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더 꿈을 향해
가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음반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인들에게서 문득 연락이 왔다.
작곡 모임을 가져보면 어떨까?
나의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자신의 곡의 가사를 쓰는데 도움을 구할 수 있겠냐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갑작스럽게 들어온 연락이었고 상대 역시 몹시 미안해하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 나에겐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마침 최근 가사로 쓰고 있던 글들이 몇개 있었으므로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처음엔 인스타그램에 게시하고 있는 글들이 마음에 들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곳에선 내가 찍은 사진들과 쓰고 있던 산문 등의 짧은 글들을 게시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공개된 장소에 쓰는 글이지만 누군가에게 봐달라는 의미로 쓰는 글은 아니었다. 다만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공개를 해둔 계정이 있었고 그곳에서 나는 여러편의 시를 썼다.
그러다보면 가끔 음악을 하는 지인들에게서 내 글에 멜로디와 반주를 붙인 메시지가 오곤 했다. 가사가 마음에 들어서 자신도 작곡을 해봤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몹시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 가사는 노래로 불러질 때라야 진정 가사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사를 쓰는 일은 일반 시를 쓰는 것과는 조금 다른 과정을 거친다
가사는 보통 미리 나와있는 멜로디나 코드에 맞춰서 운율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번 작업 같은 경우는 그 과정이 반대로 되어 가사가 먼저 나오면 거기에 맞춰서 멜로디를 쓰는 일을 한다.
가사는 불려질 것을 생각하며 쓰게 된다. 즉 어떻게 노래를 부를 때 노래가 이어질 때 어감에 맞춰 어떻게 발음 할지 그리고 어떤 음역대에서 편한 발성을 낼 수 있을지를 고려해야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렇게 쓰여진 가사가 그대로 쓰여지느냐면 또 그렇지도 않다. 작업과정을 거치다 보면 여러 요청과 요구사항에 따라 때로는 내가 좋아했던 부분 자체를 엎어버리고 새로 쓰거나 지워야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테세우스의 배를 보듯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작업물이 내 가사냐고 볼 수 있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중요한건 크레딧에 내 이름이 올라가느냐 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 얼마나 수정이 가해지는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가장 중요한 골자가 되는 부분은 나의 것이 확실하고 내가 아니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작업물이 하나 생겨난 셈이기 때문에 나는 나의 손을 거친 모든 노래를 싫어하지 않는다. 간혹 나의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어찌보면 내겐 수업이 되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차마 미워할 수 없었다.
종종 가사를 써달라거나 내가 쓴 가사에 멜로디를 붙여보고 싶다고 줄 수 있겠냐는 요청을 받곤한다. 나는 그런 부름을 거절하지 않는다. 내 나름대로 세상과 타인에게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이라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사를 써서 성공할 생각은 없지만, 가사를 쓴다는건 이미 글을 쓰는 내게 매우 성공적인 일이다. 매력적인 경험을 하고 싶다면 노래를 써보라는 제안을 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