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론리플래닛 선정 미국 필수 방문 국립공원 4위..?!
올림픽공원. 서울 송파구에 있는 올림픽공원 아니다. 미대륙 서북단 끝자락에서 태평양 쪽으로 과감하게 솟아있는 올림픽 반도, 그곳에 위치한 미국 국립공원 이름이다. 정식 명칭은 올림픽 내셔널 파크(Olympic National Park). 1778년, 지금으로부터 약 250년 전 이 지역을 처음 발견한 한 영국인 탐험가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올림푸스 산과 비슷하다고 여겨 이곳 산 이름을 마운트 올림푸스(Mount Olympus)라고 지었고 이후 산맥, 반도, 국립공원까지 모두 이 산의 이름을 따게 되었다. 서울 송파구와 관계없다.
시애틀 도시전경을 둘러보면 서쪽 좁은 해협을 건너 눈 덮인 산맥이 도시 전체를 병풍처럼 휘 감싸고 있다. 이 산맥이 바로 올림픽 내셔널 파크에 위치한 올림픽 산맥(Olympic mountains). 이 중 최고봉이 해발 2,432m 마운트 올림푸스다. 공기가 차가워서 시야가 좋은 겨울, 날씨가 맑은 어느 날 도심 쪽을 바라볼 제면 그야말로 올림픽 산맥이 파노라마 병풍뷰로 펼쳐져 넋 놓고 쳐다보게 된다. 짐작건대 시애틀에 살게 된 사람들 중 상당 수가 도시를 감싸고 있는 퓨젯사운드(Puget sound) 해안, 그리고 올림픽 산맥의 조화에 매료되어 결국 이곳에 정착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
올림픽 내셔널 파크를 검색하면 딱 두 가지가 가장 많이 나온다. 첫 번째는 영화 트와일라잇 촬영지. 두 번째는 원시 자연 생태계. 둘 다 무언가 초자연적이고 대자연적이다. 일반 자연하고도 심하게 동떨어진 곳이라는 것을 대강 짐작으로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영화 트와일라잇의 촬영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여행상품은 그렇게 광고를 하고 있다. 아마도 원작 소설 속 배경이 이곳이기 때문일 것이고, 소설보다 유명한 영화 덕 좀 보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실제 국립공원 내 Forks라는 마을에 가보면 여주인공 Bella의 상징과도 같았던 빨간 픽업트럭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영화 속 삽입곡 "A thousand years"가 조용히 귓가에 맴돈다.
올림픽 반도로 들어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시애틀에서 출발한다면 근처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하다. 반도에 들어서서 한 시간여 달리다 보면 허리케인 릿지(Hurricane Ridge)라는 산중턱 전망대에 도착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안타깝게도 몇 해 전 화재 때문에 Visitor center 건물이 전소되었으나 다행히 자연은 그대로다.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산세가 눈 아래 펼쳐진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올림푸스 산은 이렇게 생겼구나. 멍 때리고 있기에는 바람이 허리케인처럼 거세다. 멀리 캐나다도 보인다. 발아래 희뿌연 것이 구름인지 안개인지 가늠할 수 없다.
산을 내려와 서쪽으로 조금 더 들어서면 유명한 레이크 크레센트(Lake Crescent)를 만날 수 있다. 물 색깔이 이렇게도 투명할 수 있구나. 빙하에 의해 형성된 호수라 물속에 부유물이나 영양염류가 적어서 더 맑고 더 투명해 보인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곳 별장에서 머문 적이 있다고 하고, 존 F. 케네디와 마릴린 먼로가 이곳을 들렸다는 근거 없는 소문도 전해진다. 미국 땅끝마을에 깊숙이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호수, 레이크 크레센트. 이곳을 발견한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 입과 입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다.
드디어 호 레인포레스트(Hoh Rainforest)다. 이곳 올림픽 내셔널 파크는 지구상에서 몇 안 되는, 또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온대 우림지대'를 보유하고 있다. 열대도 아닌 온대인데, 우림이 펼쳐져 있다니 생소하다. 연중 태평양 쪽 편서풍에 실려오는 다량의 습기와 올림픽 산맥의 지형적 장벽이 만들어 낸 거대한 생태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아파트 높이만 한 침엽수와 그 나뭇가지에 축축 걸쳐있는 이끼, 양치식물(고사리류)들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산속을 헤매다 큰 뿔을 자랑하는 루스벨트 엘크(Roosevelt Elk)와 마주치는 건 이곳 여행의 커다란 보너스.
그리고 바닷가로 나간다. 태평양을 생(生)으로 마주하는 드넓은 해안. 가슴이 뻥 뚫린다. 근처에 여러 유명한 바닷가가 있지만 리알토 비치(Rialto Beach)를 가보자. 멀리 못 나간 바닷가에 로봇청소기 같은 바위섬들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고 중간중간 바위 구멍 뚫린 곳은 인간들을 위한 포토존이라고 한다. 이곳 바다가 이토록 야성적이고 몽환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검은 자갈 해변과 널려있는 고사목, 표류목들 그리고 이곳을 다녀간 많은 이들의 속 깊은 사연들 때문 일 것이다.
집으로 가는 길은 반도 아래쪽으로 우회하여 한 바퀴 크게 돌기로 하였다. 가는 길에 90년대 록 음악의 전설이 태어난 도시가 있기 때문이다. 1987년 올림픽 반도 남쪽 자락에 위치한 소도시, 애버딘(Aberdeen)에서는 록그룹 너바나(Nirvana)가 결성되었다. 시애틀 언더그라운드 록 신에서 활동하던 밴드는 결국 전 세계를 뒤흔든 Smells like teen spirit이라는 곡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이곳 애버딘에는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생가와 기념공원이 있고 거리 곳곳에 벽화, 표지판, 커피숍 등에서 전설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배철수 아저씨가 사랑한 '니르바나'가 미국 땅끝마을 촌동네 출신이었다니 그들의 음악이 더욱 단단하게 느껴진다.
집에서 차로 올림픽 반도를 한 바퀴 빙 돌고 오니 750km, 대략 서울-부산을 왕복한 거리를 내달렸다. 시애틀과 한 동네라고 하기에는 꽤나 먼 거리지만 그래도 매일 눈으로 마주하는 산들에 직접 다녀와보니 서북미 대자연과 더욱 친해진 느낌이다. 시애틀에 놀러 왔다면 스타벅스 1호점만 가볼게 아니라 하루라도 시간을 내어 올림픽 내셔널 파크를 다녀와보자. 결국 남는 건 자연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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