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은 않은 이야기 1

초기 커리어에 대해

by 뽀야아빠

오랜만에 브런치에 예전 글들도 올리면서 글을 열심히 적고 있습니다. 많은 글들을 적어두지는 않았지만 1차 목표는 모아둔 글들을 하루에 2-3개씩 해서 올리고 그게 마무리되면 매주 일요일에 하나의 글을 정기적으로 올리는 거네요. 주중에는 대부분 출장이라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일요일로 방금 결정했습니다...ㅎㅎ 결국은 실시간으로 적은 글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닐까 합니다. 예전 글들을 보니 맘이... 많이 달라져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거든요.

본인의 커리어를 쌓을 초기 "시장"을 어떻게 설정하는가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물론 전설로 내려오는 말처럼 젊은 시절에는 이것저것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만 어느 순간 "결정"을 해야 하니 정말 고민을 많이 하셔야 해요.


저는 직장생활을 상당히 늦게 시작했습니다.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학점도 좋지 않았고(신나게 놀아댄 결과도 아닙니다. 학교를 잘 가지 않았죠...ㅠㅠ) 통역사를 하겠다고 공부도 좀 하면서 거의 30살이 돼서 직장생활이라는 것을 시작했습니다. 아래 꼭지들에서 좀 적기는 했지만 무역업에 있다가 반도체로 들어와서 지금은 차량용 반도체 쪽에 있습니다. 여하튼 첫 번째 반도체 기업에서 얻은 경험으로 현재의 회사에 왔는데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하네요.


제 첫 회사는... 아, 적으려니 너무 나이가 들어 보이는 슬픔이 있지만 Deinterlacer라는 반도체를 만들던 회사입니다. 구글 검색해 보니 제미나이가 그래도 잘 설명해 주네요. 간단히 저게 무엇인지를 설명드려야 이후 글의 이해에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예전 모니터는 CRT라고 해서 지금처럼 평면이 아니고 볼록하게 생긴 무거운 머 그런 아날로그 모니터였습니다. 이 모니터에 영상을 주사하는(그냥 보여주는) 방식이 인터레이스라고 하는데요 당시 기준 세상 모든 영상은 이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방송, 비디오, 모니터까지 이 방식인데 2000년 대 초 평면 TV가 나오면서 주사방식이 Progressive라는 것으로 변경이 됩니다. 이후 새로운 영상들은 프로그레시브로 촬영이 되고 방송도 점진적으로 프로그레시브로 간다, 즉 디지털로 간다라고 시험방송을 시작으로 상세한 마일스톤이 명기된 로드맵까지 발표하고 실제 진행이 되죠. 하지만 지금까지 만들어낸 모든 영상들은 전부 인터레이스 방식임으로 이 자료들을 활용하기 위해선 프로그레시브로 변경하는 기술이 필요했었던 겁니다. 그걸 해주는 기술이자 반도체가 디인터레이싱, 디인터레이서입니다. 제 반도체 첫 회사는 이 기술에서는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열심히 이 기술 공부를 했죠. 이전에 적은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혼나고 무섭고 두렵고 그러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저희 회사에 이 제품을 담당하는 직원이 중소기업이었으니 저 한 명이었거든요. 이거 들고 다니면서 열심히 홍보했고 나름 이 시장에선 제 이름도 알려졌습니다.(잘해서라기 보단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 반영된 제품의 유일한 영업사원이었거든요)


