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섬, 우유디저트, 새우훠궈 등 맛집 탐방!!
다음 날, 첫 일정은 대륙의 상징이자 절대 넘을 수 없는 고고한 벽, 바로 만리장성 방문이었다. 만리장성의 경우 각 구간을 여러 곳으로 나누어 관광 코스를 운영 중이라, 능선(?)의 특성을 고려해 일일 투어를 신청할 수 있었다. 우리는 완만한 대신 가장 인기가 많고 유명하다는 팔달령장성을 피해 다소 가파를 수 있지만 방문객이 적다는 무톈위장성 코스를 예약했다(가을에 보면 좋다는 후기가 많다). 어차피 장성을 많이 둘러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가서 대륙의 스케일이나 체험해보고 오자 정도? 무엇보다도 우리가 예약한 투어는 코스 종료 후 하차 장소가 우리가 정말 가 보고 싶었던 음식점 바로 앞이라는 게 큰 장점이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바로 추진할 수 있었다. 그 움식점이 바로 관광객 사이에서도 딤섬 맛집으로 유명한 ‘금정헌 본점’이다.
□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딤섬 맛집! - 금정헌 본점 (金鼎轩 地坛店) (Jindingsuan Ditan branch)
- 차이니즈봉봉클럽 북경편 제3화: 24시간 딤섬 파티 편(차이니즈 봉봉클럽 북경편 - 3화 밤샘 딤섬 파티 | 카카오웹툰)
- 주문 난이도: 하(사진 포함 메뉴판 제공)
실로 으리으리한 외관이었다. 중국식으로 지어진 건물은 얼핏 보기에도 3~4층쯤? 이렇게 큰 식당인데도 찾아본 후기에 따르면 식사 시간에 방문 시 대기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투어를 마치고 하차 장소에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쏜살같이 달려 바로 앞 식당으로 향했다. 투어에 참석한 온갖 국적의 사람들은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를 그저 멀뚱히 바라만 볼 뿐. 아무래도 식당에 방문하기는 애매한 시간이었기에 그러지 않았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당초 목적대로 식당에 입성했다.
네 시 즈음 도착한 식당은 무척이나 한적했다. 이른 저녁을 먹는 테이블이 몇 있었고 그 외에는 텅 빈 상태. 그중 중국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인 테이블은 우리뿐이었다. 다행히도 만화에서 본 것처럼 그림이 그려진 메뉴판이 있어 주문하기가 쉬었으나, 내가 가장 궁금해했고 먹고 싶어했던 ‘새우 창펀’은 메뉴에 보이지 않았다. 종업원을 불러 차이니즈 봉봉클럽 내 새우 창펀 사진을 보여주자 난처한 표정과 함께 돌아온 X 손짓. 하긴, 10년도 더 된 만화이니 당연히 메뉴 개편도 있었겠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이것저것 고르기 시작. 첫 메뉴는 새우 슈마이와 새우수정만두. 그리고 소롱포와 더운 날씨에 빠질 수 없는 맥주였다.
금정헌에서 시킨 메뉴들은 모두 하나같이 맛이 좋았다. 국내에서 딘타이펑 등 딤섬 전문점에 가서도 맛있게 먹긴 했다만, 국내에서 먹는 딤섬과는 차원이 달랐다. 소롱포(사진에는 없다, 먹느라 까먹은...)가 품은 육즙은 정말 진하고 풍미가 좋았으며, 새우가 들어간 딤섬은 피 속에 오동통하고 쫄깃한 새우가 한껏 감춰져 있었다. 한입에 한 개씩 털어넣으면 입안을 가득 채우는 속재료가 큰 감동을 주었다. 슈마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이 또한 안쪽에 오동통한 새우살을 한껏 감추고 있었다. 한입거리 딤섬에서 오는 즐거움이 기대 이상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시킨 것은 소 내장을 부드럽게 쪄 내서 소스에 버무린 것으로, 된장과 비슷하면서도 매콤한 장 맛이 부드럽게 씹히는 내장이 잘 어울렸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시간은 어느덧 다섯 시. 한 시간이 채 못 되는 짧은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조금 걷기로 했다. 목적지는 베이징의 인사동이라고 불리는 '난뤄구샹(南锣鼓巷).' 이르게 저녁도 먹었겠다 쉬엄쉬엄 걸어서 소화도 시킬 생각이었다. 식당에서 난뤄구샹까지는 걸어서 40분정도 걸렸던 것 같다. 중국의 신기한 점은 가까운 듯하면서도 멀다는 것이었다. 심리적인 가깝고 멂이 아니라 정말로 '멀다'는 뜻. 지도 앱으로 보기엔 참 가까워보이는데 실제로 걸으면 기본이 30분이다(택시는 기본이 15분.). 대륙의 스케일 덕이겠지. 지도 앱을 바라보며 한창을 따라 걸었다. 걷는 중간중간 중국의 '후퉁(胡同)'이라고 불리는 골목들도 여럿 지나칠 수 있었다. 골목골목이 참 아늑하면서도 평화로워 보였다.
