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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희엄마 Jul 29. 2022

서점엔 없는 아이 책 : 달달한 피의 계약

얼마 전까지 308p의 원고였다.     

    

2/3 정도 봤었던 아이의 교정이 멈췄다. 두 번째로 시작한 원고를 책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달달한 피의 계약]은 내용이 유치하다고 책 제본을 원치 않았다.          

부모 마음에 아무래도 그냥 원고 출력 본으로 가지고 있기엔 아쉬웠다.          

최근 남편의 고성능 노트북이 멈춰버렸다. 그걸 보고 내 노트북 안에 있는 아이의 원고를 책으로 얼른 만들자 생각했다.               

책을 받아본 아이가 왜 책으로 만들었는지 따져 물을 수 있었다.     

노트북이 갑자기 나가버리면 원고를 다시 절대 볼 수 없으니 얼른 소장 책으로 만들라는 남편과의 대화에서 제작을 결정했다.               

사춘기 아이에겐 흑 역사. 하지만 나중에 다 웃을 추억으로 남을 거라 믿었다 우리는.      

그렇게 해서 탄생된 아이의 첫 책          

[달달한 피의 계약]                

소장 책을 만들어주는 출판사 '북 퍼브'에 의뢰하여 아이의 첫 책을 만들었다.     

견적을 받아주는 최소 분량은 4권     

서점에서 4권의 책을 사는 것보다는 비싼 가격이었다.     

결재하고 시안 진행을 부탁하며 무료 표지까지 고르고 나서 잠시 후회했었다.     

그냥 대학교재 제본하듯 한권만 만들 걸 그랬나 싶었다.               

하지만 책을 내 손에 받은 순간 정말 잘했다 싶었다.     

이 맛에 사람들이 그렇게 책을 내고 싶어 하는 것 아닐까.     

너무 예쁘고 멋졌다.          

역시 그냥 제본이 아닌 출판사를 통해 제작하길 잘했어

책을 받은 날 남편은 뜸하던 SNS 게시 글을 올렸다.     

서점엔 없다. 전 우주에 딱 4부밖에 없다.           

츤데레 아빠가 딸에 대한 찐한 사랑을 표현하는 순간이다.          

LTI 발표를 하고 기숙사 짐을 모두 뺀 후 방학이 시작된 날. 마침 도착한 책.     

며칠 있다 서프라이즈 할까 하다 책을 살펴보곤 나조차 너무 감동되고 흥분되기 시작했다.    

침대와 한 몸인 딸에게 가 책을 보여주었다.     

잠깐의 뜸들임과 함께 환호성.     

아이가 책을 가슴에 꼭 안았다.          

너무 예쁘다고 했다.  



아이의 슬픔에서 출발한 원고였다.     

그 일이 없었다면 이 원고가 탄생할 수 없었다.     

소설을 전혀 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썼어도 전혀 다른 내용의 원고가 탄생했을지도.          

5학년 힘든 시간을 보내고 6학년을 맞았다.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아이를 말리지 않았다.     

한번 해보라 응원만 했다.               


처음엔 자필로 쓰기 시작했다. 상당한 분량을 쓸 무렵 개인 소장용 책을 제작해주는 출판사를 찾았다.          

문의를 하니 자필을 그대로 책으로 만들려면 일일이 스캔 작업이 필요하단다. 워드로 된 파일이 훨씬 작업이 편해진다고 했다.          

아이와 이야길 나누었다. 자필로 쓴 원고를 한글파일로 다시 만들기로 했다. 지루하고 따분한 시간이었다. 혼자 다 작업했다. 엄마는 1회, 아빠는 2회 정도 도와주었다.     

시작했을 때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다.           

어른들도 책 한 권 완성하기 어렵다. 13살 아이가 소설을 쓰기로 한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고 끝까지 해내다니. 책의 완성도는 중요하지 않다.      

아이이기 때문에 어른처럼 재고 따지고 하지 않아 가능했던 걸까. 소중한 아이 책은 그렇게 우리에게 왔다.               

이제 그녀는 ‘빈집’이라는 두 번째 소설 집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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