 방영을 끝으로 김연경의 신인감독 데뷔기가 마무리되었다. 일요일 9시 예능이라 사실 좀 심리적으로 기다려지는 시간대는 아니었지만, (다음날 출근의 압박) 그 심리적 압박 뚫고 본방사수를 할 정도로 프로그램의 몰입도나 재미,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은퇴 후 언더에서 활동하던 14명의 선수들을 트라이아웃을 거쳐 모집하고 4승을 거두면 새로운 구단 창단을 목표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다. 경기할 팀은 총 7팀으로 고등학교 우승팀부터 프로 우승팀 까지다. 1화에서는 원더독스라는 팀이 꾸려지고 간단하게 팀소개를 진행, 2화부터는 본격적으로 상대팀들과 실제 경기를 치르고 이호근 캐스터와 이숙자 해설위원이 중계와 해설을 맡아 진행되어 긴장감을 더할 수 있었다.
7팀과의 경기를 치르는 동안 초반에는 김연경 감독의 훈련과 전술을 선수들도 낯설어하고 본인한테 적용하는 걸 어려워했으나 세 번째 경기 승리 후 각성, 네 번째 경기부터는 김감독의 전략 전술에 더해 가진 장점들을 살려내며 경기를 치르기 시작했다.
특히 6차전 정관장과의 경기에서는 초반에 9:0까지 가며 고전을 했지만 표승주의 공격력이 살아나고 구솔의 토스, 문명화와 김현정의 블로킹, 타미라의 교체투입, 구혜인의 불꽃 디그 등 다양한 공격과 수비 등이 모두 살아나면서 좋은 경기력으로 3:1로 승리한다. 마지막 경기는 김연경 감독이 은퇴 전 소속했던 핑크스파이더스로 만발의 준비를 했던 김연경 감독의 전술로 3:0 셧아웃 승리를 하며 원더독스의 여정은 5승 2패로 마무리된다.
프로그램이 실제로도 파급력이 있었고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 언더 선수들의 재조명, 방송 후 몇몇 선수는 프로팀에 입단, 유튜브 조회수가 거의 100만을 기록하며 여러 수치들로도 입증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1. 김연경이라는 ‘신’인 감독
배구여제로 올림픽에서 뛰는 모습, 예능에서의 모습 등은 많이 봐왔지만, 지도자로서의 그의 역량은 보여준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려운 순간마다 해결책을 제시해 흐름을 회복시키는 능력, 선수별 맞춤 훈련을 설계하는 치밀함, 그리고 성실한 선수를 정확히 알아보고 기용하는 안목까지 이에 드러난 김연경의 리더십은 선수 성장과 승리라는 목표에 정확히 맞춰져 있었다.
또한, 시스템 배구를 도입해서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기획해 모든 선수들이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했다. 열심히 하는 선수는 눈여겨봤다가 기회를 주고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뭘 해야 할지를 순간순간 고민하며 전략을 짜는 모습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보았다. 가장 눈여겨본 부분은 [상대팀 플레이 분석 > 전략회의 > 훈련 > 경기 > 경기분석 미팅]으로 이어지는 체계가 어떤 상황에서든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선수들의 서사와 성장
선수들은 프로팀에서 방출되었거나, 실업팀에서 뛰거나, 대학리그에서 뛰는 모두 결국은 프로로 가기 위해 준비하는 언더독이었다. 선수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절실함이 드러나는 순간 몰입감이 배가 되어 하나하나 응원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매 회차마다 조명되는 선수가 달랐다)
훈련과 경기를 거듭하면서, 김연경 감독의 도움으로 그들의 기량이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굉장한 재미가 있었다. 구혜인의 리시브, 디그 능력 성장, 서브왕·블로킹왕 문명화의 탄생, 타미라의 활약, 구솔의 노력에 의한 기용, 인쿠시의 공격력 향상과 생각하는 배구 적용 등 경기마다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하며 성장 서사를 완성해 갔다.
3. 제작진의 편집 능력과 플랫폼 활용
경기를 거의 풀로 매 화 실제 배구중계처럼 보여주지만, 지루하지 않게 편집해 시청자들에게 계속 흥미를 갖게 하는 건 제작진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대개 좋은 장면을 슬로우, 반복해서 보여주는 방식을 쓰는데 이 프로그램은 그런 게 거의 없어서 몰입감이 더 좋게 느껴졌다. 예능의 탈을 쓴 잘 만든 다큐를 보는 느낌이었달까.
그리고 방대한 촬영분량 중 방송에 못 내보낸 컷들은 모아서 '라커룸'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영 다음날 풀어줌으로써 시청자들의 흥미를 계속 가져가게끔 했다. 아주 영리하게. 본방도 기다리지만, 라커룸도 수시로 들락거리며 업데이트를 기다릴 정도로 말이다.
결국 이 ‘신인감독 김연경’은 김연경이라는 세계적인 배구스타를 통해 좋은 리더십이 어떻게 팀을 성장시키는지 보여준 성장다큐예능프로그램이었다. 배구계 뿐 아니라 보는 시청자들도 좋은 리더십과 체계적인 훈련, 진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익스큐즈(안 될 것 같다는 합리화)를 하지 말고, 솔루션(해결책)을 찾아
프로그램 중반 김연경이 인쿠시에게 했던 조언처럼, 우리도 일상에서 합리화보다는 해결책을 찾는 2026년으로 만들기를 바라면서 시즌 2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