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지 Feb 22. 2024

사무실 옆 카페에서

10년차 직장인의 퇴사 회고


판교를 떠나며

퇴사를 앞두고 회사 근처 카페에 나와 있다. 주변을 보니 먼저 이곳에 대한 내 인상을 생각해보게 된다.


내게 판교는 10년여 전 대학 졸업을 앞두고 면접을 목적으로 처음 방문했던 곳으로 매우 낯설었던 기억이 있다. 한 낮에 면접을 보러 왔기에 거리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진행한 면접 자체는 어렴풋하게 기억에 나지만, 그때 회사를 방문한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어떤 건물이었는지, 어떤 사무실이 었는지, 엘리베이터는 어땠는지와 같은 것들.


지금 재직 중인 곳은 곧 마지막 근무일을 앞두고 있다. 나는 지금 회사에 입사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소속팀은 경영상의 이유라는 명목으로 해체 통보를 받았다. 동시에 소속 구성원을 모두 해직하도록 통보 받았다.


나는 여전히 나를 포함한 소속 팀원들이 퇴사하게 된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해하기 어려움과 동시에 현실감이 잘 들지 않는다. 아마 이런 경험을 이전에 해보지 않았기에 더 그런듯 하다. 그렇다고 화가 나거나 억울하지는 않다. 내 성격이 그러하듯 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렇구나"라고 일단 남의 사정인 것처럼 일단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내게 일어난 일은 현실이고 나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단 구직은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서류 지원에서 떨어진 곳들이 있고, 면접을 기다리는 곳도 있고,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곳도 있다. 내가 지원한 많은 곳들이 1년 전이었으면 지원했을 업계 혹은 회사일까, 하면 그렇지는 않다. 그럼에도 내가 지원한 데에는 회고에서 이야기 할 이유들이 있다.



퇴사 회고

이번 구직 기간동안 몇 가지 느낀게 있다. 첫째, 먼저 사람에 대한 것이다. 과거에 나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 여전히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과 동시에 내 주변에 나와 같은 직무로 일하는 사람이 참 많다. 특히 구직을 하거나, 이직을 생각하는 것은 이들 모두에게 해당한다.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가 참 가까우면서 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관계를 얼마나 가깝게, 혹은 얼마나 적절히 유지할 지는 어려우면서 동시에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퇴사 과정에서 본 여러 인간군상은 새삼 내 마음을 다잡게 한다.


두 번째로 내가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 그리고 내가 돌보지 않았거나 외면했던 것들 모두 생각해보게 됐다. 아마도 이 점이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내가 얻은 큰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둘러 싼 것을 걷어내보니 오롯이 나에 대해 집중하게 됐다. 지금의 상황이 계기가 되었고 덕분에 내 주변과 나에 대해 분리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당장 바뀌는 것이 많지는 않을지라도 살아가는데 마음가짐은 많이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법에 대해 알게 됐다. 닥치는 어려움을 마주하고 잘 보내줘야 다음 기회를 볼 수 있다. 미리 불안할 필요도 없고 단정할 필요도 없다. 일단 상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고 무엇보다 내가 상처받지 않고 온전히 내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신경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시기가 내게 다른 기회가 있다는 경험도 얻었으니, 다시 어려움이 찾아온다면 그저 내게 변화의 시기로 인식하고 어려움에 대처할 있을거라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진로 고민이란 문제를 푸는 과정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