하지만 곧 깨닫게 되죠. 이 기술은 "과도기적" 기술이었다는 것을... 전부 다 프로그레시브가 되면 이 기술의 쓰임은 더는 없는 거죠. 물론 회사는 이 기술 기반에서 다른 기술로의 이행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만 저는 엄청난 박탈감을 느꼈습니다. 내가 열심히 한 시간이 헛되었구나 라는 그런 마음이었어요.(실제 그렇지는 않습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그 결과가 자신에게 남아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없어지지 않을 기술이 무엇일까를 고민합니다. 그 회사를 찾아서 이직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그렇다고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기술을 찾은 것은 아니고 내가 돈을 버는 그 기간 동안은 없어지지 않을 것을 찾는 거였습니다. 그래도 영상 관련 일을 했다고 나름의 노력으로 제가 찾은 것이 카메라 기술입니다. 지금이야 카메라 기술 이러면 "훗... 엉망진창이구나... 카메라 기술에는 말이야..." 어쩌고를 시전 하겠지만 여하튼 전 카메라와 관련된 기술, 특히 원천기술이라 볼 수 있는 카메라 반도체 업체를 찾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현재 제가 다니는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입사해서는 안타깝게도 카메라 쪽에 배치되지는 않았지만 중소기업의 장점은 어떤 정보도 원하면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뿐만 아니라 직접 설계한 사람들도 100명도 안 되는 회사이니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카메라 기술을 배우려고 했고 그걸 잘 배워서 더 큰 회사로 이직하려고 했었습니다. 좀 길어졌습니다. 제목을 짧은 이야기에서 짧지만은 않은 이야기로 변경했습니다. ㅎㅎ 만약 제가 인터레이서를 만들던 회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아직 그 회사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만들어두었던 인터레이서 이후 로드맵으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더라고요. 제가 잘은 모르지만 한계는 있어 보입니다. 가지고 있는 원천기술이 현재 하고 있는 일과는 좀 차이가 있으니까 소위 퍼포먼스가 인터레이서를 만들 때처럼 엄청 날 수는 없지 않을까 하네요. 중소기업에서 방향전환, 즉 Pivoting은 정말 정말 쉽지 않습니다. 자금도 인력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전 저희 회사에 들어온 분들께 꼭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시장"에 뼈를 묻어도 괜찮다고. (우리 회사가 아닙니다.. 시장입니다) 자동차는 형태가 바뀔지언정 없어지지 않을 거고 자동차에선 카메라를 필요로 할 거고 현재는 자율주행자동차에 필요한 반도체를 하니 이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거니까 여러분들의 시간을 갈아 넣을 가치가 있을 거다라고 이야기 해줍니다. 꼭 저희 회사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기술은 이어져 있고 그 기술을 소모하는 시장이 존재한다면 여러분이 열심히 한 그 시간/경력에 돈을 지불할 회사들은 정말 많거든요. 그래서 이제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된다라고 말을 해줍니다. 첫 OJT에선 이야기하지 않지만 고민이 있는 친구들에게는 열심히 하고 이직하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네가 열심히 한 시간에 대해 우리는 페이를 하고 그 시간만큼 회사는 도움을 받은 거니까 맞지 않다면 이직을 고민해 보렴이라고 쿨하게 이야기합니다. 물론 사장님께 걸리면... ㅡ_ㅡ;;; 안 되겠죠...


쩝... 마음 한구석의 어떤 부분이 이 글이 좀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요새는.. 저런 경험과 시간이 나만의 무기가 될 수 없지 않을까 하거든요. 인공지능이라는 요물을 통하면 저 시간이라는 것을 현저히 줄여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인공지능을 매일 사용하고 있고 지식의 습득 과정이 완전히 변했다는 것을 체감하거든요.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을 먼저 결정하고, 그걸 찾아보고 찾은 정보를 다시 유효한 것과 필요 없는 것으로 나누고 최종적으로 분류가 완료된 자료들을 공부해서 그 속에서 패턴이나 필요로 하는 것을 분석한 후 나의 것으로 습득하는 과정이 그간의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을 결정한 후 습득 이전의 모든 과정을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해줍니다. 이후 결과를 공부하는 형태가 되었죠. 나이가 많아서인지 아니면 전 그런 뇌구조를 타고난 세대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저렇게 하면 보고서는 정말 잘 쓸 수 있는데 머릿속에 남는 것이 많지가 않더라고요. 물론 머릿속에 남는 것이 필요한 세상인가에 대한 부분도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또 말이 샜습니다. 그래도 초기 커리어는 중요합니다. 투자하고 망하고 다시 투자하는 이 지난한 과정이 지난하지 않고 그래도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세상이지만 내가 나의 커리어를 Buildup 할 수 있는 그곳을 잘 결정하셔야 하지 않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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