베이징에 와서 새삼 놀랐던 점은 정말 '공중화장실'이 많다는 것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로 정비가 되었다는 얘기가 있다만,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다. 길을 가다가 체감상 500m마다 하나씩은 발견한 듯(관리도 생각보다 잘 되고 있었다!). 그렇게 터덜터덜 걸어 도착한 난뤄구샹(南锣鼓巷)에도 나의 목적지는 있었다. 간단히 저녁도 먹었겠다, 이번에는 디저트! 우유를 재료로 디저트를 만드는 '원위나이라오(文宇奶酪店)'였다.
□ 원위나이라오(文宇奶酪店) - 우유로 만든 고소하고 달달한 디저트!
- 차이니즈봉봉클럽 북경편 제5화: 우윳빛 나의 천사 편(차이니즈 봉봉클럽 북경편 - 5화 우유빛 나의 천사 | 카카오웹툰)
- 주문 난이도: 하(사진 포함 메뉴판 제공)
사실 원위나이라오(文宇奶酪店)는 난뤄구샹(南锣鼓巷)을 가는 길이니 한번 노려보자는 식이었지, 꼭 먹어야한다는 선택지까지는 아니었다. 이전에 차이니즈봉봉클럽을 통해 본 바로는 인기가 워낙 대단해 오전 중에 다 팔려서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더군다나 우리가 방문하는 날은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토요일이었으므로 내심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다. 주말의 난뤄구샹은 정말 관광 온 중국인들로 가득했다. 그와 동시에 가게에서 나와서 시식을 권유하며 호객행위를 하는 점원들과 중간중간 보이는 청소부 아저씨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거리는 하나의 거대한 콩나물 시루가 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중간중간 쓰레기통이 많이 보이며, 말했다시피 청소부 아저씨들이 수시로 쓰레기통을 비우고 주변을 청소한다는 것(아, 분리수거는 없다.).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지저분할것 같은 그런)은 도착 당시 기대 이상으로 말끔한 공항에서부터 깨어지고 있었지만, 전문대가(前门大街)나 난뤄구샹(南锣鼓巷)에서 보는 모습들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우리는 난뤄구샹의 북쪽(?) 입구에서부터 내려온 터라 원위나이라오까지는 꽤 멀었다. 중간에 에그롤을 파는 베이커리에 홀려 에그롤을 두 상자나 샀다. 손에 에그롤을 든 가방을 달랑거리며 더 남쪽(?)으로 내려오기를 약 10분. 거의 남쪽 출구에 인접한 이 가게는 생각보다... 정말 작았다. 미리 바이두 지도에서 중국어 이름을 검색해 후기 사진을 봐 두지 않았으면 스쳐지나갔을 정도(참, 고덕지도가 영어가 지원되어 외국인에게 편하긴 하나, 바이두지도를 쓰면 현지인들의 생생한 사진 후기(!)를 볼 수 있다.)? 우리가 이를 발견한 시각이 꽤 늦은, 그러니까 6시가 훨씬 넘었을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그 작은 가게엔 사람이 가득했다. 아직까지 문을 연 것을 보니 디저트도 판매하는 모양. 점원 앞의 메뉴판을 보았더니 중국어가 가득했다. 다행히 사진이 같이 제공되어 우리는 가장 기본이 되는 우유 푸딩과 우유를 응고시켜 만들었다는 앙금이 들어간 우유 롤 하나를 시켰다.
