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무인도에 떨어져있는 듯 막막함.
둘만 있는 그 시간은 참 낯설고 어색하다.
어색한 공기 속 무거운 책임감만 흐른다.
아기와 단 둘이 있을 때의 그 적막감.
남편이 없는 12시간의 여백은 나 혼자 오로지 채워야 한다.
시간이 멈춘듯하다.
세상에서 제일 더디 가는 시간이 독박육아 시간일 테지.
먹이고 씻기고 조금 놀아줘도 정오도 안 된 시간.
언제까지일까. 내 머릿속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답답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의 육아가 계속 될까 의문이 들었다.
누구라도 나에게 너만 힘든 거 아냐. 다그래. 잘하고 있어. 라고 말해주는 단 한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멘토가 필요했다.
터널 속에 갇힌 듯한 기분의 육아. 그 안에서 꿈꾸고 설레고 즐거움을 찾게 도와줄 이가 필요했다.
연결통로가 없으니 육아서를 집어 들었다.
그 안에서 멘토들을 만났다.
아이를 잘 키운 이들을 보며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작지만 큰 꿈을 꾸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들을 배워갔다.
늦깎이 초보 맘. 다른 이들은 어떻게 키울까 하는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육아 맘에게 제일 무서운 것이 옆집 엄마. 앞서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존경할법한 선배 맘, 멘토들에게서 비교가 일어났다.
나와 그 사람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키우기 너무 힘들 거야. 이른 포기가 일었고 당신은 잘났잖아. 난 아닌데.
멘토라는 의존의 허물을 벗고 스스로 나비가 되어야 했다.
결코 나는 그들이 될 수 없다는 자괴감에서 출발한 생각이 합리화를 불러 일으켰다.
그들이 될 필요가 없다. 나와 그들은 다르니까. 나는 나니까.
스스로 성장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자 외롭고 쓸쓸해졌다.
그때부터 멘토들의 말과 글들은 차가운 겨울나무를 지켜주는 따뜻한 옷 같았다.
내가 되고 싶은 부모와 아이에게 주고 싶은 사랑이 정립되면서 영양분이 가득 차올랐다.
비교가 일어나도 잠시뿐이었다.
어느새 나는 나만의 길을 걷고 있었다. 육아소신은 어떻게 세워질까.
옆집엄마든 멘토든 정보나 양육스타일을 참고만 하라.
하지만, 마음에서 비교와 불안과 의심이 계속 든다면 주변의 수많은 정보들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혼자 하는 육아보다 더 혼란스럽고 지치게 만든다.
늦은 나이에 한 결혼과 출산이라 만만한 것이 친구였다.
먼저 아이를 낳아 키우는 친구에게 수시로 전화해 육아 템, 정보들을 전해 듣곤 했다.
아이의 발달수준에 귀가 쫑긋해진다.
개월 수 마다 정해진 발달과업의 기준들이 정해진다. 내 아이가 거기에 못 미치면 어쩌지라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들었다.
그런 자각이 일어난 후 더 이상 친구에게 툭하면 전화해 묻지 않았다.
[엄마의 자존감 공부]에서 김미경 대표는 아이를 키우는 시기를 잠용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씩씩하게 살아갈 힘을 키우는 시간을 지금 엄마가 정성껏 주고 있다고.
멋진 용으로 잘 날기 위해 물속에 숨어서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내 시간에 다른 이름을 붙여주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되고 엄마 자신도 용답게 살게 된다고 말이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이 시간이 희생으로만 점철되지 않고 그 안에서도 잠깐의 자투리로 꿈을 꿀 수 있게 되고 책 한 장이라도 읽으면 그렇게 기쁘고 행복했다.
그러러면 기나긴 육아에 힘이 되는 멘토를 마음속에 간직하되 허물은 스스로 벗어던지고 나 홀로 서는 연습을 해 나가야 한다.
아이 잘 키운 공을 누구에게도 돌리지 않고 나 자신에게 온전히 박수쳐줄 수 있는 졸업장을 기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