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5

2023년 11월의 에피소드?

by 뽀야아빠

연말을 결산을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내년의 계획도 만들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인사평가를 해야 하기도 하지요. 많은 일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알아서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위에서의 오더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오더를 하고 관리를 하고... 원하는 안이 나왔는지 검토를 하고... 당장 제가 케어하는 조직의 구성원의 수는 30명 정도입니다. 여러 조직들로 분산되어 있는데 이를 사업부라는 대제목 아래에 묶어두었으니 사업부의 방향성에 맞는 조직들의 역할, 그 조직 내에서 각자의 역할들을 최소한 한 번은 검토해야 합니다. 계획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의 계획 - 사업부의 계획 - 각 조직들의 계획이 유기적(이 단어는... 진짜 어르신들이 많이 사용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으로 엮여야 합니다. 이런 머리 아픔이 존재하는데, 작은 일들이 터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머님께서 내용증명을 받으셨는데 어머님을 안정시켜 드리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안을 도출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죠.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습니다. 내용 증명에 대해 공부를 하고 인터넷에서 사례를 찾기에는 회사 업무도 많고 잘 이해하고 해야 할지... 법적인 프로세스는 아는 것이 없으니 조금 막막했습니다.


저희 핵심 고객사에서 저희 회사의 재무구조를 문제 삼았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은 그냥 사용하겠지만 개발하고 있는 제품들에서 저희 제품을 제외한다는 겁니다. 저희는 스타트업으로 기술성상장이라는 것을 해서 아직 영업이익이 나오지 않고 있는 회사입니다. 영업이익으로만 본다면 25년은 되어야 플러스가 되는데 이것도 전부 증빙자료를 통해 소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심지어 몇 개월 째 간간히 소명은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사장님부터 모회사의 대표님까지 모두들 심란해하시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가 난항을 겪고 있었습니다. 메일 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조금 깊게 들여다보니 먼가 삐꺽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을 들여서 보고 있던 중입니다. 우리의 문제도 있고 고객사의 문제도 있고 파트너사의 문제도 있습니다. 연구소는 어떻게 든 열심히 하면 돼 지모 정도로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이런 인지차이가 원래 제가 가장 싫어하는 부분이기도 해서 해결책들을 도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조직 개편을 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조직의 롤을 정해주고 기존 조직과의 차이점, 이 조직의 존재이유 등을 도출해야 했습니다. 오랜 시간 고민했고 신규 조직으로 올 인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주고 안을 만들고 있었던 상황입니다. 생각보다 진척률이 높지 않았고 조직의 목표에 대해 추상적인 부분들이 있어 전체적으로 다시 안을 만들어야 했지요.


새로운 프로세스를 몇몇 조직에서 도입해야 했습니다. 방향성, 조직 전체의 컨센서스도 중요해서 이를 도출하는 작업들을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수행하는 조직은 팀단위라서 전사적인 처리나 공표가 어려운 상황이었죠. 또한 금년 내에 계약을 하고 개발을 시작해야 하니 시간적으로도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 제가 퇴사를 하겠다고 사장님께 공표를 하고 면담을 지속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저와 사장님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의 데드라인이 있었기 때문에 이 역시 시간이 많지 않았지요. 어머님 건과 저의 퇴사 건이 가장 중요하니 다른 것들은 일단 미루자 라는 맘도 있었습니다. 그건 과도하게 양아치적인 행동이라 일단 맘 한구석에 처박아두고 오랜만에 분단위로 일을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재무불안 건입니다. 영업마케팅의 수장을 불러서 상황 설명을 들었고 우선 재무담당 임원과 이야기해 보라고 했습니다. 방향성은 미팅을 조율할 테니 직접 가서 소명하라였습니다. 그리고 사장님과 모회사 대표님께는 별거 아니니 걱정 말라고 해두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저희는 현금도 풍부했고 영업이익 플러스에 대한 소명 및 근거자료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럼에도 규정이 어쩌고 하면서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이면 거래불가다라고 나올 가능성이 있었고 그럼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고객 연구소의 우리에 대한 선호, 이 판단을 하는 결정권자와의 미팅 조율, 이런 모든 불안의 근본 원인인 우리가 파산할 경우 제품을 공급받지 못함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여러 안들이 있었습니다. 지진하게 시간이 걸리겠지만 쥐고 있는 카드가 많은 상황에서 아직 한 개도 소진하지 않았는데 불안할 이유가 없었거든요. 제 개인적인 방향성은 별거 아니다고 불안감을 줄여주는 쪽이었습니다. 총 1시간도 안 걸렸습니다.

