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지 Jul 12. 2020

주니어가 커리어를 쌓아가는 과정

이제 곧 6년차 직딩

처음 취업할 때는 진지하게 커리어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남들처럼 내가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살까... 를 학부 시절까지 해오다가 우연히 기획자를 접하게 되면서 막연하게 기획 업무로 첫 발을 뗀게 시작이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지나온 과정에도 많은 우연과 단순히 떨어져 내려오는 업무들 중에서 나름의 선을 잇는 과정이 있었다.



1. 신규 사업 조직

1년 정도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보고 퇴사하여 다시금 무작정 이력서를 돌려봤다. 그러다가 이전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무작정 마케팅 홍보차 미팅을 진행했던 지금 직장에도 이력서를 넣어봤다. 그리고 당시 신규 서비스 런칭을 위해 인력을 충원하던 신규사업 조직으로 입사하게 됐다. 당시에 변변한 포트폴리오도 없던 내가 지금 직장에 입사했던건 순전히 신규 조직에 서비스 기획자가 (혹은 그냥 적당한 주니어 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신입 때 취업전선이란 너무 막막한 것


입사해보니 역시나 신규조직에는 단순히 서비스 기획 이외에도 해야할 일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니어인 내게는 당시가 좋은 기회였다. 단순히 서비스 기획업무 역할만 수행하는게 아니라 신규 프로젝트의 지속적인 진행 과정과 시점에 따라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해보게 된 것이다.



2. 다양한 일을 접해보기

입사 초기에는 막 런칭한 서비스의 운영을 이끌어가는게 주요했다. 계약 과정을 거쳐서 유입된 유저들이 서비스 이용을 위해 필요한 컨텐츠를 제공할 채널이 필요했고 이 채널들을 관리하는 일들이 있었다. 또, 계약한 고객들의 반응이나 주단위로 발생하는 이슈들을 파악하는 일들도 담당했다.


당시에 이미 내가 속한 조직에는 앱과 웹을 담당한 서비스 기획자들이 있었는데 할 일이 많다보니 이들 이외에도 화면을 그릴 기획자가 필요했다. 그러다보니 앱과 어드민 화면에 필요한 운영 서비스를 기획하였다.


처음 만들어진 서비스다 보니 서비스 유지를 위해 필요한 툴이 없었다. 그래서 데이터를 직접 조회하여 추출하는 일들이 빈번했다. 자연스럽게 이전 직장에서 퇴사하고 한 달 정도 혼자 독학했던 sql을 사용하여 서비스 지표들을 관리하게 되었다. 이제 데이터를 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업의 인프라와 서비스 지표를 관리할 대시보드가 필요하게 됐다. 당시에는 구글 데이터 스튜디오가 인기였어서 빈약하지만 대시보드도 만들어 운영하게 됐다. 주기별로 시즌제로 운영하던 서비스 런칭 관리를 위해 중간중간 GA로 서비스 런칭과 유입 유저수를 측정하는 업무도 일부 맡았다.


계약한 고객들에게 매달 정산을 해야 했는데 정산 과정에서 오프라인에서 발생한 운영 이슈 데이터를 반영하고, 역시 정산할 데이터도 직접 추출해야 했다. 정산을 위해 작성했던 쿼리가 지금 생각해보면 꽤 복잡한 데이터였다.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고객들에게 정산하는 청구서 제작과 청구서 발송, 정산 업무까지 같이 담당하게 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나니 신규 서비스의 사업을 다시 재고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였다. 이제 서비스를 클로징하고 남은 유저를 관리하는 업무가 주어졌다. 계약 기간이 얼마 안남은 고객들은 해지하도록 안내하여 정리하고, 남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운영을 맡았다.


이 과정이 입사 후 10개월만에 진행됐다.


