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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새롭게 Oct 10. 2023

소리 지르는 엄마

소리를 지르는 것은 습관이다

모처럼 남편과 2박 3일 여행길에 나섰다. 가끔 뜬금없이 "우리 떠날까?" 하고 질문하다 "그럴까?" 하는 대답이 나오면 나는 부리나케 호텔닷컴이나 부킹닷컴을 들어가서 숙소예약을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아이들이 결혼과 함께 친정살이를 시작하게 되면서 나는 갑자기 식구가 늘어 은근히 바빠지게 되었다.

아침에 도시락부터 늘었고 저녁도 더 신경을 써야 했다.

하지만 좋은 점은 우리가 집을 떠나 있어도 안심이 되어서 좋다.

이제 사위가 든든히 딸을 지켜줄 것이기에^^


여행을 하면서 옛날이야기를 남편과 하다 보니 잊었던 옛날 에피소드 하나가 떠올랐다. 큰아이가 초등학생쯤이었던 것 같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는 퇴근 후 빠듯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밥솥에 밥을 안치고 반찬을 만들면서 또 아직은 어린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맘때의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우리 집 아이들도 하지 말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자라고 있었다. "그것 안돼. 건드리지 마" "아직도 안 했어?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하는 거야? 빨리 해! 어서" "엄마 바쁘다고 말했지? 지금 엄마 바쁜 거 안 보이니?" "아니 학교 갔다 와서 지금까지 뭐 한 거야? 아직도 이걸 안 하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등등...  우리 엄마라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아이에게 해야 할 말이 엄청 많은 것 같다.  엄마의 이런 일상적인 잔소리(?)는 아이들도 엄마 자신도 익숙되어진다.  


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고 그런 일상적인 대화가 하루 이틀 그리고 어쩌면 내 평생을 가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엄마들의 잔소리가 차근차근 일반적인 말투가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소리가 커지고 목소리톤이 높아진다는데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소리를 지르고 있다. 


나와 함께 퇴근한 남편이 나에게 잠시만 방으로 들어오라고 눈짓을 했다. 방에서 남편이 나에게 우리 집 저녁 풍경을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인 양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당신이 지금 아이들에게 지르는 소리는 세월이 가면서 더 커질 거야. 지금도 목이 아플 텐데 나중엔 피를 토해도 아이들이 말을 들을지 알 수가 없지. 그러니 소리를 질러서 아이들을 움직이겠다는 생각은 버리는게 어때? 그냥 똑같은 목소리 톤으로 3번 이야기하고 안되면 나에게 말해줘. 내가 아이들에게 다시 이야기할게." 난 그제야 내가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소리를 지르고 살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나... 정말 나중엔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질러야만 했을까?


그날 이후부터 나는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는 걸 멈췄다. 아이들에게 해야 할 일들 가르쳐주고 한번, 두 번 다시 말했지만 아이들이 반응이 없을 땐 나는 그저 이렇게 말하면 되는 것이었다. "아직도 안 했구나? 알았어. 엄마는 이제 더 이상 너에게 이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무의미할 것 같아. 이제 아빠에게 이 상황에 대해 말씀드려야겠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잘 먹혔다. 아이들은 은근 아빠가 자신들에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나 보다. "알았어요. 지금 하면 되잖아요.." 하는 답변을 단박에 해버리니 말이다.


그 후 한국에 살 때, 길을 걷다 소리 지르면서 통화하는 여성분을 볼 때마다, 매사에 목소리가 유난히 크고 짜증이 가득하신 분을 만날 때마다 나는 그분들에게도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나의 과거를... 그리고 그분들도 나처럼 깨닫지 못해서 변해버리는 행동들이 그들의 삶을, 의식을 장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만약 당신이 소리 지르는 엄마라면.... 심각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아이들의 행동은 절대 목소리 크기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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