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작곡을 하던 날
D코드를 짚는다. 기타줄을 튕기며 첫 멜로디를 가사에 입힌다.
녹음기에 흘러들어가는 소리는 틀림없는 나의 목소리요 나의 노래다. 다른 누구도 들어본적 없는 오직 나만의 노래. 나는 지금 작곡을 하고 있다.
가사를 쓰려고 했다. 멜로디도 쓸 줄 모르고, 악보도 만들 줄 모르면서 무턱대고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긴 에세이를 쓰고 그다음엔 산문으로 조금씩 줄이면서 글을 함축하는 연습을 했다.
시를 쓰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고 글감을 모으면서 내가 보고 느끼는 것들을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때로는 수많은 화자에 자신을 이입해가면서 나는 글을 남겼다.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며 나는 스스로에게 재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남기는 글들을 통해 사람들은 내게 다시 연락을 해오기 시작했고, 나를 보면 내 글을 잘 읽고 있다는 호평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운율을 갖추고 후렴구를 만들려고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 처럼 어떻게 가사를 쓰고 얼마나 쓰며 완급과 길이를 조절해야하는지 알지 못했다.
시와 가사를 읽기 시작했다. 찾아서 읽고, 뒤져가며 듣기 시작했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김광석씨와 유재하씨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 감상을 남기며 나는 다시 한번 깊은 가슴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다 지치는 날이 올 때면 아무런 가사도 없는 음악을 들었다. 흥얼거리고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불렀다. 억지로 쓰려고하면 무엇이든 나오겠지만 그런 결과물이 나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그런 날엔 나는 새로운걸 쓰기보단 차라리 이미 쓴 것을 퇴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쓰여지고 다음어진 가사를 주변에 보내기 시작했다. 이제 일반인들의 피드백보다는 전문가의 날카로운 피드백이 필요했다. 주변에 음악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내가 쓴 가사를 보여줬다. 부끄럽고 쑥쓰러웠지만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해야하는 일들이었다. 어떤 대답이 돌아오고 어떠한 혹평이 돌아오더라도 나는 글 쓰기를 사랑하며 계속 가사를 써야했기 때문이다. 이젠 내 이름으로 곡을 내고 싶었다.
피드백을 받고서 이제 멜로디를 붙여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곡을 쓴다면 코드와 악보 작업을 도와줄 사람들을 찾아야했다. 발로 뛰면서 어떻게든 작은 도움이라도 구해보려고 했다. 운이 좋았던걸까 그동안 사랑해온 것들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흔쾌히 나를 도와주고 내 일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한 길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을 때는 그 분야에서 이미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 그 길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도 물론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시작하는 방법"을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그것만 알고 노력한다면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다. 여태 그걸 몰라서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분야가 아니었던가.
그렇게 글을 처음으로 돌아간다. 기타 코드 몇개를 치며 가사에 음정을 붙여 읊조리기 시작한다. 녹음기를 켜고 몇차례, 내가 평소에 들어왔고 언젠가 들었던 곡을 카피하는게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코드는 비슷할지언정 표절은 해선 안된다.
화성학에 대한 것도 악보를 제대로 적는 법도 몰랐지만 나는 멜로디를 붙였다. 일단 듣기에 어색하지만 않다면 불협화음은 피한 것이고 맞는 화성으로 곡을 쓴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녹음된 초안을 이제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다시 가져간다. 그들이 손봐주고 피드백을 해주는 동안 나는 어떻게 이 곡을 녹음하고 앨범을 내게 될지 생각을 한다. 역시 하나도 모르겠다. 이것도 도와줄 사람들을 찾아야한다. 물어물어서.. 메달리고 비굴해지더라도 상관이 없다. 음악을 할수만 있다면 자존심 같은건 아무래도 좋은 것이었다.
삶의 끝자락까지 몰렸을 때 무너진 내 마음을 붙잡은 것은 억울함이었다. 음악을 해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억울함.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음악을 해야만했다. 내가 살기 위해, 내가 행복한 일을 하기 위해서.
그렇게 첫번째 작곡이 끝났다. 아직 손볼 곳도 많고 미흡함 투성이지만 내 이름으로 만든 곡이 나왔다. 세상에 내보내기엔 아직 부족할지 몰라도 이제 이 다음의 작업들에 대해 구상하고 도와줄 사람들을 찾았다. 다음은 가이드 녹음을 만들 때다. 반주에 들어갈 악기와 연주자를 구하고 작업을 해야한다. 그렇지 못할 때는 미디를 구해서 가상 악기로 작업을 해야한다. 돈이 없고 인맥이 부족할 때는 후자의 방법이 좋다.
혼자서 여러 작업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런 사람을 찾았다. 음악을 하는 일이 사람을 찾는 일이 되었다. 누군가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 다음 작업들을 하러 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