열심히 일했지만... 결과는 그러하다



3. (사실 별 생각은 없었지만) 불안하지만 견디면서 얻게된 것들

이제 사업을 접으면서 조직 내 인력이 대거 이탈하게 됐다. 주니어였던 인력 몇 명과 본부장만 남은 상황에서 남은 인원들은 떠나간 동요들과 시니어들이 하던 일들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나름 서비스기획 팀을 갖췄던 사업 조직에 유일한 서비스 기획자가 되어 앞으로 시작할 신규 서비스 기획을 담당하게 됐다.


여기저기로 떠나간 직장 동료들


자연스레 프로덕트의 로드맵과 사업에 맞춰 우선순위를 검토한 일을 (지금 생각해보면 프로덕트 오너의 역할을) 수행했다. 다행이나마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내가 PO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조직장은 적당히 시간과 방법을 제공해주었다. 사업기획 과정에서 나는 타사 서비스를 참고하여 사업에 필요한 제품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기도 했다. 그리하여 1년여간 개발자와 일부 코딩까지 베타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서 운영했고 작년에 이를 바탕으로 정상적인 서비스로 출시하기까지 했다.


이 글과는 조금 떨어진 이야기지만 이 과정을 거치고나니 혼자서 제품 개발 조직과의 일하는 과정이 어려워졌고, 아예 제품 개발 조직으로 소속을 옮기게 됐다. 기존 조직에서 일부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일하는 방식에서 지쳐있던 내게 이 점은 좋은 명분이 됐다. 그래서 개발조직 내에서 좀 더 전문적인 프로젝트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보게 됐다. 개발자와 디자이너와 소통하고 제품 관리자들과 유사한 고민거리를 논의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됐다.



4. 과정에서 유의미한 선을 잇기

이제, 정리해보자. 처음에는 입사해서보니 속한 조직이 어쩌다보니 신규 사업을 하는 조직이었고, 그래서 새로 접하고 무작정 맡게 되는 일들이 많았다. 당시를 생각해보면 조직장은 내게 꽤 많은 기회를 줬다. 처음 입사 때 역할인 서비스 기획만 담당한게 아니라, (담당할 사람이 마땅히 없었으니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데이터를 활용한 지표 관리부터 크게는 프로덕트 오너로서 사업의 앞을 책임질 제품의 로드맵을 직접 그리는 과정을 맡겼다. 이때 일을 담당하면서도 조직장은 몇 차례 맡은 일을 하는게 어떤지 물어보면서 내가 적합한 일들을 찾게끔 도와주기도 했다. 마땅히 사수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조직장은 내게 다양한 경험을 하며 내가 해본 일이 나와 맞는지 생각해보게끔 하였다.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이제 세상을 맞닥뜨리는 주니어에게는 좋은 과정이라 생각이 든다.


과정에서 내게 유의미한 것들을 발견하는 것도 주요했다. 회사가 데이터를 꽤 많이 다루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으면 회사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데, 거기에 정산 업무와 지표 관리에서 터득한 SQL 작성 수준과 지표설정은 전문성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요금과 포인트 개념이 더해진 정산과 청구서를 직접 운영하고 개발 기획까지 담당하면서 결제관련 분야가 내게 꽤 맞는다는 점도 알게됐다. 그래서 지금은 제품 기획을 담당하고 있지만 다음 직무를 고르거나 이직을 하게 된다면 금융이나 결제 관련된 직무로 찾아보려 한다.



정산 아이디가 6만 단위를 넘어선걸 알았을 때는 정말 심적으로 힘들었다 ㅠㅠ


이처럼 내가 잘 모르는 분야를 접해보고 나와 맞는 분야가 어디인지 찾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어느정도 좋아하는 분야이고, 내가 어느정도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고, 그리고 업계에서도 어느정도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분야. 이런 것들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환경이 우선적으로 제공되어야 하고, 나를 채용하는 사람이 어느정도 열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회사 또는 서비스가 어려운 상황이되더라도, 겁먹기보단 이탈하는 이들 중 내가 맡을 일이 얼마나 유의미한 일인지 떠올려보고 어려운 상황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주니어에게는 무엇보다 값진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외로 이 과정에서 얻게되는 값진 것들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IT 기업에서 사용하는 도구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