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일주일간 부부 서귀포 여행 01

12.10.수~12.금 서귀포 천지연, 연돈, 올레 8길과 6길

by 딸삼빠

2025년 12월 10일에서 16일까지 1주일간 아내와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1월과 6월에는 직장 업무차, 9월에는 교회 수련회로, 이번은 아내와 함께 오래 들어 벌써 네 번째 제주 여행이다. 짧은 여행기도 기록 차원에서 써 본다. 저번에는 서귀포 제2청사 근처에 머물렀으니, 이번에는 서귀포 제1청사 천지연 폭포 가까이 머물며 가까운 올레길을 걸어 보기로 했다.


12월 10일 수요일


오후 1시 50분 비행기. 10시 반쯤 집에서 나섰다. M5107 버스를 타고 공항철도로 갈아탔다. 점심시간이 애매하여 집 근처에서 사간 김밥 두 줄로 아내와 식사를 했다. 아고다에서 영문으로 이름을 입력하게 되어 있어 번거롭게 영문으로 예약했더니, 오히려 본인 확인이 되지 않아 생체 인식 게이트를 이용할 수 없었다. 저가 항공기는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그랬다.

제주공항에서 바로 버스를 탔는데, 저가형 호텔인 신신호텔 천지연에 들어가니 거의 6시다. 대기시간까지 무려 7시간 반. 국내든 국외든 비행기 이동은 거의 하루가 깨지는 느낌이다. 시간뿐 아니라, 무례한 사람들과 좁고 불편한 좌석의 비행기와 낡은 버스에 시달리는 일이 보통 괴로운 일이 아니다.


카카오맵을 검색하여, 수궁식당이란 곳에서 바지락 순두부와 차돌 순두부를 먹었다. 만원씩인데, 반찬이 깔끔하고 괜찮았다. 외식물가가 5천 원을 넘기기가 힘들더니, 5천 원을 넘긴 후에는 쑥쑥 올라간다.

수궁식당, 바지락과 차돌순두부 찌개

식사 후에는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구경했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가게만 바글바글하다. 좀티엔 야시장에선 그렇게 찍어대더니만, 문득 사진을 찍지 않는 나를 발견한다. 여긴 '내 눈에' 흔한 야시장이기 때문이다.


요즘 내 최애 메뉴인 빽다방 아이스크림 에스프레소를 먹었다. 아이스크림 2천 원에 샷 추가 600원인, 결국 가성비 아포가토인 셈이다.

빽다방 아이스크림 에스프레소(아포가또),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제주의 세찬 바람을 얼굴로 맞으니, 눈과 얼굴이 피곤하다.


12월 11일 목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렸고, 먹구름이 가득하다. 주간 예보를 보니,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좀티엔에서도 그러더니만.

비오는 아침, 먹구름

정제 탄수화물인 인스턴트 가공식품으로 아침을 먹는다.

오늘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유명한 돈가스집, '연돈'에서 먹어보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9시 반쯤 중문의 더본호텔에 도착했다. 우리 앞으로 30명쯤 되어 보인다. 아내는 빽다방 빵연구소에서 기다리고, 난 줄을 서서 10시에 대기번호 35번을 받았다.

3시간 동안 뭐 하나. 제주 올레길 8코스를 되는대로 걸었다. 예례동이라는데, 한적하고 아름다웠다. 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겨울의 올레길인데도, 산티아고길보다 10배는 좋네.

치즈가스와 안심돈가스를 주문했다. 돈가스는 돈가스였다. 남기는 사람도 있더라만, 우린 깨끗이 비우고, 양배추도 더 받아먹었다.

용관네가 서귀포에 은행일 보러 나오는 김에, 집에서 딴 귤을 조금 가져다준다고 해서, 여미지식물원 근처에서 만났다. 그렇지 않아도 귤 생각이 나긴 했는데, 너무 많이 받았다. 돌아가는 차편에 빽다방 빵을 좀 보냈다.

오전에 걷던 8코스길의 반대편으로 걸었다. 여미지식물원 옆으로 천제연 폭포 골짜기 옆으로 내려오다가, 천제 2교를 건너 베릿내오름을 돌았다.

아침의 그 먹구름은 다 어디 간 게냐? 좋았다. 뭐, 굳이 올레코스 완주할 생각도 없으니,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버스에선 곯아떨어졌다.

고씨네천지국수는 2시 반에 일찍 문을 닫아 이중섭거리 근처 남도고기국수에 갔다. 이른 저녁인데 술 취해 비틀거리는 이들이 보인다. 빠르게 피해서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아뿔싸 그들이 오랜 단골이라며 식당으로 들어온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자리가 좁아 뒤에 앉은 취객과 불쾌한 접촉이 좀 있었을 뿐.


23,745 걸음, 14.25km를 걸었다. 힘들다. 산티아고 순례길 800km 중 제일 적게 걸은 날이랑 비슷하네. 3년 반 만에 이렇게 체력이 떨어진 건가. 그 사이에 오히려 운동은 더 열심히 했는데. 그냥 늙어가는 건가.


12월 12일 금요일


오늘도 정제 탄수화물로 아침을 시작한다.

구덕게스트하우스로 숙소를 옮겨 짐만 부탁하고, 올레 6코스를 걸었다. '어떤 바람'의 골든 리트리버 '산방이'보다 더 큰 시베리안 허스키 '덕이'가 있는 곳이다.

호기롭게 반바지와 반팔 차림으로 나섰다가, 바로 옷을 걸쳐 입었다. 오늘은 아마도 7일간 중 가장 날씨가 화창한 날일 듯 싶다. 곳곳이 작품이다. 바다에 떨어지는 윤슬도 아름답다.

'소천지'를 조금 지나 올레길을 빠져나와 같은 이름의 식당에 갔다. 두루치기 2인분을 주문했는데, 양이 적다 싶었다. 그런데, 무채와 파, 콩나물을 넣으니 양이 뻥튀기 됐다.


가족 여행에선 대개 내가 운전을 했기 때문에, 술을 마실 수 없었다. 기회다. 제주 막걸리 한 병을 시켰다. 식당인데 가격도 착하게 3천 원. 양은 많다. 750ml. 만취했다.

술기운으로, 쇠소깍까지 올레 6코스를 걸었다. 좋다. 참, 좋다. 올레길은 겨울인가 보다.


걷던 길에, 웬 과녁 3개가 보인다. 백록정이라는 국궁을 쏘는 곳인데, 150~200미터 거리는 족히 돼 보인다. 마침 한 궁사가 시위를 당긴다. 화살은 보이지도 않는데, 과녁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대단하다. 기꺼이 박수를 보내고, 엄지척해 드렸다.

버스를 타고 구덕게스트하우스로 오니, 덕이가 있다. 순한 줄 알았는데, 간식을 빨리 안 준다며 으르렁거린다.

숙소 앞 코 닿을 곳에 평점 좋은 봉수네식당이 있다. 몸국과 김치찌개를 하나씩 시켜 먹었다. 아내는 좋다는데, 난 몸국은 잘 모르겠다. 오늘도 2만 보, 12km 정도를 걸었다.