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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리 Sep 06. 2021

도서관쟁이가 제주 도서관에서 느낀 것

언젠간 내 책도 도서관에서 볼 수 있을까

제주(시립)도서관이 없네?

제주에 살 곳을 알아보다가, 내게 중요한 복지시설인 도서관의 위치도 찾아봤다. 제주도서관을 검색하니 '제주시립도서관' 같이 누가 봐도 가장 큰 도서관 같은 도서관이 없었다. 성남에는 중앙도서관이 크게 있던 것과는 달랐다. 의아해서 찾아보니 제주시에는 3개의 큰 도서관을 중심으로, 여러 군데에 작은 도서관이 흩뿌려져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제주도서관이라는 이름을 가진 도서관이 없다니, 의외다.


구제주에는 우당도서관, 신제주에는 탐라도서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곳에 (가운데) 한라도서관이 있다. 한라도서관 > 우당도서관 > 탐라도서관 순으로 장서가 많았다. 내가 사는 곳은 구제주와 가까웠기에, 우당도서관은 자연스레 내 단골 도서관이 됐다. 제주에서 놀랐던 건, 다른 도서관에 반납하는 게 가능했다는 것이다. 한라도서관에서 빌려서 우당도서관, 아니면 동쪽 끝에 있는 성산일출도서관에 반납해도 문제없었다. 덕분에 우리 집과 가장 가까이 있는 한적한 시골 도서관도 내 단골 도서관이 됐다.

우당도서관 내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도서관쟁이

도서관과 친하게 지내게 된 건 대학교 때 도서관 근로장학생(알바)으로 일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우리 학교 도서관은 규모도 작고 사용자가 적어서, 일할 때도 대출대에 앉아있는 자유시간이 많은 편이었다. 또, 당시 우리 학교 졸업식에 '독서상'이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제일 많이 책을 빌린 학부 졸업생에게 주는 상이었다. 같이 일하던 선배가 독서상을 받는 걸 보게 됐는데,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었다. 공대 독서왕이라니! 내 독서량이 쑥쑥 늘 수밖에 없겠죠? (여담으로, 졸업 즈음 내가 독서상 받을 게 유력했지만, 독서상은 폐지됐다. ㅠㅠ)


매일 서가 정리를 하며 자연스레 모르는 걸 책으로 찾아보게 됐다. 진로 고민 할 때도 도서관에서 다양한 진로의 교재를 찾아봤고, 관심 많던 심리학 서가는 도서관에서 나의 최애 장소가 됐다. 포토샵을 공부하고 싶을 때 포토샵 책을, 경제가 궁금했을 땐 경제학책을, 심지어 연애를 한창 못할 때 연애 관련 책도 빌려봤다. 연애를 글로 배우는 게 말이 돼? 나는 책을 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을뿐더러 도서관에서 언제든지 공짜로 빌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서관쟁이의 탄생이다.


성남에 살 때 가까이 성남도서관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지하철을 타는 그 심심한 시간을 아껴 책을 펼쳤고, 주말에 경치 좋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 때도 책을 읽으려고 했다. 성남도서관은 운동과 산책을 겸해서 걸어 갔다 오기 좋은 30분 거리라, 도서관에 가는 길도 좋았다. (우당도서관은 차로 15분이라 조금 아쉽긴 하다.)


우당도서관의 매력

우당도서관의 매력은 책 밖에(도) 있었다. 주차장에서 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계단길이 의외로 고즈넉하다! '머리조심'이라고 적혀있지만, 나는 우유 3천만 리터 정도는 더 먹어야 비로소 조심할 수 있는 통로도 아기자기 예쁘다. 주변에 사라봉 공원이 있는데 산책하기 좋다. 조금 땀이 날 수도 있는 산책길오름이지만, 귀여운 토끼도 사는 듯하다. 정상에서 바다와 제주 시내가 펼쳐진 풍경을 볼 수 있는데, 5분마다 착륙하는 비행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성남 중앙도서관은 해봤자 안 예쁘고 시끄러운 군용비행기였는데!)

우당도서관 옆 사라봉. 비행기와 제주 시내와 바다와 해의 엄청난 조화

나만의 책장

어느 도서관이든,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건 심리학 서가다. 아무래도 가장 많이 봤다 보니, 심리학 서가만 봐도 도서관을 대충은 파악할 수 있다. 얼마나 책이 많은지, 관리가 잘 됐는지, 교재 같은 전문 서적이 많은지, 신간이 잘 들어오는지. 심리학은 철학 옆에 붙어있는데(분류번호 1XX), 그곳이 서가의 처음 부분이라 거기서부터 천천히 도서관을 탐방한다. 역사나 문학(보통 서가가 따로 떨어져 있다)을 지나면 도서관 탐방이 끝났다. 책 제목만 쓱 훑었는데도 15분은 족히 지난다.


