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풍요!빙고! 경주에서 만난 선조들의 꿈 세 가지

Chapter6.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상도

by 장병조

방꾸쟁이들은 국립경주박물관을 구경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꾸었던 꿈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정복’과 ‘평화’를 꿈꾸었던 선조들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신라인들이 사용했던 무기와 방패, 갑옷 따위에 그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누군가는 정복을 위해 무기를 만들어 손에 쥐었겠지만, 누군가는 국가의 평화와 가족, 친구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었다. 그런데 감사히도 평화를 꿈꾸는 조상들의 간절함이 정복에 대한 욕망보다 컸던 덕일까? 오늘날에는 과거에 비해 전쟁이 많이 줄어든 듯싶다. 물론 일부 국가들 사이에는 여전히 영토 확장과 이념의 확산 등을 위한 전쟁이 계속되는 중이다.


두 번째로 확인한 선조들의 꿈은 ‘밥 잘 먹고 사는 것’이었다. 즉, 풍요로운 삶을 꿈꿨다. 신라 시대 유물을 보면,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식기류(類)’가 많이 보인다. 유리그릇, 국자, 토기 등이다. 신라보다 한참을 더 거슬러 올라가 석기시대의 유물을 살펴보아도 음식을 보관하기 위한 토기나 사냥·채집을 위한 도구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그와 함께 풍년을 간절히 바랐던 조상들이 하늘에 ‘제사’를 올린 흔적들도 여전히 기록으로써 찾아볼 수 있었다.


1970년대까지도 대한민국 국민의 상당수는 ‘따뜻한 흰 쌀밥을 원 없이 한 번 먹어보는 것’을 꿈꾸었고, 지구촌 어딘가에서 있는 누군가는 여전히 밥 한 끼 풍족하게 먹어보는 것을 꿈꾸는 중이다. 이러한 점에서 ‘풍요로운 삶’이라는 꿈은 선조들로부터 여전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과거에 비해서 오늘날 ‘인류’의 삶은 훨씬 풍요롭긴 하지만.


조금 뜬금없는 등장이지만, 세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선조들의 꿈은 우리가 흔히 먹는 ‘얼음’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박물관 밖으로 나가 조금 걷다 보니 조선의 영조 시절에 만들어진 ‘석빙고’를 만날 수 있었다. 출입이 불가했기에 닫혀 있는 문 틈새로 손을 살짝 넣어보았는데, 여전히 시원한 것이 제법 신기했다.


정확하진 않지만,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얼음을 보관하고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6세기 신라 지증왕 때부터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조상들은 ‘빙고(氷庫)’라는 이름의 얼음 창고를 활용해 겨울에 채빙(採氷)한 것을 여름까지 보관했다. 요즘에서야 제빙기가 나오고 얼음 정수기가 생겨서 매일 시원한 얼음물을 마시는 것이 당연해졌지만, 조선시대 때까지도 얼음은 일상화되지 못했다. 백성들이 동상과 사망의 위험을 무릅쓰고 겨울에 얼어붙은 강으로 나가 얼음을 캐 빙고로 옮겨두었으며, 그 얼음은 주로 제사, 열병 치료, 귀족의 잔치 등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백성이 각기 다른 이유로 얼음을 원했을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백성이 얼음을 접할 수 있지는 않았다.


빙고를 접하고 그것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고 나니 여름철에 당연하게 주문해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깨달았다. 선조들의 피와 땀, 눈물, 꿈이 모여서 우리가 시원한 음료를 매일 저렴하게 마실 수 있게 됐다.

Chapter6_경상도_사진5_석빙고앞에서.jpg 석빙고를 지키는 뱀인

■ 다음 이야기(2025.11.9.일 업로드 예정)

□ Chapter6.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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