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The Bitch is Dead

진짜 죽은 건 아니고 퇴사했어 그래도 내 세계에선 죽은 셈이지

by 지젤리

마거렛 대처가 죽은 날, 이주민과 저소득층이 많이 살던 동네에는 "The Bitch is Dead"라는 현수막이 붙었다고 한다. 신자유주의의 선봉장이었던 그녀는 국고 지원 삭감, 사회보장 축소 등 전방위적인 복지축소 정책을 펼쳤고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저소득층에 갔던 셈이다. 예전에는 이가 다소 과격한 표현이라고 느꼈던 나는, 그의 퇴사소식을 듣자마자 이 문장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댕댕댕.


여왕벌과 정치질을 하며 평생 이곳에서 뿌리를 내려 살것 같던 그가 떠났다니.


이미 직장내괴롭힘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그는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면박을 받아도 그 버릇을 좀처럼 참지 못했다. 뒤에서 근거 없고도 은근한 루머들을 만들어 주변인들에게 부정적인 각인을 시키고, 부당한 일들을 피해자에게 몰아주며 다른 직원들의 신임을 받고, 그가 반격하면 그 사람을 맹공격하는 형태였다. 피해자를 제외한 단톡을 만들어 키득거리고, 앞에선 싱글싱글 웃다가도 뒤에서는 혼자 저주를 내리며 중얼거렸다. 순진한건지 멍청한건지, 그 주변 시녀들은 그 루머들에 더 길길이 날뛰며 행동대장 역할을 하곤 했다.


내가 직장생활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 중 절반 이상의 그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묘하고도 악질적인 괴롭힘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중압감을 가중시킨 건, 그가 절대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란 확신 때문이었다. 특히나 좌우로 든든한 시녀들이 그녀의 양팔 역할을 하는데다, 이곳은 허리를 담당하는 중간직급이 너무 없어 그녀같은 고인물이 너무나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철옹성같던 그의 엔딩은 생각보다 시시했다. 언제나 그랬듯, 버릇처럼 남에게 상처를 주다가 호되게 당했다는 것이다. 명예롭지 못한 끝이었고, 창피함에 쫒겨 야반도주하듯 부리나케 나갔다고. 회사 내 가십에 먼 편이라 자세한 속내는 듣지 못했지만 이 말을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그 사람들은 모두 답지 않게 부끄러워보였다. 급하게 얘기를 마무리 짓고 침묵을 지키다 어서 빨리 다른 대화 주제로 넘기고 싶어했다. 마치 철없던 시절의 흑역사의 흔적을 발견한 사람처럼. 이미 떠난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도 얘기하던 그들이지만, 그의 최후를 보자 이제서야 깨달은 것 같다. 그가 세운 왕국은, 자기도 그의 무리에 포함된다며 의기양양하던 그들은, 정말 보잘 것 없었다는 걸.

keyword
작가의 이전글6. 아빠의 프사가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