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하다 못해 눈까지 내린 겨울날.
목적지 없이 떠난 곳에서 나는 너를 마주하고 있었다.
코트를 입고 길가의 노점 앞에서 물건을 구경하는 너.
근처 카페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는 너.
목도리를 한 채 서점 앞에서 좋아하는 책을 한참이나 읽던 너.
나의 일상에서 상기되지 않던 너는
오랜 시간 기억의 저 편에 머문 만큼
타지의 거리에서 나의 매 걸음마다 그렇게 살아나고 있었다.
“겨울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좋아.”
겨울을 좋아했던 너는 급격히 강하하는 기온처럼
나의 거리에 내려앉았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너의 파도 속에서,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걸어야 했다.
온통 너로 점철된 이 거리에서
벗어날 용기도 없었지만
내심 오랜 시간 버티고 있고 싶었다.
모든 것이 너로 보이는 그 순간만큼은
나 역시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으니까.
자꾸만 나타나는 너조차도 미워할 수 없어서,
나는 너로 칠해진 이 계절을 싫어하기로 했다.
나는 이제 겨울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