음, 맛은 정말. 우유 푸딩은 뭐랄까. 달콤하면서도 엄청나게 부드러운 푸딩 맛이었다. 냉장해 둔 것이 달달하고 시원해 한 스푼씩 크게 떠 먹고 싶었다. 어쩌면 팥이 올라간 우유 빙수를 푸딩화(化)시킨 듯한 간식이었다. 그보다 더 재미있는 쪽은 우유 롤이었다. 어떻게 응고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유의 보드라운 면만 남겨서 압축시켜 놓은 듯한. 폭신폭신한 질감이 퍽 흥미로웠으며 그와 동시에 우유의 고소함과 팥앙금의 달달함이 어우러져 디저트로는 그만이었다. 가게 내에는 앉을 자리가 없어 구석에 선 채로 디저트를 해치웠다. 걸린 시간은 약 5분. 신기하고도 이질적인 맛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어두워지는 난뤄구샹의 한복판에서 달달함을 완전히 충전한 채로 나와서 걸었다. 다음 목적지는 늦은 저녁. 정말 미식(美食)을 목적으로 둔 만큼, 한 끼도 낭비할 수 없었다. 이번 목적지는 여러 여행 후기와 인플루언서가 추천해 준 곳. 바로 훠궈 맛집이었다.
□ 새우 러버(lover)의 천국! - 파촉 왕포대하(巴蜀王婆大虾) 훠궈 전문점
- 주문 난이도: 상(중국어 표기된 메뉴판, 사전에 꼭 후기 찾아보고 갈 것. 번역기 오작동 다수)
나는 기본적으로 중국음식에 대한 호기심 반, 호감 반이었다. 따지자면 호감 쪽에 가까운 편. 흔히들 말하는 '중국집'의 중식 요리를 무척 좋아하고, 또 국내에서 맛볼 수 있는 대륙의 맛이라고 생각되는 '양꼬치'는 건대 쪽에서 유행하던 무렵에 직접 친구들을 대동하고 찾아가 먹었을 정도. 대림 쪽의 풍무 양꼬치가 중국 본토의 체인이라는 말을 듣고서는 단번에 달려가 궁보계정과 양꼬치를 해치우기도 했었다. 그런 내가 국내에서 맛보지 못한 것이 바로 훠궈였다. 훠궈를 먹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옆지기가 중국여행 후기를 여럿 찾아보던 끝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맛집을 찾아냈다고 나에게 보여준 곳이 바로 '파촉 왕포대하(巴蜀王婆大虾)'라는 훠궈 집이었다.
마침 난뤄구샹 근처에 지점이 위치하고 있어(베이징 곳곳에 분점이 많다.) 우리는 메인 로드를 벗어나 더 넓은 대로변 쪽으로 나왔다. 대로변을 따라내려가며 발견하는 여러 로컬 숍과 식당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진작에 대형마트 등쌀에 밀려 없어졌을 듯한 동네 로컬 구멍가게(?)가 여럿 있었고, 북경오리를 걸어놓고 파는 집도 종종 보였다. 보기엔 인사동 근처 대로변 ‘안국역 사거리’정도 규모로 보이는 사거리임에도 상업화가 되었다기보다는 정말 로컬들을 위한 식당과 상점들이 자리잡은 듯한 모양이 참 신기했다. 그렇게 거리 곳곳을 구경하며 사진도 찍고 하니, 파촉왕포대하 난뤄구샹점을 도착한 시각은 거의 8시가 다 되었다.
도착하니 아직도 웨이팅을 하고 있는 이 곳. 내국인에게 인기가 좋은 식당이라고 하더니 정말이었나보다(인플루언서가 추천한 영상도 본 적이 있는데, 지금와서 찾으려니 못 찾겠다. 참고로 이 식당은 우리가 베이징 여행을 와서 처음으로 한국인을 만났던 식당이었다.). 번역 어플을 사용해 우리는 인원이 2명이며,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 물으니 다시 번역을 통해 돌아온 답변은 10분이었다. 잠시 앉아 있으니 곧 우리를 테이블로 안내해 주고 큰 종이 한 장을 주고 떠났다. 적혀있는 곳은 온통 중국어 뿐. 카메라 번역 어플과 이전에 찾아놓았던 국내 여행기를 뒤져가며 메뉴를 주문했다. 사이즈는 작은 것. 맵지 않은 탕, 모듬야채, 푸주(腐竹), 양고기 등... 솔직히 주문이 들어가고나서 맞게 시켰는지 확신할 수 없다. 뭐가 나오는지를 봐야 하니까....
