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할 때는 ‘자연스럽게’ 접근할 것

Chapter4.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전라도

by 장병조

둘째 이모네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이 밝았다. 여섯 시 반이 되자 이모가 방꾸쟁이들을 깨웠다. 이모는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 밭일을 나가는데, 그곳에 방꾸쟁이들을 데려가려고 했다. 꿈 인터뷰에 참여할 사람들을 소개해주기 위함이었다. 이모는 방꾸쟁이들에게 “야, 얘들아, 밭에 가면 80대 90대 할머니들 많이 오시거든? 이모가 지금 70대 중반인데도 거의 막내야. 그런데 너희 여행하면서 지역 어르신들 꿈 인터뷰해야 한다며. 이모가 사람 모아줄 테니까 가서 해봐.”라고 이야기하며 간단한 아침밥을 차려주었다. 방꾸쟁이들은 이모가 차려준 밥을 순식간에 먹고 함께 일터로 향했다.


밭에서의 시간이 흐르고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어르신들께서는 다 함께 쉬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 나무 그늘로 이동해 태양을 피했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었다. 그늘이 있는 곳으로 살살 불어오는 바람은 땀을 식혔고, 풀과 나뭇잎이 흔들려 부딪히는 소리는 귀를 시원하게 해주었다. 방꾸쟁이들이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자 방꾸남의 둘째 이모가 슬그머니 다가와 말을 건넸다. ‘야, 너희들 인터뷰할 거 뭐 종이라도 준비해왔어? 이제 인터뷰 질문하면 될 것 같다. 자연스럽게 한 번 해봐.’

Ch4_전라도_사진3_나무 그늘 아래서 보는 하늘.jpg 경기도민에게는 외국처럼 느껴졌던 정읍의 풍경

방꾸쟁이들은 ‘지금이 기회로구나!’라고 생각하며 냅다 인터뷰 질문을 던졌다. 어르신들께 “저희가 여행하면서 꿈을 조사하고 있는데요, 혹시 꿈을 가지고 계세요?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라고 이야기했다. 나름 깔끔하고 괜찮은 접근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들 반응이 없었다. ‘머리 아프게 뭣 하러 그걸 물어보냐?’라는 표정이었다. 방꾸남이 무언가 잘못됐음을 감지하고, 이모에게 눈빛으로 도움 요청 신호를 보냈다. 이모는 방꾸쟁이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라는 것을 강조했는데, 방꾸쟁이들은 경험이 부족한 나머지 어떤 게 자연스러운 접근인지 모르고 있었다.


결국 보다 못한 이모가 나섰다. 아무런 맥락 없이 꿈을 물었던 방꾸쟁이들과는 달리 이모는 ‘요즘 자주 가는 곳’, ‘최근에 여행 다녀온 곳’, ‘돈 생기면 먹는 것’처럼 일상적인 것부터 묻기 시작했다. 그마저도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언니 요즘 곰국 자주 먹는다고 하지 않았나?”, “여름이라 일 끝나고 콩국수 한 그릇 먹으면 좋을 텐데, 잘하는 집 없나?”라고 묻는 등 지극히 일상적인 주제에서부터 대화를 이어갔다.


어르신들께서는 ‘콩국수’, ‘손주’, ‘여행’ 등 각자의 귀에 쏙 들어오는 키워드가 던져지면 쉽게 말문이 열렸고, 말문이 터지는 순간부터는 묻지 않은 이야기까지도 술술 쏟아냈다. ‘자녀·손주들이랑 해보고 싶은 것’, ‘꼭 먹어보고 싶은 것’, ‘꼭 이루고 싶은 일’처럼 버킷리스트와 꿈이라고 볼 수 있는 답변까지 자연스레 꺼내두었다.


방꾸쟁이들은 1930년대~1940년대에 태어난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들이 ‘꿈’, ‘버킷리스트’, ‘목표’ 같은 단어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 단어들을 낯설거나 어렵게 느낀다는 것을 몰랐다. 그러나 이모는 어르신들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려했기 때문에 인터뷰를 잘 풀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방꾸남의 둘째 이모와 함께 인터뷰하게 된 것이 참 다행이고, 그녀 덕에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다음 이야기(2025.07.13.일 업로드 예정)

□ Chapter4.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전라도


"생사의 갈림길이었던 세상이 꿈의 무대가 되기까지"

→ 알고 보면 대한민국 사람들이 '꿈'이라는 단어를 유행어처럼 쓰기 시작한 때는 오래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