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6.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상도
국립경주박물관 안에는 ‘경주 어린이박물관’이라는 곳이 있다. 그리고 어린이박물관 안에는 ‘경주 어린이박물관학교’가 위치한다. 경주의 박물관학교는 1954년 우리나라 최초의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으로서 처음 문을 열었고,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 교육을 하겠다는 뜻을 70년이 넘도록 세상에 전하는 중이다.
박물관학교에서는 어린이들이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유산(국가유산)을 바르게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곳에는 지금까지 학교에 다녀간 아이들의 글과 그림, 학교에서 활용했던 활동지와 교과서 등이 전시돼 있는데, 이를 통해 학생들이 어떤 내용을 배우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파악해볼 수 있었다. 학교에 입학한 어린이들은 문화유산을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역사를 배우는 듯했다. 나아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운 것을 활용해 그림 그리기나 글짓기를 해봄으로써 자기만의 시각으로 역사를 해석할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것 같았다.
박물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경주 어린이 박물관 학교의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수업계획표였다. 2024년에 입학한 71기 어린이들이 2054년 101기 입학생의 수업계획표를 미리 편성해본 것이었다. 회차별 수업 주제를 보았을 때는 딱히 이상한 점을 못 느꼈다. 그냥 평범했다. ‘성덕대왕신종 탐구하기’, ‘신라금관 정밀 관찰’, ‘박물관에서 시 쓰기’, ‘불국사와 석굴암 이야기’, ‘로봇 불상 만들기’ 등이었다.
평범했던 주제와 달리, 그 옆에 쓰인 ‘강사’와 ‘강사의 소속’이 눈길을 끌었다. 방꾸쟁이들은 ‘하나 같이 수업과 전혀 관련 없는 강사가 배정되어 있네? 이거 잘 짠 거 맞아?’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던 중 방꾸녀가 먼저 강사 편성에 대한 그럴싸한 추측을 제시했다. “오빠, 이거 아이들 이름인가 봐. 그리고 여기 적힌 소속은 자기들이 미래에 가고 싶은 직장을 적은 거지! 그런 것 같지?”
듣고 보니 맞는 이야기 같았다. 아마도 강사로 적힌 이름은 회차별 수업 주제를 기획한 71기 초등학생들인 듯싶었다. 그리고 소속은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직장인 것 같았다. ‘신라금관 만들기’를 담당하는 강사는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이하율’이었고, 오릉과 대릉원 답사를 담당하는 강사는 ‘삼성전자의 이기범’, 100주년 기념 교가 작사하기의 담당 강사는 무려 ‘NASA 소속의 고가윤’이었다. 방꾸쟁이들은 아이들이 은근슬쩍 적어둔 듯한 각양각색의 장래 희망에서 대기업에 가고픈 그들의 귀여운 마음이 묻어난다고 느꼈다.
방꾸녀는 71기의 모든 어린이가 정말 기특하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권유로든 자발적 동기에서든 어린이학교에 참여해 역사를 배우는 모습, 의도했든 아니든 역사라는 과거를 배우는 학교에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꽤 기특했다.
물론 초등학생 아이들이 선택한 직장은 깊은 자아 탐색으로부터 온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잘하는 일보다는 ‘부모님이 원하는’, ‘어디선가 들어본’, ‘멋져 보이는’ 직장일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꿈의 첫걸음은 누구나 그렇게 시작하니까 괜찮다. 아니, 오히려 좋다. 꿈이라는 것은 한순간에 운명처럼 다가오는 경우도 있지만, 서서히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경우가 더 많기에. 그마저도 꿈이 내게 다가오기보다는 스스로 노력해 다가가야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보고, 듣고, 느끼고, 따라 하고, 상상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가며 찾아내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꿈이다.
71기의 어린이들은 한 걸음씩 나아가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박물관에 걸린 101기 수업계획표가 71기 어린이들이 각자 내디딘 ‘박물관어린이학교에서의 한 걸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방꾸쟁이들의 눈에는 그 수업계획표가 유독 빛나 보이기 시작했다.
■ 다음 이야기(2025.11.16.일 업로드 예정)
□ Chapter6.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상도
"불국사,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꿈은 '시험합격', '승승장구'"
→ 불국사에 가서 방꾸쟁이들이 발견한 수많은 사람들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