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차 마케터의 주절주절
깃플 입사 3개월.
이제 수습이 끝났다.
그리고 2020년, 총 경력 8년차 마케터가 됐다.
2019년 11월 중순 이직, 4번째 회사가 된 깃플챗
B2C마케터가 B2B마케터로 전향하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들을
일기처럼 적어볼까 한다.
사실 8년간 마케팅을하며 글을 쓰는건 지겹도록 했기 때문에
개인 SNS는 잘하지 않았지만,
내가 키우고 싶은, 키워야만 하는 서비스인 깃플챗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한자 한자 적어본다.
마케팅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많다.
데이터, 콘텐츠는 너무나 당연하며 콘텐츠가 뜰 수 있는 시기와 운도 중요하다.
하지만 팀원, 팀장, 파트장, 1인 1팀 등 다양한 형태로 일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경험해본 결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자신이 마케팅 해야할 상품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애사심과는 다름!)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상품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보지 않는다면
상품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고,
소비자의 의견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애정이 없으니 데이터 또한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것보다
좋은 인사이트 나오기가 쉽지 않다.
상품은 정말 내 새끼마냥 돌봐주고,
쓴소리도 좀 하고 그래야 상품도 나도 발전하는 것 같다.
그럼 어떻게 애정을 가질 수 있을까?
물론 좋은 회사, 좋은 동료들도 중요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상품 그 자체에 애정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1. 상품/시장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자.
사실 나는 처음에 SaaS(클라우드 기반 가입형 서비스)같은 건 관심이 없었다.
전형적인 문과였고 마케터지만 데이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공부는 하지만...
깃플에 입사한 계기는 우선 로켓펀치에 적혀있던 채용 공고에서 분위기가
매우 마음에 들었고, 지금 내가 글을 적고 있는 브런치에 Product Owner분이 작성하신
https://brunch.co.kr/@gitple/6
이 글이 매우 마음에 들어 입사를 결정했다.
하지만 SaaS가 도대체 뭐람? 어렵다 어려워
우선은 챗봇과 채팅상담 서비스에서 대해 검색해봤다.
검색해보며 생각했다.
오, 이 아이템괜찮은데?
사람들이 점점 전화도 하지 않고 PC랑 모바일로만 다 해결하려고 하니까
시장도 점점 커지겠는데?
거기다 이제 Z세대가 주 소비층이 되는데 이에 따라 챗봇&채팅상담 서비스도
점점 커진다는 기사도 봤다.
점점 커나갈 시장에 트렌드에 맞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시장이 커나갈 것이라는 판단 하에 마케터로서의 도전정신이 퐁퐁 솟아난다.
‘이 전 회사에서 막 시작한 브랜드를 업계 1위를 만들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
2.개밥먹기
개밥먹기란 프로그래밍 속어이다.
깃플에 입사해서 처음 들은 용어인데…
PO : 개밥먹기 알죠?
나: 그게 뭐에요…?
PO: 엥?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모를 수 있지.
주로 중견기업에 있었어서 개발자들과 이야기를 많이 할 기회가 없었다.
그냥 기획안 요청하고, QA에서 테스트해보고
뭘 고쳤으면 좋겠다, 이건 이상하다 등등 이야기만 했으니까
개밥먹기는 정말 기본 용어인 것 같은데 8년만에 처음 들었다!
여튼 개밥먹기는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실제로 현업에서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마케터에게도 이 개밥먹기가 필요하다.
보통 다들 하고있겠지만...
이 개밥먹기를 해야,
상품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것을 통해 경쟁사와 어떤 것이 다른지 찾을 수 있다.
가이드와 워크스페이스 메뉴를 보며 하나하나씩 다 눌러본다.
아 하이브리드 채팅 상담이 이거구나.
아 스킬 배정은 이런거구나.
그리고 경쟁사에 간다.
경쟁사들의 기능을 보고, 써본다.
오 얘네는 이런 기능이 있네.
얘네는 이런 기능은 없네.
처음에 사실 깃플챗과 경쟁사의 상품이 뭐가 다른지 구분하기 너무 어려웠다.
내가 입사할 때 나 빼고 여덟 분이 계셨는데, 거의 모두에게 물어봤다.
“우리거랑 경쟁사랑 뭐가 달라요?”
다들 열심히 설명해주셨는데, 사실 직접 써보는게 제일 빠르게 파악하는 방법이다.
이제 나도 얘기할 수 있다.
‘깃플챗은 경쟁사는 달라요! 깃플챗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전문적인 CS의 기능을
채팅상담으로 구축한 건데요, 고객이 같은 말을 안하게 상담을 그대로 전달하거나,
전담 상담원에게 상담 배정을 하거나 등등 상.담.전.문 기능들이 있어요!’
맞다. 막간을 이용한 짧은 홍보다 ^_^
개밥먹기를 하며 기능을 파악하고,
어떻게 포인트를 잡아야 경쟁사보다 더 좋아보일지 생각해볼 수 있다.
분석하고 생각해가는 그 과정에서 애정이 자라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이건 호불호가 매우 갈리는 방법인데,
나는 오지랖이 넓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기존에 일하고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매우 좋아한다.
공적인 얘기/ 사적인 얘기 모두 좋아함.
라떼는 말이야~ 이런거 말고…
물론 회사에서 쓸모 없는 이야기는 지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런 상품을 만들었는지,
만들 때 상황은 어땠는지,
만들고 내가 입사 전까지는 어땠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 이런 생각으로 상품이 나왔구나. 이런 메시지도 괜찮겠군.
이건 뭔가 메시지가 잘못 전달 돼 실패한 것 같은데? 다시 시도해볼까?
나도 이거 해보려고했는데 다시 하면 안되겠다
등등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다.
입사 3개월차,
수습이 끝나며 물어봤다.
“근데 BJ PD님(개밥먹기를 알려주셨던 PO님) 어떻게 이 아이템으로
회사를 설립했고, 지금 계신 PD님들이랑은 다 어떻게 만나신거에요?”
깃플과 깃플챗이 세상에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는 이야기가 좀 긴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에 마저 써야겠다.
초반부터 너무 달리면 후반에 지치고,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