잠시 후 점원이 냄비 하나를 가지고 왔다. 안에는 붉은 양념으로 볶아진 새우가 한가득. 이걸 다 먹으면 이 위에 육수를 부어 훠궈 냄비로 만들어 준단다. 그러면 거기에 야채와 고기를 넣어서 먹으면 되는 것. 맛있는거 위에다 맛있는 것을 더해 먹으니 정말 '맛없없(맛이 없을수가 없는)' 조합이었다. 마라샹궈처럼 중화풍으로 맵지 않게 볶아낸 새우는 껍질을 벗겨 먹으면 야들야들한 속살이 참 달았다. 둘 다 이른 저녁도 먹었고, 디저트도 먹은 터에 작은 냄비로 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양이 제법 되어 새우를 먹는 데에만 시간이 꽤 소모되었다.
다 먹고 손을 번쩍 들어(중국어로 부르기가 부끄러움) "탕!"을 외쳤다. 탕은 중국어로도 탕(汤)이라고 했었다. 그러자 곧 점원이 주전자를 하나 들고 와 냄비에 부어주었다. 튀지 않도록 부채로 가려가며 부어주는 센스가 좋았다. 그리고 함께 준 것은 자그마한 그릇. 용도를 몰라 두리번거리니 점원이 연신 셀프바가 있는 곳을 기리켰다. 아 '소스!' 훠궈를 찍어먹을 수 있는. 셀프 바에 가니 기다리면서 먹을 수 있는 과자와 과일 일부, 그리고 다양한 소스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 막막해하고 있었는데 뒤에 계시던 중국 아주머니께서 손수 어떻게 소스를 만드는지 보여주셨다. 땅콩소스, 다진 쪽파, 간 마늘, 다진 고수, 알수 없는 장(1), 알수 없는 장(2), 설탕 약간, 알수 없는 기름. 마지막으로 간 땅콩까지. 앞서 본 그대로 따라서 2그릇을 만들어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로 돌아가니 우리가 앞서 주문한 것들을 가져다 놓은 상태였다. 모듬야채를 본 순간 양이 너무 많아 '헉' 싶었지만, 그 모듬 야채는 냄비에 들어가자마자 눈녹듯 없어져 버렸다. 얇은 양고기를 하나 하나 떼어 샤브샤브도 해 먹고, 말린 두부에 가까운 푸주도 연신 집어먹었다. 맵지 않은 맛으로 해서일까? 붉은 육수가 보기보다는 맵지 않고 오히려 된장국과 유사한 맛이 났다. 제법 구수한 풍미에 건더기를 건져먹다가도 굳이 국물을 떠먹고 싶게 하는 맛이었다.
나는 여행지에서 종종 기적을 행하곤 한다. 바로 '그걸 다 먹네'의 기적. 양이 많아보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먹다보면 다 들어간다는 것. 그게 바로 여행지에서만 가능한 '위장 늘이기' 스킬이 아닐지. 그렇게 훠궈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 나는 지나가는 점원을 바라보며 양 손을 마주했다가 다시 양 쪽으로 길게 늘이듯 곡선을 그리며 떼는 제스처를 취했다. 수타면을 뽑는 듯한 동작. 이를 알아본 점원이 웃으며 면을 가져다 주었다. 공짜로 제공되는 면까지 그렇게 알뜰하게 먹고 나니 시간은 9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왕푸징 근처에 위치한 숙소까지 다소 애매한 거리만큼 떨어졌기에, 우리는 저녁 소화를 위해 마저 걷기로 했다. 터덜터덜 걷다가 편의점을 만나 산매탕(훈제한 매실로 만든 냉차)을 하나 샀고, 다음날 아침을 먹을 것을 일부 구매해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