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
중학교 때부터 있었다. 자신에게 노래를 가르쳐 달라는 지인들이 자주 찾아오곤 했다. 고등학교 때는 저녁 식사 이후 야간 자율학습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 시간가량 시간이 남기 때문에 남는 교실에서 친구의 발성의 기초를 잡아주곤 했다. 생각해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어린아이들의 역할놀이 수준의 지식으로 아는 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첫 레슨을 시작하고서 선생님께서는 많은 것들을 전수해주셨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있다고 선생님 스스로 그런 말씀을 하셨었다.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갔고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며칠 남짓한 시간에 그걸 마스터하고 온 거냐고 깜짝 놀라곤 하셨다.
사실 재능이란 게 그런 것이다. 투자 대비 효율이 남다른 것. 그리고 알아서 노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것. 노력이 얼마나 있느냐 가르는 척도 역시 가르칠게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가르치는 것 이상을 해올 수 있는지에 대한 것들이 아니겠는가?
내겐 대부분의 것들이 이미 몸으로 체득한 기술들이었고 이론으로 체계화하지 못했을 뿐 사실하라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기본기가 대부분이 미 된 것을 확인한 선생님은 그걸 내가 언제 어디서라도 누군가에게 가르칠 수 있을 만큼 이론적 체계화를 시작하셨다. 기본과 기초를 그냥 넘어가지 않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어떻게 고급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수업이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남에게 가르칠 수는 없다. 가르친다는 건 두 가지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 정말로 알고 있거나, 알고 있는 줄 착각하고 있거나.
그래서 내가 노래를 가르쳐달라는 지인들을 보면 뭔가 기분이 좋으면서도 두려웠다. 그들의 눈엔 내가 잘 알고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일 테고, 실제로 선생님과 비교만 해봐도 나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실제로는 많이 배워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있다. 실력을 가장 빨리 늘리고 싶으면 남을 가르쳐 봐라. 이건 자신의 이해를 선행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두고 하는 말이다. 내가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래를 가르치려면 내가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를 알아야 하지만 상대가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도 알아야 한다. 노래하고 듣는 두 가지 일을 다 잘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정말 친한 친구에게 무료로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면 아직은 나는 돈을 받고 누군가에게 레슨 해줄 엄두는 절대 못 내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가 배워가고 노력할수록 내 주변엔 그런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꽤 마음에 기쁨이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