제주에 오니 자주 머물게 되는 책장이 늘었는데, 먼저 제주여행/제주살이 책장이다. 다른 사람들은 제주에서 뭘 하고 지냈는지 궁금하다. 읽다가 저자가 강력히 추천하는 여행지는 살포시 저장해두고 다음에 가리라 다짐한다. 그래서 갔다 온 곳이 큰지그리오름이었다. 사진에도 관심이 많아서 여행지의 사진도 유심히 보고, 괜찮은 구도는 다음에 재현해보려고 한다.

또 다른 책장은 자서전/수필. 내가 혼자 소량으로 출판제본했지만, 책을 쓰긴 썼으니 나도 작가다. 책을 만들면서 글의 구성, 디자인, 사진 배치, 내지 구성 등 고민했던 부분이 참 많았는데, 다른 사람의 책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지금 마음으론 두 번째 책도 도전해볼 생각인데, 이번엔 정말로 다른 사람이 '읽어줄 만한' 책을 써보고 싶다. 읽을 만 하면서도 나의 색깔을 잘 머금은 조화로운 책.


(예고) 나의 두 번째 책

첫 번째 책을 낼 때, 나는 특별히 잘 아는 것이 '나' 밖에 없어서 자서전을 썼다. (책을 쓰면서 내가 나에 대해서도 참 많이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만!) 쓰고 나니 너무 힘들어서 기진맥진. 당시엔 두 번째 책은 나오기 힘들 것 같았다. '이걸 또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난 지금, 창작의 고통은 많이 잊히고 내 책의 뿌듯함만 책장에 꽂혀있다.


결정했다, 난 두 번째 책을 쓸 거다.

나의 첫 번째 책, 나의 자서전. 다음은 뭘까?


하필이면 내가 제주에 산다. 여기서 두 번째 책의 소재가 정해져 버렸다. "제주의 삶" 이것보다 더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소재가 또 어딨겠는가. 하지만 내가 '제주학'을 기술할 건 아니니까, "제주에 사는 나의 삶" 제주에 비친 나를 그려 내련다.


지금까지 브런치에 쓴 글이 많진 않지만, 잘 읽어보면 제주 애길 하다 내 이야기로 넘어간다. 내 독자는 '제주'에 관심이 갈 텐데, '제주'를 따라 글을 클릭했을 텐데, 난 계속 내 사족을 덧붙인다. 왜 나는 그토록 열심히 글에 나를 붙이려고 할까?


사람은 누구나 영화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사람을 알아가는 것은, 그 사람만의 영화를 보는 것이다.


나름 상업용 다이어리에도 실린 내 명언이다. 멋지다! (자랑)

내가 다른 사람과 얘기를 나눠보면,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없을 인생을 모두가 살고 있었다. 누구는 투잡 뛰면서 독서/요리/친목모임을 각각 주최하면서 자격증 수십 개 '열정만수르'로 살고, 누구는 인도에서 100일 동안 동굴에서 수행하고 달라이라마를 만났으며, 누구는 평범하게 대학까지 다니고 취업한 것 같지만 취미로 수십만 원 하는 총과 장비를 사며 서바이벌 동호회에서 활동한다. 멋지다!

사람을 만날수록, 내 인생도 한 편의 영화이고 게다가 '재밌는' 영화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사람도 영화, 저 사람도 영화? 그럼 나도 영화겠네! 그걸 오롯이 담아 책으로 만들 테야! 멋지다!



같이 쓰기

이번 책은 다른 사람과 함께 쓰고 싶어졌다. 혼자 쓰면 쉽게 지쳐 힘들기도 하고, 뭐든 같이 해야 더 재밌기도 하다. 자연스레 책을 사랑해줄 독자도 늘어나니 1석 3조 아닌가! 그래서 많이 고민해봤다. 어떻게 다른 사람과 함께 책을 쓸 수 있을까?


교정과 이어쓰기를 부탁할 셈이다. 내 글 하나하나에 교정자이자 작가를 한 명씩 구한다. 그럼 글도 매끄러워지고, 새로운 관점이 글에 추가되니 책이 더 입체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대로 쉽게 되진 않겠지만, 일단 행복회로 풀가동!


저... 혹시... 제 글 읽어보고 고칠 부분 좀 찾아주실 수 있나요?
저... 그리고... 감상평도 좀 부탁드립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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