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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지 Feb 10. 2019

돈을 드릴게요. 명분을 주세요.

구매 행동에 관한 가벼운 생각

성인이 되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생긴 변화는 아무래도 소비하는데 고민의 단계가 줄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어디에 소비를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기도 한다. 구매력은 커졌지만 그만큼 소비 수준이 높아지지 않아서 어디에 돈을 써야할지 감이 많이 무뎌진 것이다. 물론 돈을 안쓰면 더 좋은 것이지만, 현대인이 사람이 소비 생활을 전혀 하지 않고 삶을 살아간다면 이 또한 무슨 재미가 있으리.


그래서 사람들은 명분을 찾는다. 이 명분은 사람들 저마다의 기호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돈을 지불하고 얻을 수 있는 경험 그리고 만족감과 연결된다. 이것을 서비스의 관점에서는 가치라고 볼 수 있다. 그 제품의 실제 원가와는 무관하게 이 가치가 고객이 원하는 가치와 일치할 때 팔리는 것이고, 이를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게끔 주어진다면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상품이 된다.


내 돈을 가져갈 명분을 주세요. 그러면 기꺼이 내 돈을 드릴게요.


그래서 상품을 기획할 때는 고객이 이 제품을 왜 사야하는지에 대한 명분을 생각한다. 특히 모바일을 기반으로 편의성의 가치가 높아진 지금의 환경에서는 고객이 무의식적으로 느낄 편의성을 생각하고, 고객이 제품의 원가를 생각하기보단 만족스러운 가치에 더 큰 구매 욕구를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스타벅스의 커피 한 잔의 가격을 원두의 실구매값과 비교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조금 다른 곳을 보자면, 정치 세계도 이와 유사하다. 정치의 속내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 역시 명분을 기반으로 한 설득의 영역이다. 여론, 지지도, 투표와 같이 사람들은 어떤 기호를 나타내는데 여기에는 적절한 명분, 논리 그리고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설득력을 쌓아가는 것이 정치라 생각된다. 그래서 더 많은 표를 사기 위해 어떤 명분을 쌓고 공감시킬 수 있는지가 정치 활동 그 자체다. (국가 또는 공공의 가치와 같은 역할도 있겠지만..)


다시 시장의 논리로 돌아오면 상품 역시 고객에게 구매할 명분을 만들어주고 이를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이나 사업, 기획과 같이 새로운 물건을 만들고 고객에게 판매하고자 하는 일을 한다면 일을 밀고 나가는 추진력은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아는 감이 중요하다. 이따금 같이 일하는 기획자들이 고객이 원하는 명분을 놓치고 논리적인 상품 설계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 아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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