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마음속으로 숫자를 센다. 숫자를 세기보다 온 마음을 집중하는 게 더 크다. 몇 일째 나의 아침 루틴에 108배 기도가 포함됐다. 여름방학. 토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있는 6시 글쓰기 줌이 끝나면 나는 바로 절 방석을 거실 바닥에 깐다.
절은 스스로 가장 낮은 자세를 취함으로써 세상을 높이는 수행입니다. 바닥에 이마를 대고 절을 올리는 행위는 스스로 겸손해져 복이 늘어나게 하고, 모든 존재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길러 덕성이 커지게 합니다. 우리는 옛날부터 고마운 분, 존경하는 분에게는 몸을 굽혀 절을 올리는 예의를 갖추었습니다. 이것은 모든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입니다. 삶 속에서 위기를 맞이하거나 역경을 만나, 지금과는 삶이 달라져야 할 때 혹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자 할 때 108배를 시작해 보십시오. 삶에서 혼란과 의심이 생기거나 걱정과 근심, 분노와 번뇌로 얼룩진 마음을 정화시키고 싶을 때 108배를 시작해 보십시오.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가벼워질 것입니다.
- 정목스님과 함께 하는 행복을 찾는 108가지 마음 -
마음속으로 센 숫자. 했던 숫자를 다시 세기도 하고 숫자를 지나쳐가기도 한다. 모르겠다. 정확히 108번을 했는지 107번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확하게 했다고 기도가 닿고 틀리게 했다고 닿지 않을까.
처음에는 몸의 변화가 없다. 30이 넘어가고 50이 다가오면 몸이 뜨거워지며 땀이 나기 시작한다. 두 번의 50이 지나고 108배가 끝나갈 무렵 얼른 끝내고 싶은 마음도 올라온다. 108배를 한 첫날은 씻고 나오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내 다리가 아니었다. 허벅지는 터져나갈 것 같았다. 분명 제대로 걷는 데 걸음걸이가 이상하다. 마치 술 취한 사람인 듯 걸음걸이가 이상하고, 내 품새가 어색하다. 상체와 하체가 따로 논다.
모든 운동이 몸이 익숙해지고 적응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것도 하다 보면 괜찮겠지. 그날은 빨리 돌아왔다. 3일째까지는 내 다리가 아니더니 4일째부터는 훨씬 편하고 5일째는 몸이 아주 가벼웠다. 벌써 어제로 33일을 채웠다. 오늘도 나는 이 글을 마치고 또다시 절 방석을 피고 마음을 모아 절을 하겠지.
좋은 강의를 찾아다니며 듣던 그때 지역에 오신 법륜스님의 말씀을 들으러 간 적이 있었다. 크고 작은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혜안을 던져주시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어주셨다. 제삼자는 법륜스님의 현답에 웃음을 띤다. 당사자는 말씀을 가슴을 새기며 아주 진지하게 돌아가시는 듯했다. 그곳에서도, 유튜브 영상에서도 법륜스님이 108배를 권하셨다.
고민하던 그때 바로 108배를 시작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1736. 108배 수행을 어떤 관점으로 해야 하나요? 영상에 보면 수행의 핵심은 정기적으로, 시간을 정해 꾸준히 하는 것이라 말씀하신다. 자기 삶을 돌아보며 내가 휘둘린 것을 뉘우치고 계속 반복하여 깨닫고 참회하는 것.
운전면허를 딸 때 실수를 계속하며 배우는 것처럼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며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수행이라고 이야기하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행자가 여유가 있어야 해요”
가끔 절에 갈 때 했던 절이 다였다. 꾸준히 혼자서 절을 해보지는 못했다.
꾸준히 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면 된다. 환경을 만들고 다른 무엇보다 우선순위를 그것에 둬 무거운 내 몸을 일으키고 움직이면 결국은 하게 되어 있다. 할 마음을 못 내어 환경 만들기를 미룬다. 미루면 생각만 끊임없이 하고 시도조차 못해보는 일들이 많아지게 된다.
거실 바닥에 절 방석을 갖다 놓으면 이제 오늘도 108배를 무사히 해낸 것이나 다름없다. 오늘도 내 마음을 돌아본다. 정목스님의 말씀에서 모든 존재를 소중히 여기게 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본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줄 수 있도록 기도한다. 내 아이를 위해 기도한다. 내 기도가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닿아 그들과 나의 행복과 평안을 도울 수 있다면 그걸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