어머님 건입니다. 모회사의 법무팀에게 문의를 했습니다. 이것저것 이야기는 나왔지만 명확하지는 않았죠. 회사 근처의 법무법인을 찾아서 가봤지만 다들 바빠서 이런 소액(그래도 1억이 넘는데...)이나 개인은 잘 만나주지 않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인맥을 들여서 아는 분의 변호사와 통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단지 그전에 법무팀에서 들은 내용을 어머님께 들려드리고 별거 아니라고 걱정 마시라고 말씀을 드려놓았습니다. 이후 변호사님과 통화하고 진짜 별거 아니니 걱정 말라는 말을 듣고 다시 어머님께 전화드리고 마무리했습니다. 전체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쏟아부은 시간은 30분도 안 걸렸습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난항 건입니다. 연구소의 최상위 임원들을 소집했습니다. 저희 담당 영업부장도 참석시켰습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는데 문제가 없다는 식입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인지하고 있다...라는 피드백. 아닙니다. 저게 맞다면 여기까지 올라오지 않았겠지요. 다시 설명했습니다. 화를 억누르고요.. 불안요소들을 짚어주었습니다. 돌아온 말은..... 아... 거기까지 생각 못했습니다입니다. 또 화가 났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해라라고 다시 방향을 설정하고 영업부장에게 처리하라고 이야기해 두었습니다. 출장의 어젠다까지 전부 변경해 두었습니다. 이것도 결국 1시간 정도는 소요되었네요.


조직개편입니다. 고민은 해왔지만 롤설정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담당자는 해외 출장 중이고요. 담당 부장을 다시 불렀습니다. 제가 원하는 식은 아니었지만 결국 방향성을 다시 제 의도대로 설정했습니다. 납득이 필요했기 때문에 부장이 만든 안도 일부 수용했고요. 전체 방향성만 수정했습니다. 수정안이 금일 중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1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프로세스 도입 건입니다. 제가 공표하기 위해서는 PPT든 무언가의 형식이 필요했습니다. 전사 공지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라고 지시했는데... 한 가지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도입하는 조직의 팀장이 임신을 하여 내년에 출산휴가를 가야 하는 것이었죠. 전반적인 일정을 쉬프트 시켜야 했습니다. 우선 팀장의 아이디어를 들어보고 크게 문제가 없으면 수용하려 했는데 몇몇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건 제가 알아서 처리하는 것으로 하고 일정 쉬프트 한 자료를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공표 역시 내일 오전까지는 해야 하니 조금 힘내달라고도 했습니다. 1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제 퇴사 건입니다. 이건 시간이 많이 걸려야 했습니다. 조건도 봐야 하고 언젠가는 다시 시간을 들여 한 꼭지 정도 할애해야 할 듯한데 2시간이 넘게 논의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결론은 나지 않았지요. 전 한 방에 결정하는 것은 제 일에 한해서입니다. 다른 분들이 개입되는 건은 시간축을 길게 늘려서 적절한 안이 나오도록 하는 전략을 선호하는데 이 건이 그런 일이었습니다. 저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일....

정신 차리니 저녁 6시입니다. 이 일들이 연쇄적으로 터진 것이 10시 이후이니(점심은 먹었습니다. 외부에서 손님이 오셔서) 어떻게 든 처리가 되네요. 위의 글들에 보면 주로 제가 한 것은 업무 분장 쪽입니다. 그대가 이걸 처리하고 이걸 이렇게 하고... 그리고 제가 결정해야 하거나 저의 인풋이 필요한 쪽을 도출합니다. 바로 이전 글에서 우선순위를 적었는데 이런 일들을 우선순위대로 직렬처리하면 절대 안 됩니다. 저렇게 적어두었지만 저게 다 해결된 것이 아니거든요.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막힐 수 있는 부분을 정리하고 치우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래야 담당자들이 일하면서 일이 진행됩니다. 내가 쥐고 있으면 안 됩니다. 쥐고 못 놓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 그게 회사의 Bottleneck이 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적다 보니 다시 머리 아프네요. 출근하면 저 일들의 대부분을 다시 들여야 봐야 합니다. 데드라인이 다가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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