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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중정원 Dec 17. 2022

그 겨울 거리에는 네가 있었다.

쌀쌀하다 못해 눈까지 내린 겨울날.

목적지 없이 떠난 곳에서 나는 너를 마주하고 있었다.


코트를 입고 길가의 노점 앞에서 물건을 구경하는 너.


근처 카페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는 너.


목도리를 한 채 서점 앞에서 좋아하는 책을 한참이나 읽던 너.


나의 일상에서 상기되지 않던 너는

오랜 시간 기억의 저 편에 머문 만큼

타지의 거리에서 나의 매 걸음마다 그렇게 살아나고 있었다.


“겨울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좋아.”


겨울을 좋아했던 너는 급격히 강하하는 기온처럼

나의 거리에 내려앉았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너의 파도 속에서,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걸어야 했다.


온통 너로 점철된 이 거리에서

벗어날 용기도 없었지만 

내심 오랜 시간 버티고 있고 싶었다.


모든 것이 너로 보이는 그 순간만큼은

나 역시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으니까.


자꾸만 나타나는 너조차도 미워할 수 없어서, 

나는 너로 칠해진 이 계절을 싫어하기로 했다.


나는 이제 겨울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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