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 남극에 갑니다

by 지지


(블로그에는 이미 적었지만) 연말, 큰 결정이 마음 속에서 정해졌다.


하나는 남극에 가겠다는 것.

또 하나는 회사라는 세계로 돌아가지 않고 내가 먹고 살 수 있는, 동시에 원하는 일을 해보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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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쉬는 한두달 새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다. 작년 십일월, 처음에 퇴사할 때까지만 해도 결정한 것은 없었다. 단지 몸과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껴진 순간, 일단 일하는 나라는 존재를 정리하고 싶었다.


그리고 출근하는 몸의 관성을 멈추는 것 뿐이었다. 하나의 분야로 십년은 일해왔으니 어쩌면 내년 이맘때까지는.


이 과정에서 내게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줬다. 나는 내 인간 관계가 그리 넓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돌아보니 내 상황을 들어주고 내 판단과 결정을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쉼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는 내 직무와 개인 성향상 내 사정을 털어놓지 못했던 나에서 벗어나서 내 마음을 드러낼 수 있었다.


20251012_183227.jpg 주말마다 옷을 다렸던 일상을 멈췄다



쉬면서 알게된 나란 사람

첫 한달, 나는 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꾸 무언가 찾아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한달쯤 지나니 내가 불안에 의해 좀 더 움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는 내 상황을 듣고 비우는 연습을 해보라,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 가는대로 해보라는 조언을 해줬다.


어느정도 내 상태에 대한 자각을 하게된 뒤로는 하고 싶은 것은 하되, 한동안 쉬기로 한 이상 너무 에너지를 쏟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을 많이 벌리기보단 한번씩 하는 새로운 경험에 집중했다.


퇴사하기 전 동료가 내게 농담처럼 권했던 플라워 클래스를 들었다. 이전까지 머리 속으로 계획해나가는 기획에서 벗어나서 촉감이 있는 무언가를 만지고 다듬는 일을 해보니 신기하게 느끼는 지점이 있었다. 새삼 내가 원하는 만족의 형태가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진거다.


식물과 꽃을 가꾸는 세계에 대한 재미(식물들의 특성, 다듬고 배치하는 과정), 그리고 선물이란 의미로 만드는 것도 재밌었는데. 그보다 진짜 내가 원했던 만족은 '재화나 서비스가 일방향으로 제공하고 그치는게 아니라, 여럿이들에게 전파되는 형태로, 그리고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으면' 더 큰 만족감을 느끼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특정 회사에 속하지 않고 스타트업의 대표와 조직을 돕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첫 회사였던 창업팀에서 느꼈던 에너지도 그런 형태였고, 회사에 속하지 않더라도 그런 기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762836830125.jpg 내가 만들었지만 진짜 파는 꽃다발 같다


20251111_160455.jpg 지난 여행에서 만난 친구에게 부탁하여 처음으로 몸에 헤나를 그려봤다


내가 쉬면서 해본 것들을 몇가지로 나눠봤다.


- 나와 내 주변인과의 관계에 집중하기: 나와 가까운 사람들, 그리고 오랫동안 연락을 못했던 지인들 찾아가기, 상담으로 나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 새로운 경험들 해보기: 몸에 헤나 그려보기, 꽃다발 만들어 선물하기, 아로마 향수 만들기, 조소 모델 해보기, 지인 초대해서 퇴사파티하기


- 하고싶은 것 하기: 읽고싶은 마음껏 책 빌려보기(1900 페이지의 폴 오스터 소설책 완독!), 1년간 쉰 악기 이론부터 배우기, 몇 년간 못만났지만 만나고 싶은 사람들 만나기,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음감회 참여하기


- 미래 리허설해보기: 여행 복귀 이후에 내가 하고 싶은 코칭을 실제 주변에 실행해보기



아무것도 없는 곳

쉼과 동시에 새로운 도전으로 전환을 하려는 지금, 나는 낯선 환경에 나를 던져보고 싶었다.


이십대에 버킷리스트였던 남미 여행을 가야겠다고 마음 먹고 하루 종일 여행 후기를 찾아봤다. 우연히 남극을 다녀온 이의 후기에서 펭귄과 고래 사진을 봤다. 마음이 두근거리는게, 이거다 싶었다. 마침 내가 가려 했던 일정을 조금만 수정하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도 매력적이었다.


흔히 생각하면 남극에 무엇이 있나 생각할수 있다. 맞다, 남극은 내 주변의 것들이 있는 것보다 없는게 일반적인 곳이다. 생각해보니 새로운 일을 찾기에 앞서 마음을 비우기에 이만큼 적절한 곳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더불어 작년에 인도 여행을 다녀온 뒤, 여행을 소재로 또 다른 부업을 고민해보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그려보지는 않았지만 이번 남미와 남극 여행을 직접 체험하며 힌트가 될만한게 있을지 찾아보려 한다.


엉뚱할 수 있는 내 말에 주변에서는 그래, 하고 싶은거 다 찾아보고 해보라고 응원해주니 감사할 따름 :)


Screenshot 2026-01-06 at 5.17.22 PM.png 그래도 기대되는 존재들


20251205_175857.jpg 여행가서 쓸 물건을 하나, 둘 준비하며 벌써 소소한 즐거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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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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