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5.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충청도
한참 해가 뜨거운 오후, 방꾸남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혼자 해변을 산책하고 있었다. 산책하는 도중에도 인터뷰 대상자가 있는지 살피느라 계속해서 눈동자를 굴렸다. 그러던 중 시끌벅적한 무리 하나가 눈에 띄었다. 방꾸남은 무리에게 홀린 듯 자연스레 이끌려 가 무작정 인사를 건넸다. 무리는 젊은 남성 7명이었고, 모래사장에서 단체로 백 텀블링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태권도 선수인 듯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7명의 청년은 태권도 선수였고, 막 대학교에 입학한 만 19세의 청춘이었다.
전혀 모르는 행인이 인사를 건네는데도 청년들은 밝게 받아주었다. 그리고 “날씨도 더운데 맥주 한 잔씩 사드릴 테니 저랑 잠시 인터뷰 좀 해주실래요?”라고 묻는 방꾸남에게 “아 무조건이죠.”라며 무한 긍정의 답변을 보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피 끓는 태권도부 청년들에게 방꾸남은 인터뷰 내용에 관해 설명하고, 무리 중 한 사람을 데리고 가 맥주를 사주었다.
함께 맥주를 마시며 버킷리스트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무래도 재밌게 놀던 중간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짧게 인터뷰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방꾸남은 인터뷰의 핵심인 ‘꿈’과 ‘버킷리스트’ 두 가지만을 청년들에게 물었다.
먼저, 꿈을 물어봤더니 모두 같은 답을 내놓았다. 태권도 국가대표 시범단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대학부 선수까지 할 정도면 목표가 국가대표일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모두 같은 대답을 할 줄은 몰랐다. 방꾸남은 너무 패기 넘치는 꿈이라며 그 이유를 물었다. 꿈은 같았지만,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멋져 보여서요.”, “한 번 시작 했으니까 정점을 찍어야죠.”, “너무 오랫동안 태권도만 했더니 이제 잘하는 게 태권도밖에 없고, 태권도가 가장 자신 있기도 해요.”, “야유, 그냥 태권도 재밌잖아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죠.”, “태권도 처음 시작할 때 저 목표였고, 이뤄내기로 스스로랑 약속했어요.”
같은 꿈을 꾸지만, 이유는 모두 다른 게 참 흥미로웠다. 태권도부 청년들은 사는 곳도 모두 다르다고 했다. 다만 대학교라는 곳에서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끼리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끼리는 언젠가 만나게 되어 있는 것 같다.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꿈을 꾸는 이유가 다르더라도 말이다.
태권도부 청년들의 꿈을 빌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요즘은 직업을 나타내는 명사형 꿈보다는 ‘동사를 포함하는 꿈’이 유행이다. 한국사로 유명한 큰별쌤 등 청년들을 가르치는 사회적 리더들이 ‘동사형 꿈’을 강조하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태권도인으로서 살아가는 것’,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고 국가대표가 되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는 것’처럼 동사를 포함하는 문장형 꿈이 그것의 한 예이다.
동사형 꿈을 갖는 이유는 장래 희망에 내 삶의 의미를 더하기 위함이다. 단순히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넘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왜 그렇게 살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꿈에 녹여 넣는 것이다. 예를 들어, 꿈의 목적을 생각해본 적 없이 ‘국가대표’라는 명사만을 꿈꾸는 사람은 그 꿈(장래 희망)을 이루지 못했을 때 좌절하고 멈춰 서기 마련이다. 또, 꿈을 이루고 난 뒤에 방향성을 잃기도 한다.
반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태권도인’처럼 동사형 꿈을 꾸는 사람은 ‘즐거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며 ‘태권도인’이 되는 것은 즐거움을 나누기 위한 수단이므로 좌절하거나 멈춰 서더라도 금방 다른 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국가대표가 아니더라도 태권도장 관장님, 태권도 공연 기획자, 태권도 경기 해설가 등 다른 직업을 통해 꿈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동사형 꿈을 꾸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아 탐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왜 태권도 선수가 되고 싶은가?’, ‘선수가 되어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목적의 달성을 위해 다른 목표를 세울 수는 없는가?’, ‘나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처럼 자기를 탐색하는 질문을 충분히 던지고 답해본 뒤에야 동사형 꿈을 세울 수 있다. 때로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자기가 지금껏 살아왔던 삶을 부정하고 방황하는 시기도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자기를 인정할 수 있으며, 그것들을 한 겹씩 쌓아가는 것이 바로 자아 탐색이므로.
