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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희엄마 Jul 18. 2022

부정적인 감정을 말할 수 있나요?

 우리 아이가 언제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불가능합니다! 언제나 좋은 사람만 만났으면 좋겠어요. 불가능합니다! 늘 세상에 당당했으면 좋겠어요. 불가능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오은영 박사님께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인간은 누구나 희. 노. 애. 락을 경험합니다. 기쁨과 즐거움인 희. 락만을 경험하며 살 수 없는 것이 인생! 화와 슬픔인 로. 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나의 삶으로 남길 것이냐가 사람마다 다를 뿐이지 인간의 삶에서 오는 좌절과 스트레스는 막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의 인생에서 부모가 ‘행복’만을 느끼게 취사선택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라면서 부정적 감정들도 잘 소화해낼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을 부모는 그저 처리해주는 것이 아니라 돕는 것이라 ‘요즘 가족 금쪽 수업’ 조우종 편에서 말씀하셨다.      



행복과 불행은 부모가 결정해줄 수 없다. 당당하게 맞설 힘을 길러주는 것일 뿐! 아이의 감정을 부모가 떠안을 순 없고 부정적 감정을 펼치고 스스로 진정하는 연습을 아이가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인간에게 언제나 기쁨과 즐거움만 있는 건 아니므로 모든 감정은 다 옳다.     


 아이마다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이 다르다. 감성적이고 예술성이 뛰어난 우리 아이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특히 민감하다. “선생님. 이 검사 결과 부모님께 가는 거죠?” 올봄 학교에서 검사한 정서검사시간 질문했다. 이왕 부모님께 갈 거라면 아주 솔직하게 작성하련다. 아이의 생각이었다. 엄마가 웬만한 건 다 알고 있으니 아주 편안하게 작성한 모양이다. 결과지가 오기 전 미리 나에게 귀띔을 해주었다.      

     

 아이가 학교생활이나 친구관계에 대해 힘듦을 이야기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엄마에게 이야기한다면 어떨까. 불안과 걱정이 생기지만 이건 그동안 내가 아이와의 관계만은 잘 유지해왔구나를 의미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엄마와의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없으면 쉽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같은 또래 아이를 둔 엄마들이 늘 하는 말 중 아들은 집에 오면 이런저런 이야길 거의 안 한다. 딸이라 좋겠다 하며 딸을 둔 엄마들을 부러워하곤 한다. 아들이어서 말수가 적고 딸이어서 말수가 많은 건 아닐 거다. 많고 작고를 떠나 본인의 힘듦과 부정적인 감정을 부모에게 어느 정도 나눌 수만 있어도 좋다.      


 부모라고 뾰족한 방법은 없다. 이기는 것은 아이의 몫이다. 다만 엄마는 ‘네 옆에 항상 있어’를 알려 줄 수 있을 뿐. 아이는 엄마를 믿기에 고민을 이야기하고 그 과정에서 힘을 얻기도 한다. 한 다리 건너 이야기는 담담하게 들을 수 있지만 막상 내 아이 이야기는 감정이입이 된다. 함께 속상하고 안타깝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중심을 잡는 것이다. 뒤로는 눈물을 훔치더라도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주고 엄마는 무조건 너의 편임을 알려주는 것이 제일 급하다. 당장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그건 그 뒤의 일이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그냥 응원 받고 싶어 한다. 언제나 돌아보면 내 뒤엔 우리 엄마가 있음을 알고 또 길을 걸어갈 것이다. 


 

 아이에게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마음으로 힘들었을 때 남편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언젠가 아이가 힘들 때 우리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게 중요하지 않겠냐고. 지금 내가 가장 우선으로 신경 쓰고 챙겨야 할 걸 알려주는 것 같았다. 우리 아이가 사춘기 진행 중이다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딱 사춘기다 싶기도 하고,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된 느낌이기도 하다. 다만 감사한 것은 딸이라도 모든 이야기를 시시콜콜 다 해주진 않지만 자신이 느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도 나에게 이야기해준다는 것이다. 아이와의 대화가 시작되고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힘들어한다면 가만히 그 순간 다른 건 다 잊고 교감만을 하리라. 온전히 그 감정을 받아주고 함께 있어주는 것에 충실하리라 다짐 또 다짐한다. 그 순간이 닥치면 모든 게 까마득하게 잊히고 어느 순간 또 생각보다 많은 말들을 뱉어낸다. 아이는 또 잔소리 시작이구나! 하면 마음속으로 시간을 잰다. 또 얼마나 길 것인가 한숨 쉬며. 나 또한 찜찜한 잔소리 후 다음번엔 안 해야지 하며 또 다짐하고 위안한다. 내가 아이에게 전한 말들이 아이에게 스며들 듯 영향을 미치지만 그 말들이 온전히 좋은 영향만 미칠지는 나도 의문이다. 항상 제일 어려운 순간이다.      


아이가 부정적 감정을 표현해도 여전히 아껴줄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게 나이고 싶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그냥 응원 받고 싶어 한다. 언제나 돌아보면 내 뒤엔 우리 엄마가 있음을 알고 또 길을 걸어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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