우리의 하루는 의도적으로 자아 탐색에 투자할 시간을 낼 만큼 길지 않다. 나에게 ‘필요한 일’을 하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해야 할 일’을 하기에도 바쁘다. 그럼에도 일상 중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약간 줄이고, 하루에 단 한 번, 5분씩 만이라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해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동사형 꿈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사형 꿈은 내가 설정한 삶의 목적을 까먹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위에서 계속 이야기했듯 꿈에 삶의 목적을 포함하는 것은 분명히 중요하다. 그 목적이 내 삶의 지향점이 되기 때문이다. 또, 내가 그 꿈을 왜 꾸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꿈을 향한 원동력을 잃었을 때 꿈의 이유를 생각해보면 마음을 바로잡을 방법을 떠올릴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생각해본 적 없다거나 우리의 꿈이 명사라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그 꿈을 가진 이유를 잘 모르기 때문에, 삶의 목적을 깊이 생각해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명사형 꿈이 자기 삶의 무조건적인 원동력이 되어주는 경우도 많은 듯하다. “‘그냥’ 그런 꿈이 꾸고 싶어요.”라는 말과 함께.
삶의 목적이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은 때때로 마음속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복잡해진 생각이 발목을 잡아 걸음을 멈추게 하고, 오히려 길을 잃게 한다. 그것의 이름은 ‘방황’이다. 때로는 꿈이 좌절되고 원동력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할지라도 그것이 앞으로의 삶을 더 멋지게 꽃피우는 데 거름이 되곤 한다. 그것의 이름은 ‘실패’이다.
방황과 실패를 겪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것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 모두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빠르게 자기를 알아가고픈 마음에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내 꿈에 목적이 없어도, 내가 어떤 꿈을 꿔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더라도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동사형 꿈과 명사형 꿈, 방황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라 잠시 옆길로 샜다. 정리하자면, 꿈을 갖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개인에게 원동력이 되며, 우리가 나다운 삶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방황도 실패도 그 우리 삶에 필요한 구성요소이며, 그것을 겪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방황과 실패를 겪는 과정에서 우리는 삶의 목적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방꾸남은 ‘태권도 국가대표라는 꿈은 비록 명사였지만, 그것이 7명의 청년에게 강한 원동력일 것이고, 이미 참 멋진 꿈이다’라고 생각했다.
꿈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고, 청년들에게 버킷리스트를 물었다. 그들의 버킷리스트는 여느 10대, 20대와 다르지 않았다. 해외여행, 바디프로필 찍기, 건강하게 살다 죽기, 체육관 차리기, 연애하기 등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과반수가 연애에 대한 버킷리스트를 적었다는 점인데, 아무래도 한참 피가 끓는 때이다 보니 연애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맥주를 사러 편의점에 함께 갔던 친구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아무래도 운동에 전념하다 보면 연애를 하는 게 힘들어요. 데이트도 자주 못 하고, 연락이 잘 안될 때도 있는데, 그런 걸 이해해주는 여자친구를 만나는 게 힘들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운동선수라는 게 국가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보니, 어린 나이에 그 꿈을 지지해주는 여자친구를 만나보는 게 쉽지 않은 듯했다.
방꾸남은 엘리트 운동선수 생활도 해봤고 먼저 체육대학교를 졸업한 선배로서 어느 정도 공감이 됐다. 그럼에도 우리의 손은 두 개고, 우리의 하루는 24시간이기에 여자친구와 꿈이라는 두 가지 모두를 잡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 또한 청년들에게는 분명히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랑과 꿈 중에서 더 중요한 가치를 찾아 선택하는 과정이 그들에게 더 큰 성장의 발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으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 다음 이야기(2025.09.21.일 업로드 예정)
□ Chapter5.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충청도
"비 온 뒤 갬"
→ 여행에서 인터뷰만 하는 것은 너무 힘들잖아! 이번에는 종일 놀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